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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개 때문에 못살아 …


김미애(주부) 기자 / 입력 : 2009년 06월 06일
↑↑ 김미애 주부
ⓒ 횡성신문
평소 우리 부부는 다정한 편이다. 시골이지만 넉넉한 살림살이에 화목한 가정, 술을 좋아 하지만 성실한 남편 그러나 성질머리가 개떡같은 남편과 잘살고 있다. 난 어릴 때부터 개를 싫어했다.

친정아버지는 개를 무척이나 좋아 하셨고 넓은 마당에 그럴싸한 개집 3개를 들여다 놓고 올망졸망한 개들을 10마리나 키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척 귀여웠는데 날이 갈수록 일이 많아져 개들이 싫어졌다.

학교에 다녀오겠다고 인사하는 나를 보시고는 항상 학교에서 돌아오면 개밥 주라는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집에서 제일 한가한 사람은 나였으니 개밥 주는게 당연히 내 몫이었다.

결혼해서는 시댁에 개가 없어 얼씨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남편은 개를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에쿠 내 팔자야 아버지 닮은 남편을 만난다 하더니… 결혼할 때 개 좋아하냐고 먼저 물어 보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시댁에서 분가를 할 때 나는 일반 주택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했다.

주택으로 이사를 하면 분명 개를 키울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개를 키워야 한다면서 일반 주택을 원했다.

우리는 훗날 생길 일을 염려하지 못한 채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남편이 이겼고, 이사해서 짐을 풀자마자 개새끼 3마리를 사와서 잘 챙겨 주라고 했다.

술 먹은 다음날 남편은 속 쓰리다고 밥은 안 먹어도 개밥은 꼭 주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는 편이다. “개밥 줬어?”, “응” 나는 이따금씩 개밥 주는 것 잊어먹고 두끼 아니면 어느 때는 한 끼만 줄 때가 많다.

남편은 쉬는 날도 나한테 개밥 주라고 해서 짜증이 났다. 난 어쩌면 개밥 주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닌가도 싶었다.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바람 부는 날은 정말 귀찮다. 그래도 짐승 미워하면 죄받는다고 해서 미워하지 않으려고 애써 안 그런 척 개들에게 다정하게 한다. 벌 받기 싫으니까.

어느 날 남편이 출장을 가면서도 내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개밥 잘 챙겨주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간다. “걱정하지 마, 이래 봐도 내가 짐승을 얼마나 잘 돌보는데…” “당신이 개를 알기나 하냐?” “그럼 당귀 삼 년에 페풍월이라 이런 말도 모르나?”

나는 문자를 써가며 친정에서 개밥 주는 당번이 나였다고 으시댔다. 당귀 삼 년에 폐풍월이라, 그렇게 좋은 말을 저 개들한테 비유를 하다니 우리 부부는 맘껏 하하호호 웃었다. 덩달아 개들도 신이 나서 웃는 것 같았다. 뒤돌아서 개집을 보니 요즘은 개집도 어쩌면 저렇게 예쁘게 잘 만들까 싶다.

개를 좋아하는 남편의 뒷모습과 개들이 남편을 향한 눈빛을 보니 개 팔자가 나보다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의 눈빛이 그렇게 청승맞아 보여서 미웠다. 그런 눈빛으로 남편의 동정심을 사는게 아닌가 싶어서 더 얄미웠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귀신에게 홀렸나보다.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장날 개 3마리를 억지로 끌고 가서 개장사한테 팔았다. 지들도 아는지 안가겠다고 끙끙대는 개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이젠 개들에게 벗어나 편히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청승맞은 눈빛으로 나를 흘겨보는 개 3마리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주인 만나서 잘 지내라 바바이~~” 깔끔하게 이별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안 살면 안 살았지 개는 안 키운다”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은 무시한 채 말이다.

개 팔아서 생긴 돈으로 삼겹살 사고, 롱 치마 하나 사고, 쓰레기통 하나 사고 남은 돈 천원은 노래하는 장애인 바구니에 넣었다. 기분이 좋았다. 싱글벙글 목젖이 터져라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아싸 아싸” 노래를 부르며 청소를 하고 개집도 깨끗이 반질반질 닦아 햇볕에 말렸다. 뒷집 영식이네가 달라고 하면 주려고…

하루, 이틀, 사흘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왔다. 집안이 환하고 깨끗해졌다고 좋아라 웃다가 갑자기 “니 개 3마리 어디나 뒀니?” “팔았는데…” 남편은 충격에 휘청거리더니 나를 한대 후려치면서 당장 이혼하자고 했다. 그래서 난 개 3마리 때문에 이혼했다. 당장 갈 곳이 없어 친정집에 있는데, 평소에도 나를 못마땅해 하는 올케가 하는 말 “아가씨 개밥 좀 갖다 줘요” 친정 집은 개가 15마리나 된다.

김 미 애
·주부(횡성읍 북천리)
·본지 객원 논설·컬럼위원
김미애(주부) 기자 / 입력 : 2009년 06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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