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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45)
모든 인간은 죽는다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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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철 영 편집국장 |
| ⓒ 횡성뉴스 | 얼마 전, 착한 후배 하나가 힘겹게 간암투병을 하다가 그리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어떤 사람들은, 사람이 죽어서 저세상으로 가면 먼저 간 애완동물이 마중을 나온다고 한다.
그 후배는 평소 강아지와 고양이를 무척이나 좋아했으니 낯선 세상에 들어설 때 외롭지 않게 개와 고양이가 맞이해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구상에서 사람이 죽는 일은 하루에도 얼마든지 일어난다. 대부분의 죽음은 나와 상관없는 듯 무심히 지나가지만 어떤 죽음은 심각하게, 상실감이 크게 다가온다.
부모, 형제자매의 죽음이 그렇고, 가까운 친구의 죽음이 그렇다. 그 후배는 나와 아주 가깝기도 하거니와 횡성에 사업장도 하나 있어 집에도 더러 오기도 했다.
내가 횡성에 귀촌해서 마을 일을 할 때 그 후배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는 솟대와 장승 깎는 재주가 있었는데 마을 장승제를 위해 장승 5기를 깎아주었다. 그 장승은 지금도 생운리 마을 입구에 서 있다.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산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병세가 호전됐다는 소식은 없고 들을 때마다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말에 마음 한켠에서는 그 후배와 이별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하고는 있었다. 그래도 죽음은 언제나 느닷없이 찾아오는 법이라 마음의 준비도 그리 효과가 없다.
문상을 다녀오는 내내 마음은 무거웠다. 생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웅다웅할 줄 모르고 살았던 친구다. 그렇게 여리고 착한 마음으로 험난한 세상을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모질게 사는 사람들은 명도 길더라만.
오래전에 읽은 책이 떠올랐다. 누군가의 죽음을 전해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책, 시몬느 보부아르의 소설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고등학생 때 읽었을 거다.
실존 철학이 주제라 이해하기도 어려웠을 텐데 조각 같은 기억 몇 개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그때 염세와 허무, 죽음에 대해 골똘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왜 그 어린 나이에 죽음을 생각했을까. 20대에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미리 걱정하고 있었나보다. 자살에 관한 책을 탐닉하기도 하고, 오래 살면서 추한 인간을 경멸하기도 했다. 단명한 천재 예술가들이 부럽기도 했다.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소설의 주인공 포스카는 불멸의 인간이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운명, 그것은 저주이기도 했다. 모든 생명은 결국 죽는다.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죽지 못하는 것이 저주라면 죽음은 축복이다. 적어도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는 그렇다.
특별한 도력이 아니면 사람은 자신이 죽는 날을 모르고 산다. 스피노자가 말했듯 죽음은 언제나 등 뒤에서 온다. 만약 사람이 자신이 죽는 날을 알고 있다면 우리 삶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죽음을 앞에 두고 욕심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데 미련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사람이 철이 들 때는 죽기 직전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철이 든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온갖 욕심과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이 아닐까. 사는 동안에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까. 빈소에서 눈물을 글썽이던 후배 친구가 물었다.
“선배님,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일까요?” 죽음을 목격하면 스스로에게 늘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했다. 나는 출판사에서 와인책을 편집할 때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저자는 사업을 하며 전세계를 돌아다녔는데 비즈니스에 있어 와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사업을 위해 와인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했다. 책은 와인을 전혀 모르는 나도 솔깃할 정도로 와인을 유혹했지만 문외한인 내가 발을 들이기에 와인의 세계는 두려울 정도로 무궁무진해보였다.
당시 와인을 주제로 한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이 공전의 히트를 하고 있었다. 세계의 명품 와인이 모조리 등장하고, 만화는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 와인문화는 고급문화라는 생각이 공유됨으로써 사람들이 와인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어느 날 저자에게 물었다.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입니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당신 입맛에 맞는 와인이 최고의 와인입니다.”
이런 우문현답이 또 있을까. 그 이후로 나는 와인을 만만하게 보고 동네 마트에 가 이것저것 값싼 와인을 골라 마셔보며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기 시작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와인 애호가로 사는 것 같은 착각으로 행복하게 마셨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그게 잘사는 게 아닐까?” 그렇게 말했지만, 그럼 나는 지금 잘살고 있는 것일까? 하고 속으로 여러 번 물었다. 죽기 전에 잘살 자신 있나? |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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