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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21)

이름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18일

↑↑ 이 철 영
편집국장
ⓒ 횡성뉴스
이름짓기의 어려움
25년 출판편집자로 살면서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것은 책 제목을 정하는 일이었다. 제목은 한 권의 책을 가장 간단하게 표현하고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구매로 유혹해야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제목을 잘 지으면 절반의 성공은 기본이다. 단행본 출판사에서 한 권의 책은 하나의 독립된 사업이나 마찬가지다. 발행 후 초기에 주목받지 못하면 시간이 지나도 팔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간혹 그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거나 특별한 이슈에 편승해 매스컴을 타는 경우 창고에서 잠자고 있던 책이 갑자기 불티나게 팔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황동규 시인의 시집 <삼남에 내리는 눈>은 초판 물량으로 찔끔찔끔 팔리고 있었는데 그 시집에 수록된 ‘즐거운 편지’가 영화에 소개되면서 갑자기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다. 이는 매우 희귀한 예라 이런 것을 믿고 출판했다가는 여지없이 쪽박을 차고 만다.

이름은 정체성의 표현
사람이나 사물에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으로 우리는 대상을 규정하고 구별하고 인지한다. 책 제목이나 사람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이름이 곧 정체성을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책과 구별되는 제목,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이름이니 지을 때 잘 지어야 하고, 다른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어서도 안된다. 그러니 이름을 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신문의 경우도 기사 제목을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열독률이 달라진다. 그래서 신문이나 인터넷매체의 기사는 제목으로 승부한다.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꼬드긴다. 제목만 보고 기사를 보면 종종 기사의 내용과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된다. 속칭 “낚였다”고 한다. 알면서도 자꾸 낚인다.

파동에너지를 생각하자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사주와 음양오행을 따져 이름을 지었다.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서 유명한 작명가를 찾아가 비싼 이름값을 지불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름을 한자로 짓다보니 뜻은 좋아도 발음이 이상해서 놀림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개명을 쉽게 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호적에 올린 이름을 바꾸는 일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어떤 사람이 술자리에서 자신은 이름을 잘못 지어서 인생이 꼬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름을 바꾸겠다며 명리학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름이 얼마나 운명을 좌우하는지는 모르겠다.

명리학에서는 이름을 중시하겠지만 우리말로 발음되는 소리에는 명리학에서 접근할 수 없는 파동이라는 것이 있다.

파동은 에너지다. 좋은 파동은 좋은 에너지를 만들고 나쁜 파동은 나쁜 에너지를 만든다. 욕을 할 때 쓰는 말과 칭찬할 때 쓰는 말을 떠올려보면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그 느낌이 곧 파동 에너지다. 이름을 지을 때는 먼저 소리내어 불러봐야 한다. 좋은 파동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름이 좋은 이름이다.

이해할 수 없으면 전달할 수 없다
책 제목은 1차 광고다. 잘 지은 제목은 입에서 입으로 전달이 잘 되어 광고효과가 크다. 지자체의 슬로건을 짓는 것도 책 제목 짓는 만큼이나 중요하고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지자체에서는 공모를 통해 여러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한다.

슬로건의 목적은 직접 홍보다. 그러기 위해서는 뜻이 명확해야 하고,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려면 간단, 명료해야 한다. 발음도 무리없이 할 수 있어야 하고 리듬감까지 있으면 더욱 좋다.

뜻이 모호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우면 전달이 안된다. 즉 홍보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슬로건은 잘 지어야 한다.

횡성군의 군정슬로건 “내가 이루는 도시, 꿈을 이루는 횡성”을 보자. 일단 문장이 안된다. ‘이루다’는 말은 상태나 결과를 생기게 하거나 일으키거나 만든다는 뜻이다. 정확한 문장이 되려면 ‘내가 OO을 이루는 도시’가 되어야 하는데 OO이 빠져 무엇을 이루는 도시인지 모르게 됐다.

그리고 뒤에 나오는 ‘꿈을 이루는 횡성’에서 ‘이루는’이 반복됐다. 짧은 슬로건에서 단어가 반복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슬로건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내가 꿈을 이루는 횡성” 정도가 된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정 슬로건도 바뀔 것이다. 단순하고 간단할수록 오류가 일어날 가능성이 적어지고, 군민에게 전달하는 효과도 강해진다. 책 제목과 마찬가지로 영향이 큰 게 지자체 슬로건이다. 멋진 슬로건 한번 보고 싶다.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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