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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 마음의 보석상자 (146) 『 설레이는 마음을 갖자 』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7월 01일

↑↑ 현 원 명
횡성향교교육원장
ⓒ 횡성뉴스
표준어 맞춤법은 ‘설렘’이 맞지만 왠지 ‘설레임’이 더 어울리고 마음을 흔들어 놓는 느낌이다.

누군가로 인해 설레는 마음이 그리움이다. 알 수 없는 곳에서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설렘이 시작된다. 청춘은 특정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사람은 마음으로 늙는다.

나이에 관계없이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이 있는 한 그 인생은 설레는 청춘이다. 세월은 얼굴에 주름을 지게 하지만 열정과 설렘이 없으면 청춘이라도 애늙은이가 된다.

나이가 들어도 일상이 반복되어도 인간관계의 변화가 없어도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감정이 싱그러운 설렘임으로 가득하였으면 한다.

설렘은 조금은 알 것 같은 친밀함과 잘 모르는 현실 사이에서 탄생한다. 한 마디로 어떤 신비와 비밀, 두려움도 없다면 설렘은 일어나지 않으며 호감을 느끼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대상을 향한 그리움일 것이다. 한 때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이 있었다.

누구나 설렘보다는 두려움으로 가득찼다. 사람들은 인간의 승리를 호언장담했지만 대국이 진행되면서 이세돌 9단이 두 번째로 패배하니 설렘을 넘어 두렵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영화같은 디스토피아가 현실화되기도 한다.

세 번째 패배하자 인간의 승리란 불가능한 일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4국에서 승리하여 불가능에 도전하는 인간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봤다. 설레고 짜릿한 심쿵의 감동적인 대국 그 자체였다.

설렘의 감정은 패턴화할 수 없다. 예전에는 가슴 두근거렸던 행동이 지금은 전혀 설렘을 안겨주지 않을 수 있고, 오래전에는 아무 느낌도 없었던 행동이 지금은 심장이 두근대는 새로운 설렘을 안겨줄 수도 있다.

설렘이 얼마나 통제 불가능한 감정인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가 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대의 최신유행 화장법이다. 당시 여성의 볼을 일부러 발그레하게 물들이는 볼연지 화장법이 유행했다.

그것은 볼이 빨개지는 것을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아예 아침부터 볼연지를 빨갛게 바르는 화장법이다. 이는 남자 친구를 만났을 때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는 통제할 수 없는 설렘을 숨길 수 있는 화장법이었다.

이렇듯 통제도 불가능한 설렘이라는 감정은 인간의 삶에서 매우 소중한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예기치 않은 자극,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권태로운 삶을 싱그러운 향기로 거듭나게 만든다.

어느 작가가 몇 년 전 제주도에 갔을 때 알 수 없는 꽃향기에 이끌려 헤맸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신비로운 꽃의 정체를 알 수 없어 택시기사에게 물어봤다. 기사는 “귤꽃 향기입니다.” 아뿔사, 그는 어린시절 밥보다 귤을 더 좋아했는데 정작 귤꽃 향기를 몰랐던 것이다.

아련히 피어오르는 귤꽃 향기만으로도 심장이 쿵쾅거리던 설렘을 잊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 향기를 익숙하게 잘 알았더라면 그 순간 그토록 설레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렘은 무언가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생기지 않는다. 무언가가 시작되려 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을 때, 설렘은 최고조로 달한다.

봄을 기다리는 설렘은 꽃이 활짝 피어 있을 때보다 아직 봉오리가 살짝 맺히기 직전, 약간은 꽃샘추위가 남아 있는 시기에 더 짜릿하게 느껴진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의 설렘이야말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설렘이 줄어드는 것은 우리의 영혼이 늙어가는 증거이다. 나이들어 세상에 대한 설렘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첫 번째 비결은 계속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의지이다. “에이, 세상일이 다 그렇지 뭐, 이제 새로운 게 뭐 있겠어.” 이런 심드렁한 자세는 설렘의 적이다. 일상적인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더 이상 설렐 수 없는 심장으로 변해가는 지름길이다.

세상이 궁금하고 호기심을 잃지 않는 마음이 설렘을 유지하는 일이다. 두 번째 비결은 외부 자극에 민감해지는 것이다. 예민한 성격은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운 성격으로 낙인찍히곤 하지만, 사실 예민함은 세상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최고의 방법이다.

더 싱그럽게, 더 예민하게, 더 풍부한 감정으로 세상과 접촉하는 것은 설렘을 유지하는 길이다. 세 번째 비결은 나와 상관없는 일에도 마음을 쓸 수 있는 따뜻한 감성이다. “그건 아무런 쓸모가 없잖아, 그건 나랑 직접적인 관련이 없잖아.” 이런 냉소적인 마음은 설렘조차 영원히 남들의 일이 돼 버릴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설레이는 어린이 마음으로 생활하면 언제나 젊은 사람이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7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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