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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5) - 손호중 전 횡성경찰서장

경찰 36년, 고향 횡성에서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
경찰은 소금, 공기 같은 존재, 다시 태어나도 경찰 선택할 것
청소년이 지역의 주인, 그들 위해 할 수 있는 일 찾고 싶어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4월 15일

          손  호  중 전 횡성경찰서장

ⓒ 횡성뉴스

사법고시를 준비하다가 1차 시험에 합격하고 2차 시험에 낙방한 뒤 경찰에 들어갔다. 동해경찰서 형사계장으로 근무하는 친구를 만난 뒤 경찰로 인생행로가 바뀌었다.

사법고시 공부를 하고 있던 터라 행정학만 추가로 공부하면 돼서 어렵지 않게 경찰시험에 합격했다. 그렇게 들어간 경찰이 평생직업이 되어 1984년 4월부터 2018년 말까지 36년 동안 경찰 제복을 입었다.

청와대 내부 경호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101경비단을 비롯해 춘천 등 5개 시군에서 근무하다가 퇴임을 앞두고 횡성근무를 강력히 요청해 36년 경찰 생활의 마무리를 횡성에서 할 수 있었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경찰의 길을 가고 싶다는 그는 개인적인 보람보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평생 해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안흥 소사리 그의 땅에는 30년 전부터 심기 시작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평소에도 나무에 관심이 많아 재직 중에도 주말을 이용해 나무를 관리해왔다. 퇴직 이후 나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져 즐겁다는데,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얼굴에도 봄 나무의 싱그러움이 드러난다.


횡성군청 마당이 놀이터였던 어린시절
1958년생인데 학교는 57년생과 같이 다녔다. 횡성에서 태어나 횡성초·중·고를 졸업했다.
당시 횡성초등학교는 학생이 많아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수업을 받았다. 내가 5학년 때 성북초등학교가 생겼다. 횡성초 학생들이 성북초로 많이 갔는데 읍내 지역을 나눠 배정했다. 그때 성북초로 간 동기들이 성북초 2회 졸업생이 됐다.

외지에서 근무하다 가끔 횡성에 오면 어릴 때 소풍 다녔던 이승만 별장이나 진양원을 둘러보곤 했다. 지금 대화제약 자리가 진양원이었는데 당시 정석모 내무부장관 개인별장이었다. 그걸 주민들에게 개방해서 소풍도 다니고 주민들이 놀러도 갔다. 예전에 군청이 경찰서와 나란히 있을 때 군청 마당을 놀이터 삼아 뛰어다니고 그랬다.

사법고시 2차시험 낙방으로 경찰과 인연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1차시험은 붙고 2차시험에 낙방했다, 그때 친구 중 한 명을 만났는데 그 친구가 일찍 경찰에 들어가 경위를 달고 동해경찰서 형사계장으로 있었다.

사법고시 2차시험에 떨어졌던 터라 경찰시험을 볼 생각이 들었다. 공부하던 과목이 다 중복되고 행정학만 추가하면 돼서 무난하게 합격했다. 인생 항로가 바뀌게 될 거라곤 그때 생각하지 못했다. 84년 4월부터 1년 교육받고 85년 4월에 춘천경찰서로 배치됐다.

경위 때 평창올림픽 끝나고 서울 101경비단으로 갔다. 101경비단은 청와대 내부 경호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이다. 대통령 경호처와 청와대 경호, 대통령의 안위와 신변보호가 주 업무다. 80년대는 대학생 시위가 한창일 때였다. 한여름에 방독면, 특수장비, 복장을 갖춰입으면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92년 말 경감 진급시험을 통과했다. 경정까지는 반은 심사, 반은 시험이었다. 경감 달고 춘천경찰서 기동대장으로 갔다. 서울에서 경감을 달면 전국으로 내려보낸다. 후에 다시 서울로 가려고 했지만 그새 서울 집값도 많이 오르고 부담이 커서 포기했다. 그 바람에 춘천경찰서에서 경위부터 총경까지 전 계급을 다 거친 유일한 사람이 됐다.

