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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27)
배우 윤여정의 인터뷰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05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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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철 영 편집국장 |
| ⓒ 횡성뉴스 |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씨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 배우로서는 처음 받는 상이라고 한다. 한국영화와 배우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윤여정씨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보다 더 화제가 되는 것이 그녀의 수상소감이다.
세계 유명 언론마다 그녀의 재치있고 유쾌한 수상소감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찬사도 보통 찬사가 아니라 그야말로 극찬이어서 그녀의 수상소감 한마디 한마디가 여우조연상이라는 상 자체와 아카데미 시상식이라는 이슈를 통째로 삼켜버린 셈이 됐다.
74세라는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그녀의 재치와 유머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젊은 날 한때 미국에서 살았다지만 그녀가 하는 영어는 누가 들어도 본토박이의 영어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녀의 ‘콩글리쉬’ 발음을 얕잡아보는 사람이 없고, 영어권 외국인들이 의사소통에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더구나 그녀는 영어로 유머까지 자유롭게 구사한다.
외국어로 외국사람에게 ‘먹히는’ 유머를 구사한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그 사람들의 문화를 모르고서는 불가능한 일이고, 어지간한 감각이 아니면 ‘아재개그’도 못한다.
세계적인 배우이자 영화 ‘미나리’의 제작자이기도 한 브래드 피트가 윤여정을 수상자로 발표하자 단상에 올라간 윤여정은 처음부터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브래드 피트, 드디어 만났네요. 우리가 영화촬영할 땐 어디 있었어요?” “저는 한국에서 왔고 제 이름은 윤여정입니다. 유럽인들 대부분은 제 이름을 ‘여영’이나 ‘유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오늘만큼은 그렇게 부르는 여러분 모두를 용서하겠어요.”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를 이기겠어요? 오늘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은 단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죠.”
어디 유머뿐인가. 그녀는 자신에게 돌아온 영광을 정이삭 감독과 동료 배우들에게 돌렸고, 후보에 오른 쟁쟁한 배우들을 진심으로 높이 평가했다. 또 자신의 첫 영화를 연출했던 고 김기영 감독에게 이 상을 바쳤다.
미리 준비한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말 다하고, 겸손하기까지 한 걸 보면 배우이기에 전에 성숙한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보기에 흐뭇하다. 더구나 전 세계의 영화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토록 당당하게, 자신감 넘치게 시상식장을 들었다놨다 할 수 있다니 역시 대단한 배우다.
<뉴욕타임스>는 “몹시도 딱딱했던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뜻밖의 선물이었다”고 평했고, 영국 <더타임스>는 “올해 영화제 시상식 시즌에서 공식 연설 챔피언”이라고 평가했다.
그녀의 수상소감은 여느 수상소감처럼 형식적인 틀에 맞춰 포장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쌓아온 내공은 철학이 되었을 것이고, 그 바탕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평소의 마음일 것이다. 마음은 언어를 초월하고 국적을 초월해 모든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다.
윤여정은 말에 마음을 담는 능력을 스스로 키웠지만 10여년 미국 생활의 경험도 한몫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말에 마음을 담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틀에 박힌 사고를 강요하는 교육 덕분에 어린이나 어른이나 공식 석상에서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말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물론 이런 것이 교육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을 자기 철학으로 만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우리 교육이 성적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말하기 교육이나 철학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데 조금만 투자했더라면 우리 같은 장삼이사들도 말에 마음을 담아 전하는 일에 조금 익숙해졌을 것이다.
지역 행사에서 기관단체장들이 미리 준비한 원고로 읽는 인사말은 지루하다. 심지어 그 지루한 인사말을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한다. 말할 사람 다 시켜놓고 시간관계상 나머지는 생략하니 양해바란다는 말까지 한다. 말하는 사람도 사회를 보는 사람도 매번 같은 형식을 그대로 반복할 뿐이다.
형식이 무어 그리 중요한가. 지역의 작은 행사에서 축사나 인사말은 짧을수록 좋고 행사진행에도 도움이 된다. 참가한 주민들이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형식이나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면 굳이 원고도 필요없고, 어려울 것도 없다. 좀 더듬거리면 어떤가. 윤여정씨도 처음엔 그러던데. |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05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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