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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철 영 편집국장 |
| ⓒ 횡성뉴스 | 책을 읽지 않는 사회 출판계에 오랫동안 전해오는 유행어가 있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이다. 자그마치 30년이 넘도록 회자되는 이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만큼 우리 출판계는 좀처럼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 또한 간단하다. 오로지 시험성적에만 매달리다보니 어느새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제 학교 교육에서 책 읽기는 설 자리가 없다. 책 읽는 습관은 대개 학창시절에 만들어지는데 우리 교육은 이를 무시했다.
그러니 졸업 후 사회인이 되어서도 책을 읽지 않게 될 수밖에. 내가 출판계에 입문했던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출판시장은 호황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돌아가는 편이었다. 대학가 주변으로 서점도 많았고, 사회과학 전문서점도 활기를 띠었다.
이력서의 취미란에 독서는 단골로 등장했다. 누구나 하는 독서는 취미가 될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 까마득해졌지만 그나마 책 읽는 것이 보편적이었던 시대가 있기는 했다.
불황에도 호황은 있다 출판계가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와중에도 베스트셀러는 나오게 마련이다. 과거 기업이 줄줄이 도산하고 개인파산이 비일비재하던 IMF시대에 일확천금을 벌어들인 사람도 있는 것처럼.
한때 처세술이나 자기관리 관련 책들이 잘나가던 때가 있었다. 이런 책들이 다루는 주제는 한결같이 ‘성공’이었다. 그만큼 성공에 목말라하는 사람이 많을 때여서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이런 책들로 채워졌다. 책뿐만 아니라 각종 강연에서도 ‘성공’은 가장 뜨거운 소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낙오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었으나 이들이 성공하는 경우보다는 이들에게 성공을 팔아 성공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실패 컨설팅 성공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을 본다고, 성공을 가르쳐주는 강의를 듣는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의 기준이 개인별로 다르고, 그들이 말하는 ‘확실하게 성공하는 방법’이라는 것도 그 조건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잖은가. 잘하면 성공할 것 같은데 잘하기가 쉽지 않다.
성공 컨설팅이 유행하던 시절에 ‘실패 컨설팅’이 등장하기도 했다. 너도나도 성공을 꿈꾸던 시절에 실패하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것은 어찌보면 발상의 전환이었다.
실패한 사람들이 말하는 ‘확실하게 실패하는 법’은 묘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성공하는 방법에 백가지 길이 있다면 실패하는 방법은 열가지쯤 된다고나 할까. 훨씬 간단하다. 그래서 더 구체적일 수 있다. 성공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실패하기는 쉽다.
실패하지만 않는다면 적어도 반쯤은 성공한 것이거나 성공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은 실패를 먼저 배우는 것이 좋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를 간접경험만으로 때우는 일이니 이만한 컨설팅이 없다.
잘하기는 어려워도 잘못하기는 쉽다 20여년 출판사에 다니면서 창고정리부터 영업, 편집, 제작까지 두루 해봤다. 출판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할 무렵, 이걸 믿고 창업을 했다가 보기 좋게 실패했다. 그리고 또 한번 도전했다가 또 실패했다. 내가 아는 출판에 대한 고정지식과 수시로 변하는 출판 현실은 달랐다.
사업은 내 몫이 아니란 걸 그때 알았다. 출판사 직원으로 책 만드는 일에만 전념하던 때가 훨씬 행복했다.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서야 출판을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생겼다. 결론은 언제나 ‘하지 마라’였고, 성공은 해보지 못했으니 성공 컨설팅은 못하겠고 그저 실패한 경험만 전해줄 수밖에 없었다. 잘하기는 어려워도 잘못하기는 쉽다. 쉬운 것을 가르쳐주는 건 더 쉬웠다.
실패하기는 어렵지 않다 좋은 습관을 기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잘하던 것을 때려치우는 것은 한순간이면 충분하다. 열 번 잘하다가 한번 잘못하면 잘한 것도 다 묻혀버리는 세상이다. 게다가 칭찬하는 사람은 적고 비난하는 사람은 많다.
매사에 잘하기는 어렵다. 잘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막연하기도 하고, 판단의 기준도 애매모호하다. 잘못은 누가 봐도 기준이 명쾌해서 표도 잘 난다. 그런데도 남들이 다 보는 것을 보지 못하고, 누구나 아는 잘못을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
주변에 쓴소리하는 사람이 없고, 쓴소리할 수 없는 구조도 문제다. 비난이 쏟아지는데도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 대책이 없다. 실패하기는 어렵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