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6-05-04 오전 09:42:43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논설/컬럼

<데스크 시평 時評> 낯뜨거운 취임 1주년 축하 현수막 군사독재시절이 떠오른다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5월 06일

나이 들면서 주변에 경조사가 많아졌다. 하긴, 사는 게 다 경조사의 반복이다. 슬픈 일은 슬픈 일대로 나누며 서로 위로하고, 기쁜 일은 기쁜 일대로 나누며 서로 축하하는 게 우리가 사는 모습이다.

축하와 위로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 더러는 마음이 아니라 의무감이나 인사치레를 더 앞세우는 경우가 더 많으니 진심으로 축하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쉽지 않아졌다.

장례식장에 문상을 갈 때 슬픔의 무게는 저마다 다르다. 고인이나 유가족과 가까운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 슬픔의 무게도 달라진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면 굳이 위로의 말도 필요없다.

문상 자체가 진심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얼굴만 보아도 함께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진정한 위로다. 결혼식장이나 잔칫집에 갈 때도 마찬가지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관계가 다양해지면서 애경사도 많아졌다. 일일이 다 참석하기 어려울 정도다.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할 경우에는 예의상 봉투만 전달하기도 한다.

그저 그런 사이거나 데면데면한 사이라면 받는 사람도 이해하고 보내는 사람도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주 친한 사이라면 서로 서운해하고, 미안함도 오래 간다.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줄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진리다. 애경사에 진심으로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내가 슬플 때 진정으로 위로해줄 사람이 있고, 내가 기쁠 때 진심으로 기뻐해줄 사람이 있다면 잘 살아왔다는 증거다.

요즘 읍·면 곳곳에 눈에 띄는 현수막이 걸렸다. 군수 취임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아니라 ‘취임 1주년’을 축하하는 현수막이다.

이 현수막은 지역 동문회와 특정 단체에서 내걸었는데, 과연 진심으로, 자발적으로 축하하는 마음으로 걸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설령,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으로 걸었다 하더라도 자연스럽지는 않다. 시기로 보아도 적당하지 않다.

게다가 취임이나 퇴임처럼 처음이나 마지막을 축하하는 현수막은 많이 보았지만 취임 1주년을 축하하는 현수막은 낯설다. 취임 1주년이라는 것이 큰 의미도 없거니와 보는 사람에게도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과거 유신시대나 군사독재 시절에는 이런 일이 흔했다. 사회단체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앞다투어 독재정권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했고, 독재정권은 이를 부추기고 즐기기까지 했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오래전의 유신독재시대도 아니고, 군사독재시대도 한참 지난 요즘 같은 민주화시대에 이런 축하 현수막을 보게 될 줄이야.

요즘 시대에 이런 현수막을 건다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일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이 조롱거리가 되거나 비아냥거리기에 딱 좋은 소재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런 현수막이 낯뜨거워지는 이유다. 낯뜨거운 일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군수 취임 1주년 기념식수를 비롯한 특별행사가 이틀에 걸쳐 열리기도 했는데 역대 어느 군수가 취임 1주년 행사를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자축행사라면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할 일이지 취임 1주년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스스로 홍보까지 해가면서 요란을 떠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라면 이런 과시용 현수막을 서둘러 걸 것이 아니다. 조금 더 참고 아껴두었다가 임기가 끝나고 난 뒤에 그간의 노력을 칭찬하고 축하해도 늦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게 훨씬 더 진심이 느껴지는 축하일 것이다.

그나저나, 취임 1주년 축하 현수막을 걸었으니 취임 2주년 축하 현수막도 걸어야 할지 고민할까봐 걱정이다.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5월 06일
- Copyrights ⓒ횡성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16,619
오늘 방문자 수 : 15,073
총 방문자 수 : 32,221,245
상호: 횡성뉴스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횡성군 횡성읍 태기로 11, 2층 / 발행·편집인: 안재관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광용
mail: hsgnews@hanmail.net / Tel: 033-345-4433 / Fax : 033-345-443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강원 아 00114 / 등록일: 2012. 1. 31.
횡성뉴스(횡성신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