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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여성 - 횡성재래시장 20년지기 한춘자 씨
우리시대 위대한 서민의 자화상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10년 05월 29일
 |  | | | ⓒ 횡성신문 |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이 앞에는 출세나 권위, 돈과 성공이 당연히 따르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과연 그럴까. 우리 시대 서민들은 역경을 딛고 고통을 감내하고 살아도 여전히 그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저앉지 않고 또다시 일어서고 버티며 살아가는 모습에 위대함이 있다.
이번에 만난 한춘자(67세)씨가 그렇다. “고된 시집살이를 견뎌내며 송곳하나 박을 땅이 없어 남의 농토를 빌려 손이 닳도록 일을 했다”는 한씨에게 지금 남은 것은 뇌출혈로 쓰러져 일년이 넘게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과, 월세 30만원씩 내며 운영하고 있는 작은 식당하나다.
그렇지만 인터뷰 내내 한씨의 목소리는 의연할 정도로 알 수 없는 기운이 넘친다. 그런 기운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한춘자 씨의 식당은 손때 묻고 낡아보여도 꼭 들르고 가야 직성이 풀리는 서민들의 장터 횡성재래시장 안에 자리하고 있다. 한씨는 벌써 20년 이상을 그곳에서 살아 왔다.
여름철이면 호박비빔칼국수와 콩국수, 겨울이면 만두국과 장칼국수를 메뉴로 시장을 찾은 이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다.
동료 상인들과 동고동락하며 시장에서 지낸 20년 넘는 세월이 곧 그녀 삶의 버팀목이다. 6남매를 다 키워 출가시킨 지금도 장사가 잘 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새벽 4시만 되면 남산리에서 걸어 나와 재래시장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남편만 저렇게 누워있지 않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본다. “4년 전에 내가 죽을 뻔 했지요. 대장암과 척추수술을 했으니까요. 우리 남편이 나를 살려 놓고 저리 된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파요. 애들 다 가르쳐 결혼시켰으니 이젠 한숨 돌리고 살아도 되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말끝을 흐린다.
10살도 않되서 부모잃고 동생마저 잃고 스물하나에 남편에게 시집와 보니 큰 시부모님, 시모님, 작은 시할머니까지 계셨다.
“부모없이 자라서 그렇단 얘기, 부모 욕되게 만드는 거 싫어서 윗어른들 돌아가실 때까지 군말 없이 모시고 살면서 두어 시간도 안 되는 잠을 설쳐대기 일쑤였지요. 농사 없는 겨울엔 읍내 식당일을 해서 돈을 벌어댔어요.
자식이나 가족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꼭 지켜내야 해요. 다음에는 남자로 한번 태어났음 싶어요.” 그 이유를 묻자 부모 없이 동생 키울 때, 시집살이할 때 정말 힘들었기 때문이란다. 모진 세월을 극복해낸 체험에서 우러난 성찰이 스며있는 아름다운 고백이었다.
분주한 점심때가 조금 지난 시간이어서인지 식당 한켠에서 서너명의 동료상인들이 두런두런 정담을 나눈다.
“남편은 좀 어때요?”하며 반가운 얼굴이 한씨 가게로 들어선다. “쓰러지던 날 새벽 말 한마디 못했어요. 목소리 한번만이라도 들어봤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견뎌낸 든든했던 남편의 부재, 목소리만이라도 듣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눈물겹다.
그런 와중에도 한춘자 씨는 식당문을 열고 사람이 들어설 때마다 차랑차랑한 목소리로 반긴다.
낯빛에 서린 삶의 의지는 요즈음 한창 푸르러가고 있는 5월 산천을 닮아 있다. “모쪼록 횡성재래시장이 잘 되는 것이 제일 좋은 일이지요” 한춘자 씨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하루를 한결같이 살아가는 한춘자 씨의 삶에서 또 다른 성공, 우리 시대 위대한 서민의 자화상을 본다.
그녀 인생의 단맛 쓴맛을 다 넣고 끓여낸 장칼국수 한 그릇 사 먹는 일처럼 넉넉한 마음을 얻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10년 0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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