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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역사문화 콘텐츠에 대한 이해 아쉽다

군수-문화체육과-의회 엇박자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16일

횡성군의회 302회 임시회가 6일부터 10일까지 열렸다. 이번 임시회에서는 제2회 수시분 공유재산관리계획안 8건과 동의안 2건,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했다.

임시회 이틀째인 7일 횡성군의회 홈페이지에서 생중계로 문화체육과 예산 관련 질의응답을 보다가 아쉬운 모습을 발견했다.

문화체육과에서는 문화콘텐츠산업 기반조성 항목에 ‘횡성 태기왕 다큐 영상 제작 및 송출 연구용역’으로 예산 2억원을 편성했다.

이 예산에 대해 두 의원이 질의했는데 태기왕 전설이 역사적 사실도 아닌데 이런 예산을 투입할 만큼 홍보효과가 있을 것인지 의심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답변을 하는 담당과장도 명쾌하게 의원을 설득하지 못했다.

2억원이나 예산을 세울 정도면 세부적인 검토도 거쳤을 법한데 군과 의회가 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 듯하다.

장신상 군수가 지난 4월 12일자 강원도민일보에 기고한 ‘횡성에 녹아든 태기왕의 푸른 꿈을 되살리다’라는 글을 다시 보자.

“태기유사를 보면 횡성에 얽힌 태기왕의 이야기는 대략 이러하다.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신라의 박혁거세와 맞서 싸우다 횡성의 태기산까지 후퇴해 태기산성을 쌓고 새로운 고대왕국을 세우며 재기의 기회를 노렸다고 한다. 태기왕이 품었던 꿈 만큼이나 횡성에 서린 기운은 늠름하다.

태기왕의 군사들이 한숨 돌리며 냇물에 갑옷을 씻었다는 갑천면, 왕이 밟고 오른 어답산, 패퇴하는 순간에도 햇살에 반짝이는 물줄기에 매료되어 수-백(흰 물)이라 감탄했다는 공근면 수백리, 태기왕의 병사들이 무술을 연마한 병무산 등 횡성 곳곳의 지명 속에 태기왕의 전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한 지명의 유래뿐만 아니라 태기왕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증거는 또 찾을 수 있다. 10년 넘게 이어진 ‘횡성댐 공사’ 중 갑천면 중금리와 화전리에 철기 유적이 발견되며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한편 강림면, 공근면, 둔내면, 횡성읍 등 지역 곳곳에서도 철기 유적이 발견되었다.

특히 강림과 둔내에서 발견된 유적을 통해 횡성의 철기 문화가 상당히 앞서 있음이 밝혀지며, 다른 지역에 비해 철기 문화 유입이 빨랐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철기문화의 꽃이 폈던 삼한 중 특히 변한과 진한의 철기 문화가 유명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태기왕이 가져온 문화의 산물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태기왕의 간절했던 꿈은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지만 횡성에 깃든 태기왕의 전설은 한낱 꿈으로 사라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역사문화자산이다.” “역사가 기록하지 못했던, 하지만 실존했으리라 믿어지는 태기왕 이야기를 생생한 현재로 끌어내어 지역 고유의 역사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한 움직임에 망설임은 필요 없다.”

장신상 군수의 글을 상당 부분 다시 인용하는 이유는 문화체육과의 태기왕 다큐 영상 관련 예산이 군수의 이 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태기왕 전설은 횡성군민이 대부분 알고는 있지만 두 의원이 말하는 것처럼 일개 전설에 불과한 것으로 폄하돼온 게 사실이다. 이를 어떻게든 횡성의 역사문화 콘텐츠로 만들어보고자 한 지역신문에서는 수차례 심포지엄도 열었다.

그러나 태기왕 전설은 특별한 성과도 없이 기존의 자료를 재탕하거나 아라공주라는 허구와 상상력만 더했을 뿐이었다.

장신상 군수는 2018년 11월 당시 횡성군 기획감사실 관광개발계에서 발행한 <태기유사>를 관심있게 읽어보고 태기왕 전설이 횡성의 역사문화 콘텐츠로서 손색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기고문 끝부분에 그런 의지를 담아냈다.

횡성의 ‘예술단 농음’의 김지희 대표는 오래전부터 태기왕 전설을 창작 판소리로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마땅한 자료를 찾을 수 없어 애를 태우다가 횡성군에서 발행한 <태기유사>를 보고 쾌재를 불렀다. 그동안 우리가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던 태기왕 전설이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생생하게 재현된 것을 본 것이다.

김지희 대표는 <태기유사>를 바탕으로 창작판소리극 ‘태기유사’를 만들어 지난 6월 5일 횡성문화예술회관에서 첫공연을 선보였다. 장신상 군수는 이 공연을 끝까지 지켜보면서 태기왕이 역사문화 콘텐츠로서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더해졌을 것이다.

태기왕 다큐 영상 제작은 군수가 <태기유사>를 꼼꼼히 읽고 가능성을 확신하면서 시작했을 것이다. 담당부서장이 군수의 확신과 의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태기유사>를 한번만이라도 정독했더라면 의원들의 맥빠진 질문에 신나게 답변하며 의원을 설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횡성은 역사문화 콘텐츠가 부족하다. 그나마 있는 것이 태기왕 전설이고, 탄탄한 스토리텔링까지 완성돼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횡성의 자산으로 키울 수 있다.

춘천에서는 지난해 12월 ‘강원오페라앙상블’에서 맥국을 소재로 창작 뮤지컬을 만들었다. 태기왕의 무남독녀 신영공주와 슬기장군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라는 가상의 이야기를 대본으로 썼다.

이에 비하면 ‘예술단 농음’에서 만든 창작판소리극 ‘태기유사’는 훨씬 더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다.

특히 <태기유사>에서는 춘천지방에서 태기왕이 맥국의 왕이라는 가설이 얼마나 부실한 가설인지를 잘 보여준다. 태기왕 다큐 영상의 성공을 빌며, 담당부서 공무원과 의원들께 <태기유사> 일독을 권한다.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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