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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46)
서점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10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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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철 영 편집국장 |
| ⓒ 횡성뉴스 | 사람 사는 인생이 저마다 다르니 평생 겪는 일도 다르다. 살다 보면 예측할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수도 없이 일어난다.
변화무쌍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지 모르는 게 바둑이다.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둑을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가 살면서 접하는 게 다 인생의 범주 안에 있는 것이니 보고 듣고 느끼고 행하는 것 중에 인생 아닌 것이 무엇 있겠는가.
유행은 한때 ‘반짝’ 나타났다가 새로운 유행에 밀려 사라지는 운명을 가졌다. 유행어도 부침을 거듭하며 시대가 그리는 퍼즐의 한 조각을 보여준다. 출판도 유행에 민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시집(詩集)의 최고 베스트셀러였던 <홀로서기>는 100만부 이상이 팔리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말이 100만부지, 우리나라 인구에 비하면 엄청난 판매부수다. 이 정도 유행이 번지면 또 다른 아류와 유사품이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 <홀로서기> 제목을 패러디해 <마주보기>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고, <홀로서기>의 유행에 힘입어 제법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홀로서기> 해적판이 전국에 유통되면서 해당 출판사가 이를 찾아내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OO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OO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 제목이 유행한 적도 있다. 대학 수학교재 전문출판사에서 편집일을 할 때 나도 이 유행에 편승해 책 제목을 지은 적이 있다. <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였다.
일본 천재 수학자 고다이라의 강의를 번역한 것으로, 수학 강국으로 알려진 일본에서 수학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본격 수학교재는 아니지만 수학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현상을 포함해 수학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책이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수학은 어렵고,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일찌감치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도 많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수학은 시험볼 때 외에는 쓸모가 없는 학문이라고 애써 외면했다. 사람들이 수학을 이렇게 인식하게 된 것은 우리 교육의 책임도 크다.
우리 교육에서 수학은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니 막상 대학에 들어가서는 수학을 내팽겨치는 것은 당연했다. 지긋지긋하게 공부한 기억밖에 없을 테니 수학을 포기하는 해방감도 컸을 것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학 ‘과외’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지만 평균 수학성적이 너무 낮아 대학수학을 소화할 소양이 안된다고 판단한 결과다.
우리 교육은 생활을 위한 수학, 학문으로서의 수학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내가 수학교재 전문출판사에서 일해보니 수학은 그런 학문이 아니었다. 그 어떤 학문보다 우리 생활에 가까이 있고, 과학은 물론 문학, 음악, 예술 분야에까지 수학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아무리 수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자신도 모르게 수학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 단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제목은 분명 시류에 편승해 지은 제목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절실하게, 또는 거창하게, 우리나라의 미래가 수학에 달렸다는 것에 동의한 데서 지은 제목이기도 하다. 그때 내가 편집한 책은 다 수학책이었으니 나는 수학에 파묻혀 살 때였고, 수학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놀라고 감탄하며 살 때였다.
이런 유행을 거치면서 수학은 학교를 떠나 대중에 접근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지금은 책뿐만 아니라 방송에서도 수학을 재미있게 다루는 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라가 살기 위해 살려야 하는 것도 있고 죽어야 하는 것도 있다.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죽일 것인가 고민될 수도 있겠다.
단순하게 보면 살릴 것은 살리고 죽일 것은 죽이면 된다는 말이고, 좋은 것은 키우고 나쁜 것은 빨리 버리자는 것이니 뭐 고민까지 할 필요도 없겠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이는 오롯이 개인의 관심과 주관에 달렸다. 사회적 공감을 얻으면 유행할 것이고, 얻지 못하면 사그라질 것이다.
나의 관심사는 책이다. 삶에 있어서 가장 오래 일한 직장이 출판사여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대부분도 책과 연관된 일에서 비롯됐다.
책은 미래를 보는 창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읽지 않는 사회를 비난하고, 책 읽을 시간을 빼앗아버린 교육을 비난한다. 생존의 기반이 식량이라면 사람답게 사는 기반은 책이다. 횡성에는 서점이 두 곳밖에 없다. 그중 한 곳은 커피를 파는 카페 안에 있다.
책 읽기 좋은 날이다. 커피가 일상이 된 것처럼 책이 일상이 되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책은 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먼저다. 책을 사는 것은 책을 읽을 가능성을 사는 것이다. 서점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10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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