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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철 영 편집국장 |
| ⓒ 횡성뉴스 | 유도부의 추억 중학교 1학년 2학기 때 서울로 전학을 가서 우연히 유도를 배웠다. 전학한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2시간 유도수업을 했다. 정규과목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유도 기초인 낙법을 배운 상태였지만 중간에 합류한 나 하나를 위해 유도 선생님은 따로 낙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유도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유도부에 들어갔는데, 여차하면 ‘빠따’를 맞고, 방학 때도 억지로 나가 운동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 유도부를 탈퇴하고 친구 따라 합기도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합기도장에서 만난 사범은 중학교 선배였다. 당연히 내가 유도를 배운 줄 알고 합기도보다 유도를 더 많이 가르쳐줬다. 그때 나는 도장을 날아다녔다.
유도 고수인 선배 사범은 나를 마음대로 집어던졌고, 낙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나는 허공에서 떨어질 때마다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을 느꼈다. 이후 합기도장을 그만두고 어른이 될 때까지 운동하고는 담을 쌓고 살았다.
검도를 만나다 출판사에 다니면서 나이 마흔에 검도를 만났다. 검도 마니아인 사장은 직원 전체를 강제로 검도장에 보냈다. 느닷없이 검도를 시작하면서 새벽별을 보고 나와 회사 근처 도장에서 한 시간 운동하고 출근했다. 입이 댓 발은 나왔지만 사장의 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으니까.
시작은 지루했다. 남들은 호구를 입고 대련을 하느라 와락와락하는데 몇 달 동안 죽도만 들고 중단자세를 유지하며 ‘앞으로, 뒤로, 좌로, 우로’를 반복했다. 4개월이 지나서 처음으로 호구를 썼다.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그 무렵 <월간검도>라는 잡지가 창간됐는데 편집자문을 해주면서 검도부 탐방에 참가도 하고 관련 글도 쓰게 됐다. 국내 유수의 실업팀과 대학팀을 찾아가 함께 운동도 하고 취재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검도에 빠져들었다. 초단, 2단, 3단, 승단할 때마다 회사 사장님께 좋은 운동 배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검도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4단이 됐다. 당시 검도계 최고 원로이신 9단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네가 이제 걸음마를 떼었으니 새끼사범 노릇은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10년 만에 겨우 걸음마를 떼고 보니 ‘평생검도’라는 말이 실감났다.
운동으로 배우는 것들 운동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수련하는 일이다. 모든 운동이 그렇겠지만 배우다 보면 기술만 배우는 게 아니라 삶의 지혜도 배우게 된다. 검도 수련을 하면서 많이 듣는 말이 ‘힘을 빼라’는 것이다.
어깨에 힘을 빼라는 말인데, 말은 알아들어도 몸이 알아듣는 데는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몸이 굳어져서 죽도를 자유롭게 다루지 못하고, 정작 필요한 순간에 힘을 쓸 수 없게 된다. 나는 10년이 되어서야 그 말을 어렴풋하게나마 몸으로 알아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프로골프 선수와 술을 마시다 골프 얘기를 들었는데 어깨에 힘을 빼는 원리가 검도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야구,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도 마찬가지다. 운동의 종류는 달라도 기본원리는 다 같다. 사람 사는 일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헛심 쓰다 진 다 뺀다 목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는 사람은 지위나 권력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이다. 하수가 분명하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힘을 과시하지 않아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진정한 능력자들이다.
자랑은 자랑하지 않는 것이 자랑이다. 그래서 겸손한 사람이 존경받는다.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는 사람을 보면 조폭영화의 ‘깍두기’가 떠오른다. 보스 스타일은 아니다. 정작 고수는 목이나 어깨, 어디에도 힘이 들어간 티를 내지 않는다.
고수의 아우라는 자체발광 같아서 스스로 티를 내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저절로 따르는 무리가 생긴다. 규모의 대소를 막론하고 지역마다 방귀깨나 뀐다는 사람들이 있다.
지위가 높은 것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고, 크고 작은 권력을 과시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의 지위나 권력은 타고나거나 정해진 게 아니어서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인생의 한때, 잠시 거쳐가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그 자리가 마치 원래 자기 것인 것처럼, 영원할 것처럼 목에, 어깨에 힘을 주고 있는 사람은 하수 중에서도 하수다.
이제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져 어떻게든 한 사람이라도 더 자기편으로 만드느라 가진 에너지를 다 쏟아붓는다.
정작 힘을 쏟아부을 곳은 따로 있을 텐데 그곳이 어디인지 모른다. 자기편 만들기에 몰두하다 보면 돌아서는 사람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깨에 힘을 빼야 필요할 때 힘을 쓴다. 우둔한 사람은 엉뚱한 곳에 헛심만 쓰다가 진 다 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