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즐겨찾기+ |
최종편집:2026-05-04 오전 09:42:43 |
|
|
|
|
|
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50)
건강해야 병도 이기지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11월 04일
|
 |
 |
|
↑↑ 이 철 영 편집국장 |
| ⓒ 횡성뉴스 | 횡성으로 귀촌한 지 12년 됐다. 농사를 지으려고 내려온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텃밭이라기엔 조금 크고, 농사로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작은 밭이다.
밭에 무얼 심어야 할지도 몰라 이웃집에서 옥수수 심으라면 옥수수 심고, 감자 심으라면 감자 심고, 비료 주라면 비료 주고, 시키는 대로 하면서 농사일을 하나둘 배웠다.
고되긴 했지만 내 손으로 가꾼 농작물을 수확해서 먹는 기쁨은 컸다. 농사를 모르기도 하거니와 부지런할 자신도 없어 손 안가고 기를 수 있는 작물이 뭐냐고 했더니 옥수수를 심으라고 했다.
첫해에 300평 남짓 되는 밭에 옥수수를 심었다.
시키는 대로 씨를 심었지만, 과연 이게 싹이 날까 궁금했다. 며칠 뒤 풀 같이 생긴 싹이 났다. 신기했다. 더 신기한 건 옥수수가 자라는 속도였다.
불과 서너 달 만에 옥수수 키는 나보다 크게 자라 울창한 옥수수밭이 됐다. 한 알의 옥수수가 싹을 틔우고 이렇게 크다니. 옥수숫대마다 옥수수가 주렁주렁 달리면 수확량이 엄청날 것 같았다.
그게 아니었다. 옥수수는 한 대궁에 한두 개밖에 달리지 않고, 그나마 두 번째 달린 옥수수는 크기도 작고, 세 개 이상 달리면 다 쭉정이가 된다. 옥수수는 잘해봐야 한 대궁에 두 개밖에 안 열리는 거였다. 그것도 대단하긴 하지만 주렁주렁 달릴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수확 때가 되어 옥수수를 따는데 미처 몰랐던 것이 또 있었다. 옥수수는 수확 적기를 놓치면 세서 딱딱하고 맛이 없다는 것이다.
300평에 심은 옥수수를 하루이틀에 다 따야 했다. 이웃집에서는 일주일∼보름 간격을 두고 심어야 하는데 한꺼번에 심었다고 지청구다(심을 때 그 얘기는 안해주시고). 할 수 없이 한꺼번에 다 따야 했다. 이틀 동안 아침저녁으로 따서 포장하고 택배 부치느라 힘들었다.
그렇게 거둔 옥수수는 30개들이 50박스. 택배비와 포장비, 씨앗값, 경운비 등을 제외하니 인건비도 안나왔다. 그동안 사서 먹었던 농산물값이 싸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농산물값은 예나 지금이나 농부들의 노력에 비하면 늘 푸대접을 받고 있다. 농사짓는 사람들만 힘들다.
지금은 여름철에 쌈채소와 오이, 호박, 토마토를 길러 먹는 재미, 배추, 무, 갓, 마늘을 심어 직접 김장을 담그는 재미를 즐기고 있다.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풀과 싸우는 것이 고되긴 하지만 건강한 땅에서 자란 농산물은 맛도 좋고 저장성도 좋다.
김장김치는 이듬해 김장할 때까지 먹어도 배추의 아삭함이 남아 있다. 해마다 집에서 기른 채소로 김장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이 컸다. 시골에 사는 축복이다.
그런데 올해 김장철을 앞두고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우리집 김치가 맛있다고 같이 김장을 하자는 집이 생겨 네 집이 먹을 김장배추를 심었는데 배추무름병이 온 것이다. 10년 만에 처음 보는 병이다.
밑동부터 물러지기 시작해 배추 전체가 썩어들어간다. 우리 밭뿐만 아니라 이웃집 밭도, 다른 지방도 대부분 그렇다고 한다. 드문 일이다. 그래서 올해는 서둘러 김장을 담그는 집이 많아졌다.
나도 할 수 없이 올해는 작년보다 한 달 남짓 빨리 김장을 하기로 했다. 더이상 배추가 망가지기 전에 그나마 남은 배추라도 건져야 하니까.
올가을에는 비가 자주 내리고 기온도 높아 고온다습한 날이 많았다. 무름병이 번지기에 적합한 조건이란다. 지구온난화로 빚어진 이상기후로 농사가 점점 어렵고 두렵다. 그래도 지렁이와 두더지, 개구리, 뱀까지 사는 건강한 밭이라 그런지 다른 집보다 무름병이 심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긴다.
농민들은 농사가 잘 되면 농산물값이 폭락하고, 병충해가 심해지면 한해 농사가 폭망한다.
날씨가 도와주면 그나마 정상적인 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요즘처럼 예측할 수 없는 날씨에는 농사짓기가 더 어려워진다. 농약도 거름도 다 소용없다. 이러니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은 땅을 건강하게 만드는 친환경농법일 것이라 믿는다.
관행농법에는 제초제를 비롯한 농약과 화학비료가 주로 쓰인다. 잡초의 잔뿌리는 땅에 공기가 통하게 하고, 자연퇴비는 좋은 영양분으로 땅을 기름지게 만든다.
그런데 제초제와 화학비료는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 유익한 미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 미생물이 없는 땅은 다른 영양분도 부족하다.
농작물은 오로지 화학비료의 영양분만 흡수하고 자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하다보니 해마다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농약으로 모든 해충과 잡초를 잡을 수 없고,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땅은 점점 더 거칠어진다.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지속 가능한 농업의 시작이다.
농작물이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면 오래 걸린다. 그것도 건강한 땅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건강해야 병도 이긴다. |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11월 04일
- Copyrights ⓒ횡성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
방문자수
|
|
어제 방문자 수 : 16,619 |
|
오늘 방문자 수 : 12,058 |
|
총 방문자 수 : 32,218,230 |
|
상호: 횡성뉴스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횡성군 횡성읍 태기로 11, 2층 / 발행·편집인: 안재관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광용 mail: hsgnews@hanmail.net / Tel: 033-345-4433 / Fax : 033-345-443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강원 아 00114 / 등록일: 2012. 1. 31. 횡성뉴스(횡성신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