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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한번째 봄이 지나갑니다
허 승(화가) 기자 / 입력 : 2009년 04월 17일
 |  | | | ↑↑ 허 승 / 본지 객원 논설컬럼위원 | | ⓒ 횡성신문 | 며칠째 따뜻한 날이 계속되더니 담장아래 웅크리고 있던 개나리 꽃봉오리가 잘 튀겨진 팝콘처럼 활짝 피어 봄이 한창임을 주장합니다.
한웅큼씩 활짝 핀 봄의 무게만큼 가지는 힘겨운 듯 늘어져 있습니다. 한참을 개나리와 산들바람이 들려주는 봄의 향연에 빠져 있다가 고교시절 교정 연못가에 흐드러지게 핀 라일락을 떠올립니다. 봄은 나에게 사춘기 시절로 되돌아가게 하는 타임머신입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장난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울려 퍼지다 파도처럼 멀어져갑니다.
봄바람에 흩어지는 라일락의 향기가 이성에 눈뜨기 시작한 풋 총각의 가슴을 이리 저리 흔들어 봄의 한가운데로 유혹하여 외롭고 슬프고 우울하게 만듭니다. 짝사랑, 염세주의, 영혼, 죽음, 고독, 우정, 갈등, 설레임, 불확실, 뜻모를 서글픔, 벙어리 냉가슴… 그런 단어들이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내 가슴에 남아 이미 굳어가는 감성을 흔들어 깨웁니다. 세상이 온통 슬프고 아름답게 되살아납니다. 누군가와 끝모를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내가 주인공이 된 영화속에 들어가서 눈처럼 휘날리는 벚꽃속을 오픈카를 타고 빠르면서도 천천히 유영합니다. 그 영화속의 나는 앳된 이십대 초반의 청년입니다. 이미 과거라는 상자속에 조용히 앉아 있어야 할 허상들이 봄바람과 꽃내음에 취해 잠깐씩 열린 상자 사이로 요정의 날개옷을 입고 머리를 어지럽힙니다. 초등학교때의 봄은 어린이날 자장면을 기다리는 봄이었습니다.
학교도 수업도 숙제도 없는 따뜻한 날에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노래를 흥얼거리며, 예쁜 반바지에 흰 스타킹을 신고 아버지와 함께 북경반점에 가서 기름진 자장면에 흠뻑 빠진 것이 어린시절 봄의 기억입니다. 잠깐 정신을 차려보니 구식 전축에 꽂혀있는 ‘해바라기’ 테입이 뒷면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합니다. 뒷면의 첫곡은 ‘내 마음의 보석상자’입니다.
서른번째 봄은 어른이 된 듯한 마음에 젊잖게 정장을 차려입고 의젓하게 어른 흉내를 내고 다녔습니다. 서른이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가슴에 남아 있던 애틋한 감성은 어느새 열정과 욕심으로 바뀌어 그 아련한 봄의 내음도 맡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해와 그후 오랫동안 나는 봄도 가을도 모르는 큰 기계속에 톱니바퀴 같았습니다. 마흔번째 봄은 서글펐습니다.
이제 다시는 가슴 뛰고 현기증나는 사랑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에 아쉽고 슬펐습니다.
명예와 욕심은 사랑보다, 아름다움보다 더 못하다는 것을 깨닫고 당황했습니다. 가끔씩 돌아보는 나의 뒷모습에 ‘허무’라는 단어의 꼬리를 본듯도 합니다. 작년 그러니까 쉰번째 봄은 우울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또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 주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자유는 고독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길고도 아픈 우울한 봄을 보내야 했습니다. 봄은 너울너울 나비의 날개짓처럼 한해 봄의 책장을 넘깁니다. 쉰 한번째 맞는 봄의 사춘기…
이번 봄은 지나간 나의 봄들을 추억하는 봄이 되었습니다. 좋았던 아니던 돌이킬수 없는 지나간 나의 봄을 잊지 않으렵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시골길에 나만 홀로 내려두고 가는 버스처럼 저만치 내 쉰 한번째 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허 승 / ·화가(공근면 매곡리)
본지 객원 논설·컬럼위원 |
허 승(화가) 기자 /  입력 : 2009년 0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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