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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49)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고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0월 28일

↑↑ 이 철 영
편집국장
ⓒ 횡성뉴스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말은 ‘오랑캐로 오랑캐를 친다’는 뜻이다.

우리가 맞는 코로나 백신이나 독감백신도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어 면역력을 키운 다음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것이니 이 또한 이이제이다.

독을 가진 곤충이나 동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독을 사용한다. 인간은 이런 독을 이용해 치료법을 개발하기도 한다.

독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잘 이용하면 약이 되기도 한다.

복어는 맛이 좋은 고급 생선으로 대접받지만 내장에 있는 독을 잘 제거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기도 하는 위험한 요리다. 어떤 미식가는 복요리에는 혀끝을 아리게 할 정도로 미량의 독이 들어가야 복어의 제맛을 보는 거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옻닭을 먹고 옻이 살짝 올라야 옻의 효능을 보는 것이라고도 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실험이다.

독에 대한 반응도 사람마다 다르다. 유튜브에서 한 청년은 독성이 강한 살모사에게 자신의 손가락을 물게 하고 반응을 보여주며 자기는 괜찮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뭐 특이체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걸 보고 따라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횡성에 와서 해마다 벌에 쏘인다. 시골에는 흔하디흔한 게 벌이다. 이곳 사람들이 ‘바다리’라고 부르는 쌍살벌은 말벌의 한 종류로 집 주변에도 벌집을 짓고 산다.

말벌은 이밖에도 장수말벌, 꼬마장수말벌, 말벌, 좀말벌, 검은등말벌 등이 있고, 쌍살벌도 왕바다리, 큰쌍살벌, 벌쌍살벌, 뱀허물쌍살벌 등이 있다.

대부분의 벌은 집을 건드리지 않으면 먼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벌에 쏘이는 경우는 대부분 벌집을 못보고 본의 아니게 벌집을 건드렸을 때다.

처마 밑에 지은 벌집은 눈에 잘 보이지만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나 야외용 테이블 아래 지은 벌집은 잘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벌집이 더 위험하다.

10년 전, 처음 벌에 쏘인 것은 옆집에 마늘을 널어주러 갔다가 벌집이 있는 나무를 잘못 건드렸을 때다. 벌이 쏘이고서야 벌집을 보았다. 때꼼했다. 그뿐이었다. 가렵지도 않고, 붓지도 않아, ‘무슨 벌이 모기만도 못하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보니 벌에 쏘인 손등이 퉁퉁부어 주먹이 두 배로 커졌다. 이후 조심한다고 했지만 해마다 한번씩은 벌에 쏘였다. 벌에 쏘이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도, 안 맞아도 붓기는 1주일 뒤에나 가라앉았다. 올해는 그냥 넘어가나보다 했는데 얼마 전 아주 독한 놈한테 걸렸다.

목공일을 하느라 벌에 쏘인 줄도 몰랐는데 잠시 후 땅벌(땡비) 한 마리가 발견됐고, 그놈이 범인으로 지목됐다. 땅벌은 말벌과에 속한 벌인데 땅속이나 숲속에 집을 짓고 산다.

둥지를 건드리면 무리를 지어 한꺼번에 달려드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나를 쏜 땅벌이 어디서 온 놈인지도 모르고, 벌집을 건드린 것도 아닌데 가만있는 나를 쐈다. 드문 현상이다. 그래서 더 억울했다.

한 시간쯤 후 얼굴이 붓고 벌겋게 달아오르며 열이 났다. 입술은 안젤리나 졸리처럼 두툼해지고 마비가 시작되면서 발음도 어눌해졌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심상찮은 현상이다.

예전에 벌에 쏘인 것과는 너무 달랐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침을 삼키는데 식도에 감각이 없다. 식도까지 마비가?

병원에서 벌에 쏘였다고 했더니 의사는 주사 한 대를 놔주고 4일치 약을 처방했다. 상태가 가라앉지 않으면 응급실이 있는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돌아와서 옷을 벗어보니 목 주변부터 양쪽 팔에 두드러기가 심하게 돋았다. 이마와 목덜미, 양팔, 열이 나는 곳마다 얼음찜질을 했다. 다행히 응급실에 갈 정도로 더 심해지지는 않았다.

붓기는 얼굴에서 시작해 팔로 내려오면서 사흘 뒤에야 사라졌다. 예전처럼 일주일까지는 안갔으나 지금까지 쏘인 벌 중에 가장 독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이 빨리 깨긴 하던데, 벌독도 독할수록 빨리 사라지는 것인가?

사람에 따라 벌을 타는 사람도 있고 안타는 사람도 있다. 어릴 때 벌에 자주 쏘여서 지금은 벌에 쏘여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해마다 쏘여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번에 독한 땅벌에 쏘였으니 내년에는 어지간한 벌에 쏘여도 괜찮지 않을까? 희망일 뿐일까? 시골에 살면서 벌레, 곤충, 심지어 살모사 같은 독사까지도 익숙해진 편이다. 살모사나 유혈목이를 잡아서 산에 놓아준 것도 여러 번이다.

뱀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죽이지 않고 살려줬다고 타박을 하기도 하지만 뱀이 나에게 해코지를 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죽일 것까지야. 뱀도 벌처럼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람을 무서워해 먼저 도망가는 동물이다. 인간은 덩치가 큰 동물보다 작은 곤충을 더 무서워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달에 코로나 백신을 2차까지 맞고 나도 접종완료자가 됐다. 이제는 접종완료자들에게 부스터샷을 맞으라고 권장한다. 나는 코로나 백신보다 더 독한 벌침을 맞았으니 부스터샷을 맞은 셈 쳐야겠다. 벌침을 더 맞을 생각은 없고.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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