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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37)

책과 신문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7월 22일

↑↑ 이 철 영
편집국장
ⓒ 횡성뉴스
내 인생에 책 한 권
내 인생에 책 한 권을 꼽으라면 단연코 쌩떽쥐뻬리의 <어린 왕자>다.

고3 때 처음 읽고 지금까지 서른 번도 넘게 읽은 듯하다. 신기한 것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게 보인다는 것이다.

같은 책에 내용이 달라질 게 뭐가 있을까마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드는 책은 <어린 왕자>가 처음이었고 지금까지 유일했다.

최근에는 고종석이 자신있게 번역한 새 책을 읽었는데 여태까지 보아온 판본과는 문장의 결이 사뭇 다르다. 같은 책을 다른 번역으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 한 권을 더 꼽자면 장 그르니에의 <섬>이다. 이 책은 20대에 처음 읽었는데 다른 책과 달리 읽는 데 오래 걸렸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였다.

한꺼번에 훅 읽어버리기가 아까워 더 읽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몇 날을 보았다. 책을 읽다가 그때그때 느낌을 적기도 했는데 책 읽는 시간보다 메모하는 시간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장 그르니에의 글도 훌륭하지만 알베르 까뮈의 서문도 내 청춘을 오래 붙잡고 흔들었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 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책을 선물할 때 나는 이 두 권의 책을 선택하면서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선물한 <어린 왕자>와 <섬>이 몇 권인지 모른다.

책보다 휴대폰?
책을 읽는 시간은 행복하다. 요즘은 행복한 시간이 많이 줄었다. 휴대폰 때문이다. 뉴스도 휴대폰, 쇼핑도 휴대폰, 사진도 휴대폰이다. 일상에 휴대폰이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종이책에 익숙한 눈은 액정화면을 보면서 더 피곤해졌다. 책 읽는 시간은 행복하지만 휴대폰을 보는 시간이 행복하지도 않은데 일상이 되어버린 휴대폰을 버릴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성급한 사람들은 종이책이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책뿐만 아니라 서류도 전자문서로 대체될 거라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컴퓨터의 보급과 함께 종이책의 수요는 오히려 더 늘었고, 관공서의 종이서류도 굳건히 생산되고 있다. 사람의 눈은 컴퓨터 화면보다 종이에 훨씬 더 익숙하다.

컴퓨터 화면으로 교정을 보면 눈이 빨리 피로해지고 교정 효과도 떨어진다. 종이로 볼 때 집중력이 훨씬 더 좋은 것이다. 전자책 수요가 종이책 수요를 못따라가는 이유다.

책과 신문을 보는 여유
인쇄술 발달로 책이 대량으로 만들어질 때 유럽에서는 북나이프가 유행했다. 당시에 책은 접힌 부분을 북나이프로 찢어가면서 봐야 했다.

그렇게 다 읽은 책은 반듯하게 재단을 해서 양피지를 붙인 고급 표지로 장식해 보관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품위 있고 여유가 느껴지는 독서문화였다.

지금 북나이프는 봉투 뜯을 때 쓰는 것으로 전락했지만 한때는 책 읽는 여유를 상징하는 우아한 도구였다. 지금 우리는 그런 여유를 잊고 산다.

컴퓨터와 휴대폰이 주요 원인이다. 휴대폰 화면을 손가락 하나로 휙휙 넘겨가며 필요한 정보를 재빨리 검색해 볼 수는 있지만 한 권의 책을 손에 들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느긋하게 읽는 모습에 비하면 격이 한참 떨어진다.

종이신문도 마찬가지다. 휴대폰 때문에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이 부쩍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은 있다. 특히 고령화된 농촌에서는 종이신문이 상당 부분 뉴스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종이신문을 뒤적이며 관심있는 기사를 찾아보는 것도 여유라면 여유다.

정기구독하고 있는 잡지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일상이던 것이 어느새 이렇게 됐다.

“MBC 〈나 혼자 산다〉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출연자의 일상과 그에 대한 다른 출연진의 반응을 보여준다. 출연자들의 특이한 물건이나 기이한 행동을 웃음거리로 삼는 장면이 많다.

지난해 추석특집 방송에 등장한 기벽은 ‘종이신문 구독’이었다. 출연자인 배우 김광규씨가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집어 들자, 다른 이들이 “종이신문을 구독하세요?”라며 깜짝 놀라는 장면이 나왔다.

뉴스는 당연히 인터넷으로 본다는 것이다. 김씨는 “휴대전화로 보니까 눈이 너무 아파서…(종이신문을 본다)”라고 ‘해명’했다.” -시사인 722호(2020. 7. 20) 기사 중에서

책이나 신문을 보는 여유를 휴대폰에 너무 많이 빼앗기고 있다. 휴대폰을 버릴 수야 없겠지만 휴대폰을 밤낮으로 끼고 사는 시간을 조금 덜어내 얼마쯤은 책을 보는 여유로 삼고 종이신문 하나쯤 구독해보는 여유도 가져보자. 내 삶의 질을 조금 높여주는 일이다.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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