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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부양 미안해 거리 나왔다가, 복지 사각지대로

타인이 통장 관리해 긴급생계비 일부만 받아
군, 분실했다는 통장에 지원금 계속 지급
알코올 의존도 보였지만 복지제도 안내만

정종현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18년 07월 31일

↑↑ 지난 17일 밤 9시 횡성읍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김창범씨가 노숙자 A씨의 주문을 도와주고 있다.
ⓒ 횡성뉴스
자식에게 미안해 거리로 나온 아버지가 제도의 지원보다는 기초생활수급자의 도움을 받아 생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긴급생계비지원을 신청했지만, 지원금 지급 통장 관리를 타인이 맡으면서 무일푼 신세가 돼 동냥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또 군은 알코올 의존도가 높은 것을 인지 가능했음에도 제도 안내만 할 뿐, 복지 사각지대의 심각성을 보여줬던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로도 적극적인 복지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본지 보도와 관련, 한 군민의 도움을 받았던 노숙자는 군에서 긴급생계비지원을 받는 A(64)씨로 확인됐다.

‘긴급생계비지원’은 생계곤란 등 위기상황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생계비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제도로, 군은 지난 6월 최저 생계를 위한 42만여 원을 A씨에게 우선 지원했다.

군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A씨가 자신의 통장을 한 원룸 건물주 B씨에게 맡겼다”며 “군에서도 해당 사실을 알고 지난 6월 7일 1차 긴급생계비가 지급된 후 B씨를 만나 본인에게 통장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해당 안내를 받고도 A씨에게 통장을 돌려주지 않았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건물주 B씨는 해당 원룸에 세입자로 지내며 알게 된 사이로 A씨가 해당 건물 청소 등을 하는 조건으로 숙소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방값·의류비 등을 제외하고 남은 10여만 원만 돌려줬다.

A씨는 “당시 B씨가 자신에게 통장을 맡기면 지원금을 계속 타게 해주겠다고 얘기해 맡겼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건물주 B씨는 “A씨 스스로 통장을 맡겼다. 또 A씨는 객관적으로 일할 상태가 아니다. 고용할 이유도 없고 숙소제공은 A씨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원룸을 사용했기 때문에 방값을 제외하고 돌려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로의 주장이 충돌하는 사이에서 석연치 않은 문제는 계속됐다.

건물주 B씨는 “해당 통장은 그 후에 분실했다. 또 이 사실을 A씨에게 전해 통장을 재발급 받도록 했다”며 “7월 긴급생계비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후 해당 원룸 건물은 B씨의 장기간 출타를 이유로 잠겼고 A씨는 거리로 나와야 했다. 당시 A씨는 신분증이 없었고 건물주 B씨의 말대로 행정당국과 은행을 찾아가 통장을 재발급받기 어려운 상태였다. 결국 A씨는 무일푼으로 노숙을 택해야 했다.

군은 이 같은 상황 확인 없이 긴급생계비를 해당 통장에 지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A씨가 알코올 의존도를 보인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실질적 도움보다 연계 복지 프로그램 안내에만 그쳤다.

군 주민복지지원과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A씨는 3개월간 긴급생계비 지원을 받았다. 당시 담당 직원이 A씨에게 지급 받은 돈으로 기초생활지급 신청을 위한 병원 진단서를 발급받도록 수차례 안내했지만, 음주 등으로 지원금을 전부 사용하면서 지원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군은 A씨의 지원금 관리는 문제 삼으면서도 B씨가 가진 통장은 확인하지 않았다. 지난 7월 5일 2차 긴급생계비를 B씨가 분실했다고 주장하는 통장에 지급했다.

긴급생계비 지원은 3개월간 지원되는 것으로 예정대로라면 8월 지원금도 해당 통장으로 입금된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국민을 돕도록 사용돼야 할 혈세가 방향을 잃고 방치돼 새고 있었다.

군의 복지지원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군 주민복지지원과 관계자는 “B씨가 통장을 재발급 받도록 말한 시기는 A씨 본인이 알 것”이라며, 지원금 관리를 A씨에게 책임을 넘겼다. 또 A씨와의 인터뷰 10분 만에 군에 자녀가 거주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군은 이마저도 모르고 있었다.

A씨는 “혼자 거주하다 아들 내외와 함께 살게 됐다. 그러나 부양의 부담을 안겨주는 것 같아 밖으로 나왔다”며 “일용직 등으로 생계를 이어오다 나이를 먹고 일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돈이 떨어져 무료 급식소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년여를 원주시에 머물며 무료 급식소를 전전하던 A씨는 군으로 돌아와 교회에서 제공하는 무료 급식을 이용했지만, 그마저도 눈치가 보여 얼마 후 가지 않았다.

A씨는 “‘어떻게 남이 먹던 걸 먹나’하는 생각이 들어도 간혹 편의점 앞 테이블에 손님들이 먹고 남긴 음식과 술을 챙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A씨를 도운 건 기초생활수급자 C(63)씨였다. 말동무하다 알게 된 A씨의 사정을 알고 도왔다.

C씨는 “한 달 60만 원으로 허름한 창고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A씨는 군대에서 간부로 7년간 복무했을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다.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정에 놓여 있어 도와줬다”고 말했다.

한편, 횡성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A씨와 건물주 B씨의 근로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 수사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혐의를 묻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취재가 진행됐던 지난 19일, 건물주 B씨가 가지고 있던 통장은 정지됐고, A씨는 임시신분증과 통장 재발급으로 긴급 지원을 받았다.

정종현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18년 0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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