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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31)
적을 만들면 나도 적이 된다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0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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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철 영 편집국장 |
| ⓒ 횡성뉴스 | 나는 종교가 없어도 종교에는 내가 있다 고백하건대, 나는 종교가 없다. 그래도 나는 한때 성경을 읽기도 했고, 불경을 읽기도 한다.
성경 66권 중에서 특히 좋아하는 것이 잠언과 시편이다. 불경 중에서는 반야심경을 틱 낫한 스님의 해설서로 즐겨 읽었다.
젊은 날 한때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1년을 보냈는데, 그때 만난 리비아사람 셰리프는 종교를 가지지 않는 것은 매우 위험한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를 이슬람사원인 모스크로 데리고 갔다.
억지춘양으로 딱 한 번 따라간 것인데 그는 내가 이슬람교도가 되었다고 믿었고 주위 사람들에게 그렇게 소개했다.
민족보다 종교를 우선하는 이슬람사회에서 무슬림(이슬람교도)으로 인정받으면 대단한 특혜를 누릴 수 있다.
이민국에서 직원 입출국 비자를 받아오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모스크에 다녀온 이후로 일에 막힘이 없었다. 이런 일로 회사에서 유능한 직원으로 평가받았으니 이슬람의 덕을 보았다. 나는 종교가 없었지만 종교에는 내가 있었던 셈이랄까.
목마른 자에게 샘물 같은 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성경은 20대에 주로 봤다. 시를 열심히 쓸 때였는데 성경에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고 시에 인용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첫시집에 성경 내용을 인용한 시가 몇 편 들었는데 이걸 보신 은사님께서 “너 교회 다니는구나!” 그러셨다.
시뿐만 아니라 연애편지 쓸 때도 자주 인용했다. 잠언과 시편의, 그야말로 주옥같은 말씀은 머리에, 가슴에 쏙쏙 들어와 박혔다. 성경의 핵심이 사랑이니 사랑에 빠진 청춘에게 성경은 샘물 같은 말씀이다.
성경이든 불경이든, 사랑이나 자비나 일맥상통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이만한 지침서가 없다. 아마 예수님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반만이라도 실천하며 산다면 인간세상이 천국이요 극락이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보시는 대로 천국이나 극락과는 거리가 멀다.
천하는 어질지 않아서 사람 사는 세상은 한 번도 평화로운 적이 없었고 지금까지 그렇다. 사는 게 전쟁 같은 경쟁이라 세상은 늘 시끄럽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바라지만 다른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기준은 자신뿐이고, 함께 사는 세상에서 다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나만 행복하면 그만이다. 극단적 이기주의가 어느덧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버렸다.
무리 속에 사는 인간 사람 인(人) 자가 두 사람이 서로 기댄 모양을 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철학이다.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 ‘내가 있다’는 것은 ‘남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남이 없으면 나도 없다.
외계인이 있다면,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해온다면 지구인들은 한편이 되어 싸울 테고, 국가간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나라 국민은 한편이 되어 싸울 것이다. 사람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어이 무리를 만들며 살아간다. 무리의 규모와 범위만 다를 뿐이다.
원숭이사회에서도 무리짓는 현상이 나타난다. 우두머리가 되고 싶은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에게 접근해 털을 골라주며 친밀감을 표시한다. 이런 방법으로 저쪽편 무리를 따르는 원숭이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원숭이도 알고 있다. 그렇게 자기편을 많이 만들어 세력을 키운 다음 기존의 우두머리를 몰아내고 대권을 거머쥔다.
원숭이에 비하면 사람은 훨씬 더 지능적으로 무리를 만든다. 원숭이가 털을 골라주는 것보다 훨씬 더 달콤하게 친밀감을 과시하고 이익을 공유한다는 믿음을 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리는 견고할 것 같지만 한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르는 일, 사람이 만든 무리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믿음은 바람일 뿐이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우리 속담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다. 미워하는 사람일수록 잘해주고 인심을 얻어야 그로부터 후환이 없다는 것. 속담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에서 만들어진 지혜다.
무리를 이루고 잘 이끌어가는 우두머리는 적을 만들지 않는다. 열 명의 내 편에서 얻는 이익보다 한 명의 적이 주는 피해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은 무너뜨려야 하는 상대가 아니라 감동시켜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할 상대다. 미워하는 사람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리더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이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줄 마음도 없이 어찌 큰일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
“난 늘 공평했어요. 누군 싫다, 누군 좋다 내색할 만큼 어리석지 않아요. 아니 오히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줄 만한 융통성도 있어요. 그렇지만 아버님은 안 그래요…” -박완서 『욕망의 응달』 |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0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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