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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43)

관인엄기(寬人嚴己)
다른 사람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라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08일

↑↑ 이 철 영
편집국장
ⓒ 횡성뉴스
관인엄기(寬人嚴己)라는 사자성어는 출처가 분명하지 않지만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중국 청나라 4대 황제 강희제(康熙帝)도 평소 강조했다고 하는데 이 말을 그가 처음 쓴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라”는 뜻으로 쓰는 이 말은 지극히 평범한 말이기도 하다. 사실 진리라는 것이 다 이렇게 평범함 속에 들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대학자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년)의 일화에서 이 말의 모범적인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퇴계는 조선의 임금이 두루 존경하는 대학자로 말년까지 조정의 부름을 받았다. 배운 바대로 실천하는 엄격함을 평생 유지할 정도로 곧았으며, 부패한 조정에 나가는 것이 내키지 않아 거절하기도 수차례였다. 부득이 관직을 맡게 될 때는 지방의 한직을 자청하기도 했다.

1548년 충청도 단양군수가 되었는데 그의 형이 충청감사로 가게 되자 자청해 경상도 풍기군수로 자리를 옮겼다. 퇴계가 오늘날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대학자로 존경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퇴계의 손자가 고향 안동을 떠나 성균관에서 유학을 하던 중 손자며느리가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또 임신하면서 젖이 부족했다. 그때 마침 안동 고향집에 딸을 낳은 여종이 있어서 손자가 퇴계에게 그 여종을 유모로 데려가겠다고 청했다.

퇴계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어린아이를 떼어놓고 가는 그 어미의 마음은 어떻고, 그 아이는 어찌 살겠느냐. 내 자식을 키우겠다고 남의 자식을 죽일 수 없지 않느냐”며 손자의 청을 거절했다.

퇴계는 평소 남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는 ‘관인엄기(寬人嚴己)’를 실천하며 살았다. 이런 평범한 진리는 대인군자의 덕목일 뿐만 아니라 예나 지금이나 정치하는 사람, 고위직에 있는 사람 모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공공선(公共善)이란 철학용어가 있다.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나 사회, 인류를 위한 선(善우)을 말한다. 대표적인 공공선으로 ‘배려’가 있다. 남을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는 마음.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는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가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배려는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정치인이나 재벌, 고위층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시기와 질투가 만연하고, 자신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서는 인간의 자존심도 버리고 배신을 손바닥 뒤집듯 해버리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에게만 관대해서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최근 민선7기 전국 시도지사 공약이행평가에서 한 시민단체로부터 최우수인 SA등급을 받았습니다. 당초 공약보다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복지부문 예산이 대폭 줄어든 반면 건물을 짓는 예산은 많이 늘어났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구MBC 뉴스 내용이다.

대구시 공약이행평가에 참여한 시민단체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엄연한 객관적 사실을 무시하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최근 검찰이나 사법부의 행태와 다르지 않고, 시험성적을 조작하는 일부 교수를 뺨치니 비난과 조롱을 받을 수밖에.

어떤 대상을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평가하는 주체를 정하거나 평가하는 방법에서 객관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것이 평가다.

최근 횡성군에서도 민선7기 공약이행평가단을 구성하고 그 결과를 내놓았다.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공약이행평가단에 횡성군 고위공무원이 4명 포함된 모양이다. 알고보니 횡성군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도 비슷했다. 양구군은 5명의 간부공무원과 읍면자치위원 등으로 평가단을 구성했고, 화천군도 공무원 5명과 위촉 10명으로 구성했다.

공약이행을 점검하고 성실하게 추진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평가단을 구성하는 일은 굳이 나무랄 일도 없다. 다만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평가단 구성 자체가 객관적이어야 한다. 당연직이라는 명분이나 혹시 공약에 대한 이해도를 설명하기 위해 해당부서장이 평가단에 들어간다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자치단체장 입장에서는 공약이행평가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평가단이 객관적일 때 유효하다는 것이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데 쓴소리하는 사람이 없다면 좋은 약이 없다는 거다.

횡성군 공약이행평가가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긴 했지만 이 성적표에 군민의 도장을 받는 일이 남았다. 성적표를 내밀기 전에 스스로에게 엄격했는지 한번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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