누군가 해야 할 일 한 것, 다시 태어나도 경찰의 길 걷고 싶어
퇴임하고 나서 보니 경찰은 소금이나 공기 같은 꼭 필요한 존재란 생각이 든다. 당연히 있어야 할 것처럼 생각해서 그런지 경찰을 고마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군청업무는 복지행정, 적극행정이지만 경찰업무는 소극행정이다. 적극행정은 권장하고 다가가고, 이거 하자, 저거 하자 그러지만 경찰행정은 소극행정이라 하지 말라는 것이 많다. 불법무기 소지하지 말라, 빨간불에는 건너지 말라는 식의 규제행정이다.

우리나라 치안이 세계 최고수준에 오르기까지 경찰의 역할은 컸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하면 질타를 받는다. 사전에 예방을 못했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다. 열 가지 못하다가 한 가지 잘하면 칭찬받지만 열 가지 잘하다 한 가지 못하면 욕을 먹는다.

경찰에도 군대 병과처럼 경과가 있지만 나는 주로 정보, 경무(인사)쪽 부서에 많이 있었다. 수사는 못해보고 60% 이상을 정보 분야에서 근무했다.

평생 경찰로 근무했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개인적인 보람이라기보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 생각하고 만족한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길을 선택하고 싶다. 성격에도 맞고.

자치경찰 시작단계, 2∼3년 지나야 자리잡을 듯
강원도에 자치경찰제도가 도입된다고 한다. 자치경찰제도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수사권이 경찰로 대폭 이관되면서 경찰조직과 권한이 비대해질 것을 우려해 만든 제도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와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많은 엄청난 권력을 행사해왔다.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바꾸는 것 말고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었다. 수사와 기소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영장을 칠 수도 안 칠 수도 있다. 아예 형사소송법에 기소편의주의가 명시돼 있다. 법정주의도 아니고. 이런 사회적 부작용은 해소돼야 하고, 자치경찰제 또한 마땅히 가야 할 길이다.

자치경찰제가 아직 확실한 방향이 정해진 것 같지 않다. 몸은 국가경찰이고 일은 자치경찰이다.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복지포인트도 일부는 국가경찰, 일부는 자치경찰, 월급은 국가에서 수당은 지자체에서. 예전에 도입 논의 당시에는 완전한 자치경찰을 추구했다.

지금은 일부 업무가 분할돼 치안, 교통, 여성, 청소년 등 주민생활밀착형, 주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형태의 치안에 집중돼 있다. 앞으로 2~3년이 지나면 자리가 잡힐 것으로 본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할 때 지원자가 많았다. 3~40%는 자치경찰로 갈 의향이 있다고 하더라. 자치경찰이 복지가 훨씬 낫기 때문이다. 국가경찰 복지는 사실 열악한 편이다. 예산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푼을 써도 다 국회를 거쳐야 한다.

ⓒ 횡성뉴스

주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따뜻한 경찰 위해 노력
횡성경찰서에서 1년 반 근무하고 퇴임했는데 고향에 오고 싶어서 강력하게 요청했다. 한번도 횡성에서 근무를 못해봤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횡성에서 근무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횡성에서 근무할 때 고향을 위해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지만 기간이 너무 짧았다. 인위적인 노력으로 뭘 바꾸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도시경찰과 시골경찰이 특별히 다를 건 없겠지만 업무량 차이는 있다. 도시는 일이 많다. 상대적으로 시골은 좀 편한 편이다. 사건사고도 적고. 원주만 해도 일이 엄청 많다. 그래서 경찰은 1인당 사건처리 수로 통계를 낸다. 대신 여긴 여기대로 할 일이 많다. 나는 평소에 직원들한테 주민들과 자주 얘기도 나누고 가까이 다가가라고 했다. 다니다가 주민을 보면 차 세워놓고 주민들과 놀라고 했다.

나는 여기 와서 제일 힘든 사람부터 먼저 만났다. 항상 직원들한테 주민들에게 잘해드려라, 안그래도 불편한 마음으로 경찰서에 들어오는 사람들인데 따뜻한 차 한잔이라도 대접해라, 다 우리 고객이다. 이 사람들 없으면 우리 잘린다며, 심지어 도둑한테도 잘해주라고 했다.

경찰은 시스템상 규제행정이라 따듯하게 다가가기 어렵다. 주민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게 경찰이지 않나. 경찰서와 병원 두 군데만 안 가면 된다는 소리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다.

