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가지의 전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10년 04월 23일
 |  | | | ↑↑ 임종훈 / 둔내면 자포곡리 | | ⓒ 횡성신문 | 옛날에 시집간 딸이 삼년이 지나도록 아이를 낳지 못해 친정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삼년이란 세월동안 아이를 못 낳는다는 단 하나만의 이유로 시부모는 물론 남편에게도 갖은 수모와 고통으로 고된 시집살이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 시집의 집안 어른은 딸을 데리고 와서 간단한 예우를 마치고 돌아가니, 친정아버지가 볼 때 우리집 보다 우세한 시집에서 칠거지악(七去之惡)을 운운하며 보냈으니 당시 형편으로 볼 때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아버지의 마음은 괴롭고 서글펐습니다.
엄마가 살아 있었더라면 많이 서글퍼 했으련만 일찍이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가 딸을 데리고 있다 그 형편이 되었으니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웠겠습니까?
그런데 며칠을 지나다 하루는 꿈을 꾸었는데 딸이 다시 신랑을 만나는 꿈을 꾸었지 뭡니까?
꿈이지만 참으로 신기하고 신기해서 그곳을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딸을 데리고 길을 떠났습니다.
몇날 며칠을 걸으며 오다가 한곳에 이르러 날이 어두울 무렵 어느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염불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어디에 절이 있나 하고 살펴보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이 꿈에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사방을 살펴보니 개울도 없는데 물 웅덩이가 산 밑에 있으며, 어떤 집 옆엔 연못도 있고 하여 산세를 살펴보니 여자가 음(陰)의 기운을 저절로 받는 곳이라 생각하였습니다.
평소에 남의 집터와 산소 자리를 봐주던 기초실력을 갖고 있던 분이라 참으로 마음에 드는 곳이었습니다.
그 때 주변의 어떤 집을 찾아가 하룻밤 쉬어가자고 청하니 주인 영감이 사랑방을 내주어 하룻밤 잘 쉬었습니다.
아침에 주인영감에게 고맙게 인사를 하고 혹시 이곳에 가대가 나는 게 있냐고 물으니, 이거 정말 알고 찾아온 것 같이 저쪽 산 밑에 집을 판다고 내놓은 집이 있다고 알려 주어 주인의 소개로 그 집을 사게 되었습니다.
우선 며칠 머물 생각으로 딸과 함께 집 청소 등을 하고 여러 날을 지냈습니다.
그러면서 딸의 얼굴과 행동하는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도 고향집을 떠나올 때 오빠 언니의 눈치만 볼때와는 달리 오히려 편안한 모습이었습니다.
딸의 편안한 모습이 안심이 되어 아버지는 잠시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하여 딸만 남겨둔 채 고향으로 떠났습니다. 며칠이 지나 어느 날이었습니다.
때는 늦가을인데 날이 갑자기 흐리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여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오는데 집 밖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혼자서 집을 보던 딸이 문을 열고 보니 낯모르는 젊은 청년이 비를 흠뻑 맞고 추운 모습으로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딸은 그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간밤에 꿈에 보았던 아버지 옆에 서 있었던 분과 똑같이 닮은 분일까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얼른 자기도 모르게 문밖으로 나가 젊은이에게 “너무 비를 많이 맞아 옷이 많이 젖었으니 방으로 들어가 옷을 말리고 좀 쉬었다 가세요”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젊은 청년은 고마운 소리지만, 남의집 머슴으로 있는 처지라 부끄럽고 수줍어서 어쩔줄 모르고 우물쭈물하고 있으니까, 한사코 딸은 옷을 짜서 말려 입고 가라면서 방으로 떠밀듯 하여 어쩔 수 없이 엉겹결에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옷이 너무 젖어 살에 짝 달라붙어 윗도리 젖가슴이 툭 불어나고 아래옷도 마찬가지로 젖은 옷이 살에 붙어 옷을 입었어도 알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러나 딸이 볼 때 그 청년은 매우 건장한 체격으로 참으로 남자답게 보일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른 떠오른 생각이 이런데서 이런 청년을 만난 것은 천생연분으로 부처님의 뜻이라 분명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무얼 주저할 일이 있었겠습니까?
웃옷부터 벗겨 손으로 짜서 널고 아버지께서 입던 옷을 입혀 주니 아래옷은 청년이 직접 벗어 아귀센 손으로 직접 짜서 널고 갈아입었습니다.
