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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6)

분수를 아는 것이 품격이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6일

↑↑ 이 철 영
시인 / 본지 객원논설위원
ⓒ 횡성뉴스
개는 자기 분수를 안다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11년 전 진돗개 한 쌍을 분양받았는데 두 달 전쯤 새끼를 한 마리 더 낳아서 식구가 늘었다.

지난 여름 동네를 떠돌던 삽살개 한 마리가 우리집 진돗개 다래와 눈이 맞아 예기치 않은 사고를 친 것이다.

개 나이 11살은 사람으로 치면 70대라 한다. 노산도 이런 노산이 없어 한걱정했는데 다행히 어미도 건강하고 새끼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몸짓 하나, 눈짓 하나마다 초절정 매력과 귀여움을 발산하며 젖먹이 강아지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

처음 개를 키우겠다고 했을 때 친구는 사람이 개를 길들일 줄 알지만 개가 사람을 길들이는 거라고 했다.

겪어보니 그 말이 맞다. 꼬박꼬박 밥을 챙겨주고, 똥도 치워주고, 탈이 나면 병원에도 데리고 다녀야 하고,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그래봐야 개가 내게 해주는 것은 그저 반갑다고 꼬리 흔들어주는 것 말고는 크게 하는 일이 없다.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면 그것도 사람 욕심이다. 개가 사람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개를 선택한 것이니 사람의 책임이 더 큰 게 당연하다. 개로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 추호의 거짓도 없이 성실하다.

주인에게 다정하고, 어디 나갔다 들어오면 반겨주고, 밤낮없이 집 주변의 상황변화도 알려준다. 이것이 개의 도리이고 분수다.

개보다 못한 사람도 많다
분수라는 말은 누구나 일상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분수란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이기도 하고, 저마다 처해 있는 처지나 신분, 지위 등을 말하기도 한다. 거창한 철학용어도 아니고 전문용어도 아니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 뜻을 곰곰이 새겨보면 이렇게 지극히 일반적인 단어에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사회적 규범으로서의 가르침이 포함돼 있는 것이 보인다.

분수란 제자리를 지킨다는 것, 자기에게 맞는 역할을 다한다는 것이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은 물론, 모든 사물에도 다 분수가 있다. 그 분수가 지켜질 때 사회는 아름답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밥이 밥그릇에 담겨 있지 않고 얼굴에 붙어 있으면 보기 흉한 것처럼 제 분수를 벗어나면 사회는 흉하게 뒤틀리게 된다.

사람이 분수를 모르면 사람노릇하기 어렵고, 사람대접 받기도 어렵다. 분수를 지키는 사람은 어딜 가나 신뢰와 칭찬을 받는다. 이것은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인정받는 것이다.

요즘 검찰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권력 맛에 취하다 급기야 정치권력으로 변질되면서 우리 사회를 오염시켰다. 이렇게 분수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는 부패하고 퇴보한다.

특히 분수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일반 시민이 아니라 누군가를 대표하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심하다. 그만큼 사회에 영향력이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대표다
선거를 통해 어떤 직위에 오른 사람들은 유권자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다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들이 부끄러우면 유권자들이 부끄러워진다. 그래서 누군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그에 맞는 분수를 지키는 것이 절대사명이다.

그 사명을 버리면 대표로서의 자격도 버려진다.
군수, 군의원, 기관단체장, 고위직 공무원처럼 이목이 집중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나 농부, 상인, 회사원 등 개인적 삶에 충실한 사람들, 직업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대표다.

군수가 군민을 위한 군정보다 선거를 목적으로 하면 군수의 분수를 저버리는 것이고, 군의원이 군민을 위한 의정보다 권위만을 즐기면 군의원의 분수를 저버리는 것이다.

공무원 역시 한눈팔지 않고 저마다 맡은 일에 충실한 것이 분수를 지키는 일이다.
분수를 아는 사람은 품격이 있는 사람, 사람대접 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품격 있는 횡성이 된다.

생떽쥐뻬리는 소설 <어린왕자>의 서문에서, “어른들은 모두 어린시절을 겪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극히 드물다”고 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분수가 무엇인지 다 알지만 그것을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군민을 위해 일한다는 사람들이 군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군민에게 기쁨을 주기는커녕 걱정만 끼친다면, 누군가를 대표하면서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면 분수를 알고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 아닌가. 하물며 우리집 개도 자기의 분수를 알고 개의 도리를 다하는데 말이지.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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