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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법 시행 8개월… ‘웰다잉’ 선택

노년층, “연명의료 싫다. 가족 고생 없이 임종 맡고 싶어”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후 신청자 급상승
대부분 70대…횡성지역 등록 기간 아직 없어

정종현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18년 10월 19일

# “연명 치료를 누가 하나. 본인 스스로는 물론 국가, 가족들을 고생시킨다. 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치료를 받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괜히 고생을 사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에서 마련한 제도는 모르겠고, 나는 둘째 아들에게 연명 치료 중단을 유서로 작성해 맡겼다.” (한모씨·79)

‘존엄사법’ 시행 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자가 전국적으로 누적 5만여 명이 넘어섰지만, 횡성군에는 아직 홍보·신청 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내 노년층에서도 연명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나 ‘웰다잉(Well-Dying)’을 위한 임종 문화를 공론화시키고, 시대 흐름에 맞는 제도적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명의료결정제도’란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라면,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하는데,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로 나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사람이 향후 겪게 될 임종 단계를 가정해 연명의료에 관한 자신의 의향을 미리 밝혀두는 문서로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등록 기관에서 충분한 설명과 함께 반드시 본인이 직접 방문하고 작성해야 한다. 이후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작성자가 언제든 변경·철회가 가능하다.

이어 ‘연명의료계획서’란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와 같이 가까운 시일 내에 임종할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가 담당 의사와 함께 연명의료에 대한 사항을 계획해 남겨두는 문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마찬가지로 작성자는 언제든지 철회·변경이 가능하다.

이 같은 연명의료결정제도는 한 가족과 병원의 법정 다툼으로 시작됐다.

보건복지부·국가생명윤리정책원 등에 따르면 한 노인(76·여)이 폐암 발병 여부 확인을 위한 검사를 진행하던 중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 상태가 돼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됐다. 인공호흡기 등 생명 연장 장치에 의존하던 노인을 지켜본 가족들은 평소 노인의 뜻을 병원에 전하며 의료진에게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청했지만, 병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다. 당시 대법원은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진입했고,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해당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해당 사건은 ‘김 할머니 사건’으로 알려지며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이뤄냈다. 이후 2016년 2월 ‘호스피스(임종시설)·완화의료 및 임종단계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이 법에 따라 연명의료결정제도가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됐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연명의료결정제도 운영 현황(10월 3일 기준)’을 살펴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누적 등록자는 제도 시행 후 △2개월 1만4,717명 △4개월 2만6,417명 △6개월 4만3,110명 △8개월 5만8,845명에 달했다.

연령별(남·여)로는 70∼79세가 2만4,318명으로 가장 많았고, 60∼69세가 1만3,844명, 80세 이상이 1만238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편, 신청자 비율은 제주도(0.7%) 다음으로 강원도가 1.9%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도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이 가능한 등록 기관은 총 5곳으로, 원주의료원(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원주), 아라웰다잉연구회(동해), 한림대학교 부속 춘천성심병원(춘천), 효제요양병원(홍천)이다. 이 5개 기관이 위치한 지역을 제외하고 나머지 14개 시·군에는 등록 기관이 없다.

이에 관해 횡성군보건소는 등록 기관은 의료 기관 결정 사항으로 신청을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관내 병원에서 또한 현재 해당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횡성군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는 보건 담당으로 연명의료결정제도 기관 등록은 의료 기관에 달렸다”며 “횡성 관내 병원이 해당 제도를 시행하면 연계해 관련 사업을 시행하려 병원에 의중을 물었지만, 계획이 없어 보건소에서도 시행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홍보·교육 기간에 노년층 반응을 살펴보면, 아직 정서상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사전 문서 작성을 꺼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건소 견해와는 반대로 관내 노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연명의료 중단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B(75·여·귀촌진행중)씨는 “연명 치료는 있으면 안 된다”며 “연명 치료를 받겠다고 버티면 가정 경제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며 강하게 주장했다.

또 C(81)씨와 D(78)씨는 “깊은 병이 들어 치료비가 과하게 부과된다면, 별다른 치료 없이 임종을 맡겠다. 집안 식구들을 고생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E(82)씨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며 “하지만 만약 식물인간 상태 등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살기 위해 버티지 않겠다. 병상에 누워서 버티기 싫다”고 전했다.

한편,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을 혼합해 알고 있어 홍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직접 등록 기관을 방문해 신청해야 하지만, 잘못 알고 있었다.

F(78)씨는 “방송 등을 통해서 올해 4월부터 해당 제도가 시행된 것으로 안다. 또 인터넷으로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임종 문화가 전국적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 관내에도 제도적 차원에서 ‘웰다잉’ 준비가 활발해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종현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18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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