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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으로 빼앗긴 나의 아버지… 조사위 “피해 없다”

대일항쟁기조사지원위원회, ‘이원구’ 씨 국외 강제동원 인정
피해 근거 없어 ‘위로금 지급 기각’
아들 이병호씨, “강제동원 자체만으로 피해”

정종현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18년 11월 05일
“6.25 전쟁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강제징용된 1943년, 난 3살이었다. 이후 어머니에게서 아버지가 강제동원됐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아버지를 바다 건너 빼앗기고 어머니가 식모살이로 생계를 꾸려가셨다. 하지만 그 당시 우리가 겪은 아픔은 인정받지 못했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2004년)과 ‘태평양전쟁 전후 국회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2007년)이 폐지되고,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 및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 강제동원조사법)이 2010년 만들어졌다. 이어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이하 대일항쟁기조사지원위원회)가 발족 됐다.

하지만 ‘대일항쟁기조사지원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의 한시조직이었고, 2012년을 시작으로 총 5차례에 걸쳐 반년 혹은 1년 반의 기간을 두고 존속기간이 연장됐다. 그러다 2015년 12월 31일 기준으로 폐지돼 행정안전부로 업무이관 됐다.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인 이병호(78·횡성읍)씨는 “횡성군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신청을 받을 당시 어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증인을 통해 아버지가 1943년부터 1946년 4월경까지 일제에 의해 일본 오사카 소재의 불상(不詳)의 부대 소속 군인으로 강제동원된 사실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일항쟁기조사지원위원회는 강제징용된 이원구 씨의 피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강제동원조사법 제2조(정의)에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란 만주사변 이후 태평양전쟁에 이르는 시기에 일제에 의하여 강제동원돼 군인·군무원·노무자·위안부 등의 생활을 강요당한 자가 입은 생명ㆍ신체ㆍ재산 등의 피해를 말한다. 

그러나 대일항쟁기조사지원위원회는 ‘강제동원조사법 제24조’에 의해 강제동원 기간 중 또는 국내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부상이나 질병으로 장해를 입은 사실을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원구 씨 위로금 지급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이병호 씨는 “강제동원된 것이 피해 본 것 아니냐”며 “이 이상 무슨 피해를 입증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이후 이병호 씨는 60일 이내에 재심의를 신청해야 했지만, 어려운 과정 등의 이유로 신청하지 못했고, 강제동원 피해자 조사를 담당했던 횡성군 자치행정과도 현재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에 따르면, 대일항쟁기조사지원위원회 설치목적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의 진상을 규명하여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1965년 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 협력에 관한 협정’과 관련해 국가가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 등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오랜 고통을 치유하고 국민 화합에 기여하기 위함’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2004년 이후로 이름만 변경됐을 뿐 이들이 입은 피해를 대한민국과 일본 양국 어디에서도 인정받고 보상받기란 어렵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 1항 ‘한국과 일본 두 나라와 법인을 포함한 국민의 재산·권리·이익·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가 여전히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호 씨는 “아버지는 6.25 전쟁 당시 ‘청방’이라 불렸던 보급부대에서 근무하다 전사 하셨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 또한 참전용사로 인정받지 못했다. 국가 전쟁에 참여했으면 다 같은 유공자 아니냐”며 “강제징용과 피해를 나누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나와 내 아버지는 여전히 피해자”라고 말했다.

한편,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강제동원 피해자 여운택·신천수·이춘식·김규수 씨가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불법적 식민 지배를 수행한 일본 기업의 반(反)인도적 불법 강제동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한일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판결 사유를 밝혔다.

정종현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18년 1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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