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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막걸리 한잔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18년 10월 05일

↑↑ 남 정 국
전 우천면 체육회장
ⓒ 횡성뉴스
나는 술을 좋아한다.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아낀다. 술은 이유 없이 비틀거리게도 만들지만 깨졌던 우정도, 서먹한 분위기도, 술로 인해 사르르 녹여준다. 싸워왔던 친구사이도 불통된 대화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술이다.

선배간의 한잔, 사제지간의 한잔, 친구들과의 한잔. 형제간의 한잔, 부모님과의 한잔, 이웃간의 한잔. 그 한잔들속에 친목과 배려와 소통이 있을 것이다.

조상님과도 나누어 마시는 게 술이다.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술을 올리고 난 후 마시는 음복술이라는 게 있는데, 이 술도 많이 마시면 술주정이란게 된다.

잘 마신 음복술은 사랑과 우정이 싹트지만 많이 마셔서 횡설수설 하게 되면 일가친척사이 존경과 신의가 무너지게 된다. 심지어 욕설과 주먹질이 오가며 형제간의 왕래가 끊어지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이렇듯 술은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술의 종류에는 약 150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나는 막걸리를 제일 좋아한다. 막걸리는 우리나라 대표 술이다. 막걸리를 만들려면 누룩과 질금, 갓 만들어진 고들밥, 엿기름 등이 준비되어야 한다.

우선 누룩과 질금을 섞고 엿기름과 버무리고 그 위에 솔잎을 얹고 고들밥으로 마무리한 후 10여일을 햇빛을 피해 항아리에 담아 숙성한다.

술을 좋아하신 아버지 때문에 엄마는 거의 매일 술을 빚었는데 한 번도 잘못 만들거나 아버지의 입맛에 빗나간 적이 없었다.

술을 담기 전에 준비해 놓은 고들밥을 엄마 몰래 훔쳐 먹다 야단맞은 게 한 두번이 아니었으니 엄마는 거의 매일 술을 만들고 아버지는 매일 술을 드셨다.

당시만 해도 우리 조상들은 농경사회를 이루며 살았고 한우를 길렀다. 농경사회에서 한우는 없어서는 안될 만큼 대단히 중요하게 여겼고 농가의 큰 재산으로 보호해 왔는데 현재는 기계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지금은 수입도 많이 되고 있지만...
그 당시 농경사회에서는 마을의 미풍양속과 화합을 위해 품앗이라는 게 있었는데 혼자 일을 하면 힘들고 능률에도 도움이 안되니 이집 저집 돌아가며 작업의 효과도 높이고 협동심도 배양하는데 목적이 있었을 게다.

내 기억에 우리 동네에서는 보통 10여명의 농부들이 모여 일을 하곤 했는데 하루에 마실 약 60∼80L(약3∼4통자)의 막걸 리가 필요했다.

어디 그뿐인가? 세끼의 식사 말고도 아침저녁 새참이 있었는데 두 사발쯤 막걸리를 마시고도 국수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곤 했다.

우리 속담에 ‘선주후면’이란 말도 있다. 그러니 옛사람들은 배가 큰 것인지 아니면 농사일이 힘들어서 또는 단백질이 부족했던 시기였기에 많이도 먹은 것 같다.

술은 체바퀴로 걸러내면 술찌기미라는 게 나오는데 이것을 버리지 않고 일소에게 먹이면 많이 먹은 소는 일을 하다가 술이 취해 비틀거린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설탕이 귀한 시절에 삿가루를 술찌기미에 섞어 먹다 친구들과 묏둥지에서 잠이 들어 저녁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가끔씩 술 조사꾼이 갑자기 들이 닥쳐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며 집에 있는 술을 찾기가 일쑤였고 들키면 꽤 많은 과태료가 부과되기에 철두철미하게 울 엄마한테 단단히 교육을 받곤 했다.

옛 어른들께서는 잘못 배운 술버릇은 나쁜 습관으로 길들여지고 또 해장술에 취하면 제 아비조차 알아보지 못한다며 일찍부터 올바른 주법을 알려주시곤 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제대로 된 주법을 알지 못해 영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가끔 있다. 물론 내 자식도 그 중에 속해 있겠지만. 부전자전이라고 했던가?

매일처럼 술을 드시는 아버지를 위해 엄마는 속 버리신다며 많이 잡수신 다음날 아침 일찍 해장국을 끓여주셨는데 해장국이라야 칼국수나 묵은지를 넣은 수제비가 전부였고, 그때마다 ‘너는 어른이 돼서 절대 술 마시지 말아라’라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여전히 아버지처럼 술을 좋아한다.

늦둥이 아들 녀석도 아빠를 보고는 자기는 이 다음에 절대 술을 안 마신다고 약속했었고, 내 아내 또한 옛날 우리 어머니처럼 아들에게 술 마시지 않기를 은근히 기대하며 바라곤 했었다.

그때마다 녀석도 시원스레 대답하며 마치 절대 마시지 않을 것처럼 말하곤 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녀석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지 못하는 사이 어느 날 집에 내려와 친구들과 마셨다며 밤중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술이 깰 때까지 밖에서 몇 시간 서성였다는 제 어미의 이야기를 듣곤 녀석도 마실 줄 알았다면 일찍이 어른들께서 내게 일러준 것처럼 미리 알려주지 못한 것이 원망스럽기까지 했었다.

이처럼 술은 좋은 점도 또한 나쁜 점도 있으니 항시 조심해야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안 좋은 추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요구르트의 약 50배가량의 유산균이 들어있고, 항암효과도 높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나라 술이 있지만 점점 생활이 서구화되고 물질문명이 발달되면서 맥주, 위스키 등 각종 양주가 우리네 술 문화를 훼방 놓으며 판을 치기도 한다.

우리나라 술에는 옛날 초가지붕 위에 둥글 박이 올려져 있고, 새벽이면 꼬끼오 울어대는 예전 닭 우는 소리, 일년 내 농사지은 추수기에도, 형과 아우가 아우와 형을 위해 밤중에 볏단을 나를 때도, 아마도 우리 술을 마셨을 것이다.

산업화, 새마을 운동이 전개될 때도 그랬을 것이고, 지금도 또다시 우리 술이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지만 젊은이들은 화학주에 먼저 손을 내밀고 한다. 많이는 마시지 말자! 그러나 막걸리 한 잔 쯤이야.

그 속에서 우리는 존경과 사랑과 배려와 형제애와 예의 넘치는 인간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18년 10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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