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방문건강관리사업 미담수범사례 공모전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작
우리 간호언니가 전부 다 알아요!!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13년 08월 02일
“간호언니! 요즘 뭐하고 지내셔유?”
“○○언니! 어떻게 오셨어요?”
“간호언니 보고 싶어서 왔지유”
저에게는 사계절 만나면 습진으로 하얗고 까슬까슬하게 변해버린 손으로 언제나 악수를 청하는 서로를 스스럼없이 언니라고 부르는 대상자가 있습니다.
<충격적인 첫 만남〉
그분을 처음 만난 건 방문간호를 시작한 첫해, 전화도 없어 물어물어 찾아간 터미널 한 구석에 있던 예전 식당을 개조해서 만든 어두컴컴한 집이었습니다.
늘 무심히 지나치면서도 사람이 살 거라고 예상치 못했던 옛날식당 건물 안에 멍한 표정과 붉게 부어오른 얼굴의 지적장애 3급 김○○님이 이불속에 누워 계셨습니다. 그 분에게는 정신지체 1급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다 큰아들과 생활비 한 푼 주지 않고 술을 먹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남편, 세 식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방안은 심한 악취로 가득했으며 며칠 째인지 모를 곰팡이 핀 밥이 그대로 방안에 널려 있었고, 덮고 자는 이불조차 너무 더러워 방안 어디에도 앉을 만한 자리가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대상자가 누워있는 이불 위로 쥐와 바퀴벌레가 기어다니기도 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한번 놀라고, 처음 해 보신다는 당뇨검사에서 500이 넘는 수치가 나와서 또한번 놀랐습니다. 그러나 당뇨가 뭔지도 모르시고 병원 가서 검사 후 약을 드셔야 한다는 말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시는 김○○님의 모습과 누구의 말로도 쉽게 개선 될 것 같지 않은 생활환경에 처음으로 방문간호사로서 능력의 한계를 느끼며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생각 끝에 정말 이분에게는 말로 하는 교육이나 권유보다는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반복적으로 익히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칭찬은 영래 언니도 춤추게 한다〉
수일의 설득 끝에 김○○님을 보건소로 모시고 와서 당뇨 약 처방을 받게 한 후 출근하듯이 대상자의 집을 매일 방문하여 당뇨 약을 드시게 했고, 직접 당뇨 약을 드셨을 때와 안 드셨을 때의 수치를 보여드리면서 지속적인 약복용이 꼭 필요함을 누차 강조하였습니다. 몇 달의 시간이 걸린 끝에 이제는 스스로 약이 떨어지면 보건소로 약을 타러 오실 정도의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뀌셨습니다.
당뇨가 어느 정도 조절될 즈음 저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김○○님의 집을 대청소 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김○○님은 대청소를 완강히 거부하였고 위생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으신터라 스스로 환경개선의 여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후 몇 달동안 거의 매일같이 만나다보니 김○○님은 우리를 점점 신뢰하게 되었고, 간호사 선생님 말에는 꼼짝 못한다는 다른 봉사자의 말씀에 힘입어 우리와 함께 대청소를 해보자고 다시 한번 말을 건네 보았습니다. 귀찮아하실 줄 알았는데 “간호 언니랑 같이 하면 할께유” 라고 대답하며 오히려 언제 할 거냐고 묻는 모습에 정말 우리를 의지하고 좋아해 주시는구나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한명은 방청소, 설거지, 김○○님은 빨래... 다함께 대청소를 하면서 완벽히 깨끗해진 것도 아니고 주거환경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도 아니지만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기뻐하셨습니다. 그 후에는 놀랍게도 우리가 방문하면 혼자 청소했다며 부엌이나 방으로 우리를 데려가 자랑까지 하십니다. 역시 칭찬은 우리의 ○○언니도 춤추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사이 살고 있던 집이 도시개발로 인해 철거되면서 새로 이사 한 월세 방엔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정리정돈도 어느 정도 되어 있었고, 방문 할 때 빗자루로 청소하고 있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씩 복지관에서 목욕도 하고, 보건소에 올 때는 늘 머리를 감고 예쁘게 빗은 머리를 자랑하면서 방문간호실을 찾아오는 ○○언니의 모습은 감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아직까지는 냉장고 속에 날짜 지난 우유와 상한 야채, 먹지 않고 쌓아둔 여러 음식들이 있지만 서서히 알아가고 실천해 가는 중입니다.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며, 몸에 좋지 않은 간식도 모두 물어보고 알려 준 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이렇게 변해가는 ○○언니의 모습과 그 변화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에 폭력적이고 무관심하던 남편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김○○님이 자궁 근종으로 수술을 했을 때에도 “내가 뭐 여자들 병을 알아야지유, 아무것도 모르는 아낙 좀 잘 챙겨주세요”라고 부탁을 하시기도 합니다.
“간호언니는 남편이 잘해 줘유?” “내가 일찍 죽으면 남편이 좋아 해유. 예쁜 여자 얻어서 새장가 간다구” 했다며 입을 씰룩대며 흉을 보면서도 처음으로 남편이 약값에 쓰라고 돈을 줬다며 자랑하듯 좋아하는 ○○언니의 모습에 우리는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장애인 복지관에 다니는 큰 아들 역시 우리의 방문으로 당뇨를 발견하게 되었으며 복지관의 협조아래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혈당도 잘 조절되고 있습니다.
처음에 적대적이고 어두웠던 아들의 표정도 차곡차곡 쌓아온 따뜻한 관심과 믿음으로 보건소에 가끔 들러 부끄러운 표정으로 어머니의 소식도 종종 전해 주고, 언제 어디서든 아주 멀리서도 방문 차량만 보면 반갑게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합니다.
〈충격에서 희망으로〉
“따르릉∼ 우리 집에 매일 오는 간호언니가 누군가요?” 어느날 진료실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소리에 ○○언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진료실로 내려갔더니 함박꽃 웃음으로 “간호언니, 보고 싶었어유” 하며 두 손을 잡으십니다. 그 사이에 혈압약과 당뇨 약을 타러 왔지만 바뀐 공중보건의 선생님이 이것저것 물으시자 간호언니부터 찾았다고 하십니다.
“우리 간호언니가 전부 다 알아요” 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며 손을 잡아끌어 의사에게 데려가십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입니다. 김○○님는 이제 언제 어디서나 “우리 집에는 나를 돌봐주는 간호언니가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지켜줄 거라 굳게 믿고 있는 ○○언니의 믿음을 꼭 지켜주고 싶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깜깜하고 참담했던 모습, 그 현실이 절대 변할 수 없을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이었다면 세월이 흘러 지금 이 시간에도 쥐와 벌레가 우글거리고 곰팡이 핀 방에서 여전히 씻지도 않은 채 누워 밥을 먹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 가정의 몇십년 동안 쌓아온 생활습관과 환경을 바꾼다는 건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수도 있지만 꾸준한 관심과 사랑은 불가능을 희망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긍정의 힘으로 한 가족을 변화시키고 건강한 생활로 한 발씩 한 발씩 내 딛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방문간호사들은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사명감을 불태우게 됩니다.
오늘도 우리는 한 낮의 뜨거운 태양을 이겨내며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 힘차게 방문가방을 둘러메고 보건소를 나섭니다.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모든 대상자에게 멋진 간호언니가 되기 위해서…
횡성군보건소 방문간호사 최명숙씨 |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13년 08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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