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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26)
나뭇결과 사람 결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0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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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철 영 편집국장 |
| ⓒ 횡성뉴스 | 두 번 사는 나무 나무는 죽어도 다시 태어난다. 살아서는 꽃과 잎으로 피고 지다가 죽어서는 목재로 살아나 집으로, 가구로, 이런저런 작품으로 수백 년을 더 산다. 사람보다 오래 살고, 사람보다 오래 남고, 사람보다 더 쓸모있는 생을 두 번이나 사는 셈이다.
나무가 주는 혜택이 인간으로서 고맙기만 하다. 나무는 인간에게만 혜택을 베푸는 것이 아니다. 새와 곤충, 동물 등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나무의 은총을 누리고 산다.
공기와 물을 정화시켜주는가 하면 산사태를 막아주기도 하고, 땔감이 되어 에너지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수백 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아무런 욕심도 없이 베풀기만 하는 나무야말로 진정한 지구의 주인이다. 아마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나무는 결코 멸종되지 않을 것 같다.
시골목수 또는 생활목수 시골에 와 살면서 목공 일에 취미가 생겼다. 진돗개를 두 마리 데리고 오면서 개집을 만들어주려고 몇 가지 장비를 샀다. 그런데 개집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알아보니 생각보다 비쌌다.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집이 오히려 나무 값보다 싸고 보온도 잘 될 것 같았다.
처음 하는 목공 실력이라 파는 개집만큼 잘 만들 자신도 없어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직접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말았다. 그래도 장비를 사놓았으니 뭐라도 만들어봐야겠어서 야외에서 쓸 테이블과 의자 같은 소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정원 디자인과 목공일을 하는 친구 내외를 따라다니며 데크, 정자, 온실 같은 것을 같이 만들었다. 친구가 최초의 목공 사수인 셈이다.
목공일은 하면 할수록 재미가 붙었다. 나무를 가지고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무를 만지는 시간이 늘면서 나무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시 쓰는 나무 20대부터 시를 썼다. 1990년에 첫시집을 내고 지금까지 두 번째 시집을 내지 못했으니 어지간히 게을렀다. 가뭄에 콩나듯 한 편씩 쓰는 시는 가끔 문예지에 한두 편 발표하는 정도라 시인이라 하기에도 부끄럽다.
어느 날 나무를 다듬다가 문득 나무가 시를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쓰는 시가 내 삶의 흔적이라면 나무는 자신이 살아온 흔적을 무늬로 남기고 있었다.
모양도 제각각인 나이테, 갈라지고 터지고, 불규칙한 옹이의 흔적 모두가 나무가 살아온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게 시가 아니고 무엇이랴. 옹이 하나 없이 반듯한 나무보다 상처투성이 나무에게 더 애정이 갔다. 나무의 삶도 참 고단했으리라.
똑같은 나뭇결 없고 똑같은 사람도 없다 나무는 살아 있을 때 보여주지 않던 속살을 죽고 나서야 보여주고 다시 태어난다. 어린 새싹이 자라서 가지가 되고, 더러는 부러지고 또 새로 나고, 상처도 병도 견뎌내면서 그렇게 수십, 수백 년을 살면서 만들어진 나뭇결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뭇결이 곧 나무의 심성이다. 나뭇결이 똑같은 나무는 없다. 같은 종류의 나무라도 살아온 환경이 다른 탓에 서로 무늬가 다르게 나타난다.
나뭇결이 나무의 심성을 나타내듯 사람도 결이 있어 저마다 다른 모양을 드러낸다. 사람도 그렇다. 똑같은 인생이 없고, 똑같은 사람이 없다. 나뭇결을 보고 나무를 판단하듯 사람도 결에 따라 달리 평가된다.
사람 결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나무가 일생을 살면서 자신의 무늬를 만들어가듯 사람도 살면서 자신만의 무늬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만든 무늬를 나무는 죽어서 보여주지만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수시로 보여준다.
술에 취했을 때도 사람 결이 잘 드러난다. ‘취중진담’이란 말처럼 사람은 술에 취하면 이성이 마비돼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특히 잘 보여줄 때가 있는데, 갑자기 지위가 달라졌거나, 벼락부자가 되었거나, 원하던 권력을 얻었거나 할 때다.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의 사람은 다르다. 경험해보지 않고는 잘 모르는 게 사람 속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지 않은가. 비근한 예가 선출직 공무원이다. 선출직 공무원은 선거 이전과 선거 후에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뽑아놓고 후회하는 이유다.
나뭇결은 우리 눈에 보이지만 사람의 결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결은 보이지 않는 형태로 나타난다. 말과 행동, 생각이 곧 사람의 결이다. 그래서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는 이렇게 가르쳐준다.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0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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