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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철 영 편집국장 |
| ⓒ 횡성뉴스 | 지역 역사의 가치는 누가 알아주는가 12년 전 횡성에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횡성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횡성에 살면서 횡성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있겠다 싶어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보다 <횡성군지>를 보고 상당한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횡성군지를 읽다보니 지명유래 이야기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지명에는 그렇게 정한 내력이 있다. 그래서 지명도 하나의 역사다. 횡성이라는 이름만 해도 그렇다. 왜 횡성이라고 지었을까.
자료를 보니 고구려시대에는 횡천(橫川)으로 불리다가 신라시대에는 황천(潢川)으로 불렸다. 조선시대 세종실록지리지에 ‘횡천이 인근 홍천과 음이 비슷하여 혼동이 우려돼 횡성으로’ 고쳤다는 기록이 있다. 횡천과 황천에 대한 유추는 분분하나 정설로 기록된 자료는 못찾았다.
다만, 횡천과 황천에 내 천(川)자가 공통으로 들어간 것을 보면 지금의 섬강을 지명에 반영한 듯하고, 웅덩이를 뜻하는 황(潢)이 은하수를 뜻하기도 하니 황천이라는 이름은 ‘은하수가 강물처럼 흐르는 곳’이라 해서 지은 것으로 추측한다는 설에 반기를 들기 어렵다.
2012년 횡성군에서 발행한 <횡성문화총람>은 ‘횡성을 알고 사랑하고 횡성사람이 되기 위한 111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이 책은 이전에 발행된 횡성군지의 방대한 양을 대폭 축소해서 요약한 책이다. 횡성군민들에게는 얼마나 알려졌는지는 모르겠으나 나 같은 외지인에게도 횡성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시간은 같아도 역사는 다르다 우주의 시간은 같아도 공간의 역사는 제각기 다르다. 역사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과 장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는 사소한 개인사부터 소소한 사건까지 다 포함한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한 시대의 역사를 이루게 된다.
횡성의 곳곳을 다녀보면 재미있는 횡성의 역사가 보인다. 태종대에는 태종 이방원과 운곡 원천석의 역사가 전해지고 있고, 풍수원성당에는 천주교 박해로 피난 온 사람들이 성당을 짓는 과정과 강원도에 천주교가 전파된 내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답산, 태기산 등 횡성을 둘러싸고 있는 산과 들에도 재미난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횡성읍 승지봉 아래 있는 운암정도 아름다운 사연을 가지고 있다.
정자 안에는 정자의 내력을 적은 ‘운암정서’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 글은 1944년 당시 횡성군수 유태명이 지은 글이다. 정자를 지은 이원직과 김종운을 예찬하는 내용과 유태명 군수가 지은 시가 들어있다. 사연을 알고 보니 운암정이 훨씬 아름다워보인다.
태기왕의 전설을 역사로 만들자 횡성군에서 발간한 <강원도 비림에 숨겨진 보물 풍수원성당>은 우리가 모르고 있던 성당의 비밀과 횡성 천주교의 새로운 역사를 잘 복원해 풍수원성당의 역사적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또 태기산 화전민 마을에 있었던 태기분교 이야기는 팍팍한 시절을 힘겹게 버텨낸 민초들의 역사로 횡성의 현대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횡성에는 철기유적지가 발견될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지역이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태기왕 전설과도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횡성군에서는 태기왕 전설을 스토리텔링화하기 위해 지방언론사와 함께 몇 차례 심포지엄을 열은 바 있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해서 기존의 자료 외에 새로운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군 관광개발부서에서 태기왕 스토리텔링을 책자로 완성했는데 그 책이 <태기유사>다.
이 책은 역사 기록이 부족한 태기왕 전설을 횡성의 지명과 지형, 역사적 개연성을 조화롭게 엮어 마치 한권의 역사서를 보는 느낌을 준다. 실체가 없이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태기왕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고 실감난다. 그러나 이 책은 예산문제로 널리 배포되지 못하고 소량의 책자만 만드는 것으로 과제를 끝낸 듯한 인상을 주었다.
태기왕 전설은 횡성의 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태기왕은 왕국을 건설하지는 못했지만 한때 횡성지역을 지배하면서 왕국의 꿈을 꾸었다. <태기유사>로 스토리텔링이 완성되었으니 이제는 전설을 역사로 만들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숙제다.
태기왕의 부활을 기대한다 얼마 전 한 지방신문에 횡성군수의 칼럼이 실렸다. 태기왕의 전설에 관한 이야기였다.
“역사가 기록하지 못했던, 하지만 실존했으리라 믿어지는 태기왕 이야기를 생생한 현재로 끌어 내어 지역 고유의 역사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한 움직임에 망설임은 필요없다.”
멋진 글이다. 태기왕이 곧 부활할 것 같아 설레기까지 한다. 드라마나 연극, 각종 공연의 주제로도 훌륭하지 않겠는가. 태기왕을 횡성의 왕으로 추대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