그런데 아래옷을 갈아 입을때 안볼려고 고개를 돌렸지만 어쩐 일인지 자꾸만 고개가 그쪽으로 돌려지며 건강한 그 청년의 벗은 몸을 보고 말았습니다.
우선 옷을 갈아입히고 나서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던 막걸리를 걸러서 한 대접 청년에게 권하니 어색하고 수줍어하던 청년은 몸도 으슬으슬 춥고 하여 한 대접 들이키면 좋을 거라 생각하고 얼른 받아 꿀꺽꿀꺽 한 숨에 마셨습니다. 마시고 조금 지나니 청년의 몸은 하늘로 날아갈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남의 집 머슴으로 죽도록 일만하고 오늘도 나무를 하러 왔다 이런 뜻밖의 일이 생겼으니 그의 마음 무어라 표현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또한 한번도 여자 곁을 가보지도 못한 이 총각 오늘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젖은 옷도 갈아 입혀주고 술까지 권하여 주어 마시고 나니 이 여자가 점점 더 예쁘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벌벌 떨리는 손이 여자를 안으려고 여자의 몸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딸은 몸을 빼며 “어디에서 살며 무엇을 하시는 분인지 알고나 지내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니 이 청년의 말이 “나는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집안 어른의 소개로 이곳에 와서 저 건너편 김씨네 댁에서 머슴으로 일하는 지가 어언 이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나무하러 왔다가 갑자기 비가 오는 바람에 이렇게 댁을 만났고, 또한 만나고 보니 꿈만 같고 너무나 친절하게 대해 줘서 금방 죽어도 한이 없을 정도입니다”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그 딸은 이 젊은 청년은 비록 배우지는 못하였어도 마음씨 하나는 너무 착하게 보이고 평생을 같이 하여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용기를 내어 젊은이에게 “난 시집을 갔으나 아이를 못낳는 죄로 쫓겨난 신세입니다.
그래도 날 좋아하고 받아 주실 수 있으세요?”하며 슬며시 남자의 손을 잡으며 물었습니다. 젊은이는 말 대신 여자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평생을 같이 지낼 것을 몸으로 보여주기 시작하였습니다.
즉 즐겁고 황홀하면서도 경건한 마음으로 정을 나누었던 것이었습니다.
그후 비가 멈추었고 총각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하여 둘이는 너무나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며, 젊은이는 하루가 멀다하고 밤중이면 여자의 집을 찾아와 정을 나누곤 하였습니다.
한 달 가량 지나다 보니 정말 꿈같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아이를 못낳았다고 쫓겨난 여자라는 것을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인데 이 여자가 임신이 된 것입니다. 한편으론 매우 좋고 기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아버지가 오셔 아시면 어떻게 하나 하고 근심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아버지께서 오셨습니다.
오랜만에 상봉한 부녀지간이라 반갑게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니 아버지께서 딸의 얼굴을 한참 살펴보시며 “너의 얼굴이 참으로 좋아보이는구나” 하시지를 않겠습니까? 심성이 착한 딸은 그동안 아버지가 안계셨던 날에 일어났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숨김없이 이야기 하였습니다.
즉 총각을 만나게 된 일부터 또한 임신이 되었다는 사실도 간신히 말씀 드렸는데 아버지께서는 도리어 매우 기뻐하시며 그 총각 젊은이를 만나고 싶어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도 총각은 나무를 하러가다 들리게 되었습니다.
집에 들린 총각은 아버지를 보더니 깜짝 놀라는 모습으로 우물쭈물 하는데 아버님께서 “이리오게”하면서 몇가지 물어보시더니 “자네 그렇게 지내는 것보다 내 딸하고 혼사를 치르고 같이 사는게 어떤가”라고 물었습니다.
총각은 “남의 집 머슴으로 있는 주제에 너무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며 우물쭈물 겨우 말을 하니 “그러한 걱정일랑 말게”라시며 “당장에 한 달 후에 둘이 살 곳으로 살러갈 준비나 하고 있게나”하고 말씀하시니 딸과 젊은 총각은 흔쾌히 승낙을 하여 한달후 이곳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사람들은 아이를 못나 쫓겨났던 여자가 이곳에 와서 젊은 총각을 만나 아이를 가져서 갔다고 하여 이곳을 알가지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들어설 때 어디선가 염불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해서인지 지금은 마을 입구에 화동사란 절이 빛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알: 아이, 가지: 임신>
임종훈 / 둔내면 자포곡리 |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10년 0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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