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이 철 영 편집국장 |
| ⓒ 횡성뉴스 | 얄미운 새, 뻐꾸기 아침저녁으로 뻐꾸기 소리가 자주 들린다. 도시에 살 때는 뻐꾸기 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횡성에서는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어릴 때 뻐꾸기를 직접 본 적은 없다. 그래도 동요 ‘오빠 생각’에도 나오고, ‘뻐꾹 뻐꾹’하는 소리도 괜히 정겨워 익숙한 새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뻐꾸기가 아주 못된 습성을 지닌 새였다.
뻐꾸기는 5월에서 8월 사이에 산란하는데 자기 둥지를 짓고 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다.
주로 멧새, 오목눈이 같은 작은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뻐꾸기가 더 교활한 것은 알 색깔이 비슷한 둥지를 찾아 알을 낳고, 자기가 낳은 알 대신 먼저 낳은 하나를 물어다 버리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뻐꾸기는 10여 개의 알을 여기저기 둥지에 하나씩 낳고 고단한 육아를 다른 새에게 맡긴다. 그것도 자기보다 훨씬 작은 새에게.
유전자가 같아서일까. 뻐꾸기 알은 다른 새 알보다 먼저 부화해서 남은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설사 다른 알이 부화하더라도 덩치가 훨씬 큰 뻐꾸기 새끼는 본능적으로 날갯죽지를 이용해 다른 새끼를 밖으로 몰아내고 둥지를 독차지한다. 뻐꾸기의 본능이라지만 참 잔인한 본능이다.
어미 새는 자기 알과 새끼가 둥지 밖으로 떨어져도 어쩔 수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그리고 홀로 남은 뻐꾸기 새끼를 위해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 나른다.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뻐꾸기 마라톤대회에도 뻐꾸기가 나온다. 대부분 마라톤대회는 얼마간의 참가비가 있다. 대회 규모에 따라 참가비 액수도 다른데, 이 참가비 용도는 기념품, 메달, 기록증, 배번호 제작비와 간식비 등으로 쓰인다. 마라톤 풀코스의 경우 매 5km 구간마다 물과 바나나, 초코파이 같은 간식이 제공된다.
마라톤계에서는 참가비를 내지 않고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을 ‘뻐꾸기’라고 한다. 뻐꾸기는 참가비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기념품이나 메달, 기록증, 간식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주로 실전에 대비해 연습 삼아 뛰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넉살 좋은 사람들은 참가비를 내지 않고도 당당하게 물과 간식을 얻어먹기도 한다.
이런 참가자를 뻐꾸기라 하는 것은 뻐꾸기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데서 온 말이다. 마라톤에서 뻐꾸기는 얌체 같긴 하지만 그나마 악의는 없다. 특별히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잘 준비해놓은 대회를 연습장소로 활용하겠다는 귀여운(?) 면도 있다.
뻐꾸기도 유월이 한철 뻐꾸기도 유월이 한철이라는 말처럼, 음력 유월은 뻐꾸기가 가장 바쁠 때이다.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니 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할 일을 해야 한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속담이다. 비록 그것이 다른 새의 둥지에 얌체같이 알을 낳는 일이라 할지라도.
뻐꾸기가 탁란하는 것은 동물 세계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로 인해 뻐꾸기가 지탄받거나 벌을 받지는 않는다.
오목눈이가 제 새끼는 기르지 못하고 뻐꾸기 새끼만 열심히 거두는 모습이 안쓰럽긴 하지만 어쩌랴. 뻐꾸기도 들키지 않고 이 둥지 저 둥지를 찾아다니며 몰래 알을 낳으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겠는가. 알 색깔까지 바꿔가면서 말이다.
사람이 뻐꾸기처럼 살아서야 동물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면 평가가 달라진다. 뻐꾸기가 탁란하는 것은 뻐꾸기답게 사는 것이지만 사람이 뻐꾸기같이 살 수는 없다.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만큼 사람은 동물에 비해 훨씬 머리가 좋다. 그런데 이 좋은 머리를 훨씬 더 간교한 수작으로 남을 속이는 데 쓰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온갖 교활한 방법을 찾아내는 데 쓴다. 정치판이 특히 그렇다.
정권이 바뀌고 나면 한동안 낙하산이 유행한다. 이런 현상은 정치판에서 어느 정도 묵인돼왔지만, 비난 또한 끊이지 않았다. 권력자 자신의 의도나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설치느냐에 따라 묵인의 단계와 비난의 단계가 달라질 뿐이다.
권력을 잡았을 때는 마치 기념이라도 하듯 자기 사람을 여기저기 특정한 자리에 심어놓고, 권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또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기저기 새로운 자리를 만들게 되면 오목눈이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와 무엇이 다른가. 사람은 뻐꾸기처럼 살 수 없다.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대면서 한낱 뻐꾸기처럼 기회를 엿보다가 한 몸 남에게 의탁해 먹이만 날름날름 받아먹는다면 뻐꾸기가 비웃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