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성군정 소식을 전하는 새로운 소식지 <횡성 바람>이 올해 3월 제1호를 발행했다.
기존에 발행됐던 <섬강의 물소리>가 지난 2020년 12월(통권 54호)로 폐간된 지 3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지난 5년간 발행해온 <섬강의 물소리> 대신 새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한 소식지가 나온다는 소식에 군민들은 기대가 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막상 새로운 소식지를 받아본 군민들의 표정이 떨떠름하다. 왜일까?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전국 자치단체에서는 저마다 시·군정을 홍보하는 소식지를 발행하고 있다. 소식지를 발행하는 목적은 시·군정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적을 홍보하는 수단으로도 공공연하게 이용돼왔다. 이를 나무랄 수는 없다.
단체장의 업적이라는 것도 결국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시·군정의 일환이기도 하고 공공정보로서의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지 30년이 됐다. 그동안 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소식지도 많이 변했다.
처음에는 일방적인 시·군정 홍보에 집중했으나 이제는 시·군정 홍보뿐만 아니라 지역의 역사, 문화, 관광, 인물, 교양, 생활정보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며 풍성한 교양, 정보지로 발전한 것이다. 그 이유는 일방적인 시·군정 홍보만 전달하면 독자들이 식상해하고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온통 시·군정 소식으로 채워지는 소식지는 열독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소식지를 발행하는 목적도, 효과도 빛이 바랜다. 봉투도 뜯어보지 않고 버려지는 소식지의 운명은 얼마나 비참한가. 비용 또한 국민의 세금인데 이는 또 얼마나 아까운가.
시대가 바뀌면서 홍보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홍보가 곧 경쟁력이 되다보니 자치단체의 홍보 예산도 늘어나고, 소식지뿐만 아니라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 카카오,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아무리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채널을 다양화해도 거기에 담기는 컨텐츠가 부실하면 아까운 돈, 시간, 인력만 낭비하게 된다. 양념이 맛있어야 요리가 되듯 다양한 컨텐츠라는 양념이 가미돼야 홍보라는 요리가 완성된다.
횡성군의 소식지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최초의 횡성군 소식지 <자치마당>은 지방자치제가 시작되고 다음해인 1996년 3월에 창간됐다. <자치마당>은 책자 형태로 분기별 1회 발행되면서 20년 동안 통권 72호를 선보였다. 군정소식 비중이 크긴 했지만 지역의 인물, 역사, 문화 소식이 곁들여졌다.
그러나 분기별 1회 발행하다보니 3개월치 군정소식을 한꺼번에 담을 수밖에 없어 소식지의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 <자치마당>은 2015년 겨울호(72호)를 끝으로 20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새로운 소식지 <섬강의 물소리>가 탄생했다.
2016년 3월에 창간한 <섬강의 물소리>는 매월 1회, 신문형태로 발행하면서 2020년 12월호를 끝으로 폐간되기까지 5년간 통권 54호를 발행했다. 책자 형태로 3개월에 한번 발행되던 <자치마당>에 비해 신문형태로 매월 1회 발행하는 <섬강의 물소리>는 새로운 변화였다. 군정홍보의 비중보다 지역의 문화컨텐츠 비중이 높아 횡성군민뿐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소식지를 구독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자치마당> 20년, <섬강의 물소리> 5년에 이어 횡성군정 소식지는 이제 <횡성 바람>으로 다시 이어가게 됐다. 담당부서도 횡성군청 기획감사실 홍보계에서 자치행정과 행정계로 바뀌었다.
군에서 자체 기획하던 시스템도 전 과정을 외주작업으로 바꾸었다. 횡성군에서 제시한 소식지 기획·편집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외주업체의 역할은 ‘주요 군정소식 및 인물, 관광 등 횡성군에 대한 기획, 취재를 통해 자료를 수집, 기사작성, 사진촬영 및 편집, 표지작업, 시안 디자인 작업 등을 직접 수행, 보다 다양하고 알찬 지역 소식을 담아내고’, ‘횡성군의 향토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연구, 발굴하여야 하며, 관련 성과는 기사로 작성, 월 1회 이상 수록’하고, ‘칼럼, 연재소설, 시, 수필, 카툰, 퍼즐, 퀴즈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여 독자들이 만족할 만한 내용으로 구성해야 하며, 전문필진 및 외부기고 등 외주 필진에 대한 섭외·운영·관리’까지 담당하게 되어 있다.
횡성군이 제시한 과업지시서를 보면 새로운 소식지로 개편하는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이 일을 담당하는 외주업체가 이러한 조건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담당부서에도 전문인력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새로운 소식지는 기존에 발행하던 소식지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군민에게 사랑받는 소식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창간호를 받아보니 군의 의도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겠다. 그 어디에도 군의 의도가 반영된 부분이 없으니 눈치를 챌 수도 없다. ‘다양한 콘텐츠’는 고사하고, 오로지 군정홍보만으로 가득찬 <횡성 바람>을 서울의 한 독자는 ‘공산당 기관지 같다’고 평가했는데, 횡성군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20년 전보다 더 빈약한 콘텐츠를 새로운 변화라고 우긴다면 이건 폭력이다. 횡성에 바람이 불고 있기는 한데 참 이상한 바람이 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