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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40)

엄동설한, 폭염, 그리고 가을
군소위 1인 시위 173일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8월 19일

↑↑ 이 철 영
편집국장
ⓒ 횡성뉴스
아무런 연고도 없이, 어찌어찌하다 횡성에 귀촌한 2010년 여름. 낯선 시골 분위기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담장 너머 축사의 소똥 냄새도 싫지 않았고, 송아지가 젖을 떼고 사흘 밤낮을 울어대는 소리에도 잠을 잘 잤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생활하는 것이 축복이었고 평화였다.

그해 겨울, 블랙이글스가 원주공항으로 기지를 옮겼는데 이때부터 횡성에서는 블랙이글스의 비행을 자주 보게 됐다.

2011년 어느 여름날, 놀러 온 친구들과 차를 마시는데 갑자기 마당 위 하늘에서 블랙이글스가 연막을 내뿜으며 태극문양도 그리고 큐피드 화살도 그리며 날아다녔다.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블랙이글스의 곡예비행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봤다. 친구들과 함께 블랙이글스의 멋진 솜씨에 감탄하며 나의 귀촌을 환영하는 행사라고 농을 쳤다.

좋은 것도 자주 보면 식상하다. 블랙이글스 훈련비행도 처음엔 재미있게 봤는데 자주 보니 멋지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요란한 굉음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전투기가 지나갈 때는 전화통화도 힘들었다. 그때부터 횡성은 한적한 시골이 아니라 참 시끄럽고 요란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7일, 한겨울 새벽 추위에 떨며 시작한 횡성군용기소음피해대책위(군소위) 1인 시위가 지난 13일로 173일째를 기록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진 1인 시위는 겨울한파와 폭염을 뚫고 입추까지 지나왔다.

1인 시위가 시작되는 아침 7시. 전투기는 1인 시위를 비웃기라도 하듯 평소처럼 횡성하늘을 굉음으로 찢어놓으며 날아갔다. 제18전투비행단에서 소음저감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한다고 했지만 시행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도 없고, 그게 무엇인지, 소음이 어떻게 줄었는지 피부로 느끼는 주민도 없다.

군소위의 1인 시위는 7개월을 넘어섰고, 그 사이 계절은 겨울에서 봄, 여름으로, 다시 가을문턱까지 왔다. 횡성군 주민이 추위와 폭염을 무릅쓰고 1인 시위를 계속해왔지만 아직 달라진 것은 없다.

민관군협의체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몇 차례 머리를 맞대왔지만 나아진 것도 없다. 횡성군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은 횡성주민들뿐이고 정작 당사자인 공군본부나 8전비 관계자는 명분쌓기와 시간끌기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유유자적하는 모양새다.

횡성군에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인 듯. 군민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추위와 더위에 고생을 하고 있어도 군민이 원하는 것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으니 그 심정 오죽하겠는가.

대한민국 공군이라는 어마어마한 조직을 상대로 횡성군은 군민의 요구를 강력하게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공군이라는 조직은 인구 5만이 채 안되는 횡성군을 보잘것없는 일개 자자체로 무시하고 있다. 이에 분노한 주민들이 직접 나서게 되었으나 고단한 싸움을 지켜보는 군민의 마음도 안쓰럽긴 마찬가지다.

군민이 가려운 곳이 있으면 어디라도 긁어주고, 민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버선발로 달려나가는 지자체장의 마음도 170일이 넘도록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어루만져주지는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블랙이글스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외 각종 행사에 참가해 302회의 곡예비행을 선보였다. 이 행사를 위한 비행훈련이 대부분 횡성에서 실시됐다고 보면 횡성군민들이 얼마나 많이 블랙이글스의 소음에 노출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비행장 가까이 있는 모평리 마을주민들은 목소리가 크다. 매일같이 군용기 소음을 듣고 살면서 난청이 온 까닭이다. 모평리뿐이겠는가. 횡성읍 주민 대다수가 군용기 소음을 들으며 산 지 10년이 넘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소음이 일상이 되니 주민들 마음도 피폐해졌다. 우리는 언제까지 군용기 소음을 달고 살아야 할까. 얼마나 더 지나야 소음문제가 해결이 될까. 주민들은 언제까지 1인 시위로 하소연을 해야 할까. 군소위 관계자는 군용기 소음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1인 시위는 계속 이어가겠다고 한다. 전장으로 가는 장수의 비장한 각오를 보듯 눈물겹다.

누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것인가. 군민을 위해 일한다는 군수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군대의 수장도 1인 시위에 나선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인가. 1인 시위하는 사람들이 바로 군민이요 국민인데, 대체 이들의 목소리를 누가 들어주고 있는가.

1인 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겨울 한파에 새벽 찬바람을 맞아가며 싸우다가 한여름 폭염과도 싸웠다.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다. 입추를 지나 가을이 오고 있다.

이 지겨운 싸움도 얼른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이들의 희생과 고생이 헛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횡성군민을 대신해 싸우고 있는 이들을 응원한다.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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