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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36)
개판 5분 전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0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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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철 영 편집국장 |
| ⓒ 횡성뉴스 | 내기할래? 인터넷이 없던 시절, 출판사 편집부 직원들은 국어사전을 끼고 살았다. 오래전 일이다.
친구들은 술을 마시다 가끔 어떤 단어나 맞춤법 문제를 두고 이게 맞냐, 저게 맞냐를 놓고 다투다 내기를 하곤 했는데 심판은 언제나 나였다.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걸어다니는 국어사전’이었다. 물론, 교정을 최소한 10번 이상 거친 사전에도 오류가 있긴 하다.
지금은 인터넷 덕분에 국어사전을 펼쳐볼 일이 없다. 인터넷에는 없는 게 없을 정도다. 그 방대한 국어사전이 통째로 들어있는 것은 새발의 피다.
그래서 요즘은 맞네 틀리네로 내기할 일이 없다. 스마트폰만 열면 다 나오니까 내기로 공짜술 먹을 일도 없어졌다.
별걸 다 가르쳐주는 인터넷 우리말은 매우 과학적이어서 배우기는 쉽지만 문법이나 맞춤법은 까다로운 편이다. 또 말이라는 게 세월이 가면서 변하기도 하고 맞춤법 규정 또한 바뀔 때가 있어서 일반인들이 맞춤법에 맞게 쓰기는 어렵다.
말이 글로, 그것도 활자로 변하면 신뢰성이 높아진다. “신문에서 봤어.” “책에서 봤어.” 이러면 그것은 매우 믿을 만한 얘기로 전해진다. 사람들은 말이나 손으로 쓴 글보다 인쇄된 글을 더 신뢰한다. 활자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글은 쉼표 하나의 위치에 따라 뜻이 전혀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교정은 매우 중요하다. 책에서 글을 틀리게 쓰면 그것을 보는 불특정다수는 잘못된 정보가 옳은 것으로 오해하게 된다. 교정 보는 사람의 책임이 크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최소한 3번 이상의 교정과정을 거친다. 교정은 오탈자와의 숨바꼭질이다. 교정 보는 사람은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보려 하지만 신기하게도 책이 나오고 나서야 발견되는 오탈자가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사전을 선물하는 게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휴대폰으로도 얼마든지 사전을 검색할 수 있는 시대라 국어사전을 찾아볼 일이 거의 없다. 사전뿐인가, 인터넷은 별걸 다 가르쳐준다.
개판 5분 전 엉망진창인 상황에 정신이 하나도 없을 때 ‘개판 5분 전’이라는 표현을 한다. 아무 생각없이 자주 쓰던 말인데 갑자기 궁금해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아뿔싸! 개판이 개가 많아서 정신없이 요란한 판이 아니었다. 개(犬)가 아니라 연다는 뜻의 개(開)였다. 유래는 이렇다.
6·25 전쟁으로 피난민이 많이 생겼다. 피난민촌에서는 무료급식이 다반사였는데 배식용 밥이 다 되기 5분 전에 “개판 5분 전”을 외치며 배식시간이 다가온 것을 알렸다고 한다.
당시 난리를 피해 집을 떠나온 피난민들은 제대로 된 끼니를 챙겨먹기 힘들었다. 그래서 음식을 나눠주는 곳에는 언제나 피난민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개판 5분 전’이라는 소리에 한꺼번에 몰려드는 피난민들의 모습,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개판(開版)은 솥뚜껑을 연다는 뜻이다. 지금은 가마솥 뚜껑이 가마솥과 같은 쇠로 만들지만 예전에는 나무로 만들어 썼다.
이렇게 쓰이던 말이 언제부턴가 엉망진창인 상태라는 뜻으로 변했다. 이런 말을 자주 쓸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살다보면 저절로 입에서 나올 때가 많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을 ‘국개의원’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것으로 평생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판검사는 ‘개판’, ‘개검’으로 조롱받기도 한다.
서로 먼저, 더 많이 가지겠다고 싸우면 그게 곧 아수라장이다. 대표적인 게 선거판이다. 내년에는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큰 판이 벌어진다. ‘개판 5분 전’이란 말을 자주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전쟁 같은 선거를 축제 같은 선거로 바꿀 수는 없을까?
개들아, 미안하다 10년 넘게 진돗개와 함께 살고 있다. 무려 네 마리. 총명하기 이를 데 없고 주인을 반기는 모양이 다정다감하다. 품위 있고 우아한 녀석들이다. 그런데 어쩌다 손님이 오면 사방에서 짖어대는 개를 보고 “완전 개판이구먼!”이라는 소리를 농담처럼 한다.
이처럼 ‘개’가 앞에 들어가면 대개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개 같은 경우’가 그렇고 ‘개만도 못한 놈’도 그렇다. 개가 이렇게 쓰이다보니 엉뚱한 데까지 잘못 쓰이는 경우도 생겼다.
어쨌거나 ‘개판 5분 전’은 유래와 상관없이 엉망진창인 상황을 개에 빗대 쓰고 있다. 가만있던 개로서는 참 억울한 일이다. 개들아, 미안하다. 그래도 ‘개판 5분 전’은 너를 두고 한 말이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라. |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0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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