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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성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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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하나로 정을 나누는 이웃이 있어 추운 겨울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고 있다. 우천지역 마을 경로당을 돌며 호떡을 만들어 봉사하는 석정옥 할머니.
차량 뒤편에 마련된 낡은 장판 위에 쪼그려 앉아 호떡을 구워도 즐거운 이유는 친구 같은 어르신들이 호떡을 맛있게 드시기 때문이다.
겨울철 경로당에 모여 하루를 보내는 동네어르신들을 위해 시작된 봉사. 석 할머니도 올해 78세다. 경로당에서 친구를 벗 삼아 이야기꽃을 피울 나이가 훌쩍 넘었지만 석 할머니는 마을을 돌며 호떡을 만들어주는 낙으로 하루를 보낸다.
노령연금을 전부 사용해 호떡 봉사를 시작한지 올해 6년차에 접어든 석 할머니는 겨울 농한기면 호떡 봉사로 쉴새 없이 바쁘다.
석 할머니는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살면서 회사에 다녔지만 회사가 어려워져 직장을 잃었다. 먹고 살길이 막막해 동네 앞 공터에서 호떡장사를 시작했다. 5남매를 키우기에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찾아주는 손님들로 행복했다.
당시 호떡의 가격은 50원. 입소문이 나서 하루에 밀가루 30kg을 다 쓸 정도로 장사도 꽤 잘됐다. 리어카에 연탄불로 호떡을 구웠던 시절의 경험은 지금 호떡봉사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석 할머니는 “힘들었지만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호떡 하나로 정을 나눌 수 있었다. 내가 만든 호떡을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고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전했다.
3년 동안 이어간 호떡장사를 접고 1996년에 고향인 정금으로 다시 내려와 5천 평이 넘는 땅을 23년 동안 일구며 농사를 지었다. 자두, 고들빼기는 할머니의 주 농산물이다. 횡성시장과 한욱축제를 통해 직거래로 판매하고 특히 고들빼기 김치는 입소문이 나서 단골까지 생겼다.
바쁜 농사철을 보내고 겨울이 되면 호떡봉사를 시작했다. 지루했던 긴 겨울을 뜻 깊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석 할머니의 봉사를 알고 밀가루 반죽을 보내주는 등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석 할머니는 “밀가루 반죽을 보내주시는 분께 직접 만든 반찬으로 값을 대신한다. 도움을 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더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모두 내 자식 같고, 친구 같고, 이웃 같아서”라고 말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눈 빠지게 기다리는 분들이 많을 만큼 석 할머니의 호떡은 유명해졌다. 여기저기서 서로 와달라며 연락이 오기도 한다. 심지어 돈을 내고 사먹는 분도 생겼다. 강제로 넣어주는 돈은 다시 호떡재료를 사는데 보탠다.
석 할머니는 “꼭 돈을 내겠다고 하는 손님들이 있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받는다. 그 돈을 모으니 어떨 땐 10만원이 훌쩍 넘길래 모아 두었다가 호떡재료를 사는데 쓴다. 그럼 나중에 더 많은 어르신들께 호떡을 만들어 나눠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과 건강이 허락된다면 더 많은 마을을 다니며 호떡을 나눠드리고 싶다. 호떡하나로 나도 웃고 어르신들도 웃는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삶이 어디 있겠냐”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시골이라 쉽게 사먹을 수도 없고 집에서 만들어 먹기는 더 어려운 호떡. 석 할머니의 호떡 하나로 마을구석구석에 정이 듬뿍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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