지금은 폐간됐지만 횡성군 월간소식지 <섬강의 물소리>를 통해 경찰소식을 많이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시군에 있을 때도 그랬다. 경찰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홍보물은 돈도 많이 들지만 중요한 건 아무도 안 본다는 것이다. 경찰서에서 만들고, 경찰 얘기만 하면 누가 보나. 보는 사람 기준에 맞춰야 한다.

이에 비해 지역신문이나 섬강의 물소리는 다양한 컨텐츠를 담고 있어서 보는 사람이 많다. 이런 매체를 통해 홍보하는 게 좋다. 홍보자료 열심히 만들라고 했더니 직원들은 귀찮아한다. 안해본 일이니까. 제일 훌륭한 서장이 누구냐면 자기한테 잘해준 사람이라고 한다. 일 시키면 싫어한다.

자유인이 돼도 자유롭지 않아
우리 부부는 경찰, 교육공무원으로 있다 퇴직했는데, 결혼할 때 횡성사람인 나는 춘천으로 가서 파출소장으로 근무하고, 아내는 춘천사람인데 횡성 청일중학교에서 근무했다.

횡성에서 초중고를 다 나왔다고 사람들은 ‘성골’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퇴임하고 평생 지내온 틀에서는 해방되었지만 지역에서 살다보니 또 다른 틀이 있었다. 지역이 좁다 보니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조심스러워 운신하기 힘들다. 경찰에서 퇴임했지만 여전히 ‘전 횡성경찰서장’이라는 직책을 달고 간다. 이것은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어도 변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몸으로 2년을 지내면서 농담 삼아 아내에게 선출직으로 지역에 봉사하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았더니 횡성에서 그것밖에 봉사할 게 없냐, 다섯 개 시군에서 경찰서장을 했던 사람이 뭐가 부족해 그러냐며 자기를 이해할 수 있게 설득해보라고 했다. 사실 선거직은 거칠고 힘든 직업이다. 적도 많이 만든다.

나무와 함께 사는 꿈, 20여년 전부터 준비
2018년 말에 퇴직했지만 재직중에도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자주 횡성에 왔다. 또 물려받은 땅이 있어서 주말마다 내려와 나무를 심고 관리했다.

오래전부터 나무에 관심이 많았다. 퇴직 전부터 하고 싶은 일이었다. 30년 전에 2만5천평에 소나무 12,000그루를 심었다. 비료 주고, 사람 사고... 돈도 품도 많이 들었다. 새벽에도 일하러 나갔다.

아마 내 평생 월급 4분의 1은 여기 들어갔을 거다. 아내는 나에게 직장 잘 다니고 있으면서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안쓰러워했다.

청소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찾고 싶어
경찰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특히 청소년 문제에 관심 많았다. 청소년들이 지역의 진짜 주인이다. 우리는 흘러가는 물이고, 벌써 멀리 왔다. 청소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적극 나설 생각이다.

무슨 위원회 같은 기존의 시스템에 들어가봐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빤할 것 같다. 그런 거 말고, 사비가 들어가더라도 청소년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보고 있다.

청소년 문제는 횡성뿐만 아니라 도나 국가도 다 해당된다. 적어도 도 단위에서만이라도 실질적으로 청소년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면 좋겠다.

강원도에서 자치경찰제 도입하는데 상임위원장이 횡성 5년 선배다. 청소년을 위한 어떤 기구라도 하나쯤 생겼으면 좋겠다. 청소년들이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매카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우열을 가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위 학생들에게도 충분히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횡성의 미래이고, 횡성에 희망을 심는 일이다.

수도권 횡성의 입지 장점 살려 미래 설계해야
횡성은 입지가 좋다. 요즘은 교통이 발달해서 더 좋아졌다. 춘천, 정선, 평창 등 5개 시군에서 경찰서장을 했는데, 정선사람들은 횡성을 수도권이라고 한다.

횡성에 가면 서울까지 반, 3분의 2는 간 거라 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 횡성사람들은 이 좋은 입지를 잘 못느끼는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입지를 잘 활용해야 한다. 수도권 2,500만 인구를 대상으로 횡성을 잘 팔아야 한다. 횡성에서는 다 팔아도 4만6천이다.

경찰근무 36년 동안 다양한 지역에서 많은 사람 상대해봤다. 그런 시각으로 횡성을 보면 달리 보이는 게 있다. 횡성은 입지 장점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이것이 횡성군정에 많이 반영되면 좋겠다.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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