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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 마음의 보석상자 (134)『형제간의 사랑』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25일

↑↑ 현 원 명
횡성향교교육원장
ⓒ 횡성뉴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 순서와 차례가 있다는 뜻이다. 위아래를 몰라본다는 말도 위계질서의 흔들림을 경고함으로써 순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맹중숙계(孟仲叔季)는 형제간의 출생순서를 반영한 한자이다. 즉 맹(孟)이 맏이, 중(仲)이 둘째, 숙(叔)이 셋째, 계(季)가 넷째의 순서이다.
끝 계(季)는 어린 싹이라는 뜻으로 벼(禾)의 수확에 일손이 많이 필요해 어린아이 막내(子)도 동원되어 도와야 한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서양속담에 보면 형제는 하늘이 내려준 벗이자 삶의 언덕이다. 학교에서 학부형(學父兄)대신 학부모(學父母)란 말이 쓰인 것도 오래되지 않아 우리 사회에서 ‘형’이 가진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느낄 수 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누군가에게 얻어터질 위기의 순간에 “우리 형에게 이를 거야!”라고 외칠 때의 그 든든함이란 아버지에게 이른다고 하는 것보다 대단했다. 아버지에게 이르면 못난 칠푼이 같지만, 형에게 이른다는 것은 마치 히든카드를 내미는 것처럼 짜릿하기까지 했다. 형의 주먹이 엄청나게 세지는 않더라도 지원군이나 보호막이자 의지할 언덕이었다.

맏 형(兄)과 아우 제(弟)의 한자에는 끈끈하고 뜨거운 형제애가 있다. 형제(兄弟)에는 재산 권력 등 경쟁을 배제하면 형제야말로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지원해주는 천생의 영원한 벗이자 같은 기운을 타고난 세상에 둘도 없는 동기이다.

형은 집안 대소사를 챙기며 질서를 세우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아우 제(弟)는 말뚝 익(弋)과 활 궁(弓)이 합쳐진 글자로 나무말뚝에 차례대로 밧줄(弓)을 감아놓은 모습에서 형 다음이 아우라는 것을 보여준다. 의좋은 형제를 기러기 안(雁), 항렬 항(行)안항(雁行)이라 하고, 남의 형제를 물어볼 때 유식하게 “안항이 어떻게 되십니까?”라고 묻기도 한다.

이는 기러기(雁)가 절도있게 줄지어 날면서 오순도순 사는 모습이 마치 다정한 형제처럼 보이는 데서 비롯되었다. 기러기가 사이좋게 날아갈 수 있는 비결도 질서있게 줄을 지키며 남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형제도 형은 형답게, 아우는 아우답게 행동하여 질서를 해치지 않아야 사이좋은 형제가 될 수 있다. 천자문(千字文)에 “공회형제 동기연지(孔懷兄弟 同氣連枝)가 있다. ‘형제가 서로 깊이 생각해주는 것은 기운이 같고 가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게 사랑하여 잊지 못하는 것은 형제간이니, 동기란 원래 한 나무에서 가지가 나누어진 것이다. 형제는 부모의 기운을 함께 받았으니 이것을 나무에 비하면 부모는 나무의 뿌리이고 형제는 나무의 가지가 이어진 것과 같다.

이것을 안다면 형제가 어찌 서로 우애롭게 지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선후기 실학자 정약용과 정약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끈끈한 형제애를 과시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4살 나이 차이로 같은 시대에 문과에 함께 급제하여 벼슬했고 같이 불행한 때를 만나 감옥에 갇히고 유배살이를 하는 아픔도 함께 겪었다.

형님인 정약전은 흑산도로, 동생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하여 헤어지는 지점인 율정에서 쓴 정약용의 시 <율정별>에 “초가주점 새벽 등불 꺼지려 하는데 일어나서 밝은 샛별 보니 장차 이별할 일이 참담하구나. 두 눈만 말똥말똥 서로 말이 없네, 목청 억지로 바꾸려니 오열이 되고 마네(후략).”

조선시대 27명의 왕 중 맏아들은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경종 뿐이고 그나마 특출한 업적을 남긴 임금은 눈에 띄지 않는다.

또 장수한 인물은 숙종 한 명 뿐이고 나머지는 요절했다. 맏이란 축하받을 수도, 저주받을 수도 있는 자리다. 축하할 축(祝)이나 저주할 주(呪)에 모두 맏 형(兄)이 들어있다. 누가 형인지도 모르게 금전과 권력을 놓고 경쟁하면 결국 집안이나 나라에 분란이 일어난다.

맹중숙계(孟仲叔季)의 질서에 균열이 일어났을 때 대처법은 서로 양보하는 미덕과 경쟁이다. 삼국지 조조는 맏아들 조비와 차남 조식을 경쟁을 붙여 후계자를 정했다. 지지세력 확보도 중요하다. 한고조 유방의 장자 유영은 후계자 경쟁에서 이기려고 실력파 인재를 확보해 능력을 증명했다.

고려사(高麗史)에 같이 길을 가던 형제(兄弟)가 금덩이를 주워 나눠 가졌다. 동생이 갑자기 자기 몫의 금덩이를 강물에 던져버렸다. 깜짝 놀란 형이 묻자 제 마음속에 생긴 나쁜 마음을 없애 버렸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형도 황금의 욕심으로 우애에 금이 갈까 두려워 주운 황금을 강물에 버렸다는 형제투금(兄弟投金)은 형제간의 사랑이 집안의 기둥임을 보여준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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