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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55)

연필박물관이 부럽다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2월 16일

↑↑ 이 철 영
편집국장
ⓒ 횡성뉴스
디자인회사 대표로 있는 친구가 연필박물관을 만들 거라고 했을 때 나는 갸우뚱했다. 연필박물관이라고?

박물관이라고 하면 고고학 자료와 역사적 유물, 예술품, 학술자료 등을 전시하는 곳인데 연필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머릿속에 언뜻 그려지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연필은 그리 인상적인 물건이 아니었다. 친구는 우연히 국내외 연필을 한두 자루씩 모으기 시작했는데 수십 년 지나고 보니 수천 자루가 되었다.

수집한 연필 중에는 독특한 디자인은 물론 희귀한 연필과 역사적 가치가 있는 연필도 적지 않았다.

마침 동해시에서 연필박물관에 관심을 보이며 박물관 건물을 지어주기로 했다. 그간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겠지만 이러구러 지난 11월 21일 정식 오픈을 하게 됐다.

묵호 앞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은 연필박물관(정식 명칭은 연필뮤지엄이다)은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찾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고 반응도 좋아서 동해시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동해시는 특별한 박물관 하나를 얻었다. 부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연필을 다시 보니
생각해보니 나도 연필을 좋아했다. 머릿속에 없는 것 같았는데 연필박물관을 보면서 추억의 조각들이 하나둘 소환됐다.

지금은 연필깎이가 있어 연필 깎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지만 어릴 때는 칼로 깎아서 썼다. 육각형 연필을 가지런히 각을 세워 깎고 연필심까지 뾰족하게 갈아내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연필을 예쁘게 깎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연필은 막연하게 느낌이 좋다. 연필심의 재질에 따라 어떤 것은 부드럽고, 어떤 것은 사각거리는 느낌이 좋아 글씨를 쓰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기도 한다.

지금도 책을 읽으며 메모할 때나 목공일을 할 때 연필을 쓰고 있지만 연필박물관을 보기 전까지는 특별한 감정 없이 쓰고 있었 는데 이제는 연필에 대한 욕심까지 생겼다.

여러 종류의 연필을 사기도 하고 연필심의 촉감, 굵기에 따라 용도를 구분해서 쓰기도 한다. 연필 쓰는 재미가 하나 늘었다.

연필박물관에서 만난 연필
연필박물관이 정식 오픈하기 전에 미리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연필의 종류와 독특한 디자인에 놀라 한참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현대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바우하우스, 테이트 모던 등 유명 뮤지엄의 연필과 가우디, 앤디워홀, 피카소 등 예술가 갤러리의 개성만점 연필을 보는 재미란...

전시장 한쪽에는 이어령, 김훈, 강병인 같은 유명인사들이 쓰던 필기구들이 있고, 연필에 대한 생각을 들려준다. 그중 김훈의 글이 인상적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역시 작가다운 생각이다. 실제로 그는 글을 쓸 때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고 연필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횡성에는 박물관이 없다?
강원도 군 단위 지역 중 영월과 평창에 박물관이 많다. 이렇다 할 박물관이 눈에 띄지 않는 곳은 철원군과 횡성군이다. 한때 영월군은 박물관에 목숨을 걸듯 이런저런 박물관을 꽤 많이 유치했다.

그중 일부는 문을 닫고 사라졌지만 여전히 많다. 박물관이 많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지역을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박물관 하나쯤은 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몇해 전 횡성군청 옆에 있던 화성탕이라는 목욕탕이 민원주차장을 추가로 만들면서 헐리는 모습을 보았다.

빨간 벽돌로 지은 건물은 담쟁이덩굴로 뒤덮여 사철 그림같은 풍경을 보여주었고, 우뚝 솟은 목욕탕 굴뚝은 이정표가 되기에 충분해보였다.

화성탕은 1963년 4월 15일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60년 가까이 된 오래된 건물, 6∼70년대의 목욕문화를 가늠할 수 있는 건물이었다. 이 건물을 목욕탕박물관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관심을 보이는 공무원은 없었다.

건물이 헐리면서 확보한 주차면이 고작 2∼3면일 텐데 더 가치있게 활용할 수는 없었을까. 외국에는 목욕탕박물관이 유명한 곳도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19년 11월에 <목욕탕-목욕에 대한 한국의 생활문화>라는 방대한 조사보고서를 발간했는데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이런 콘텐츠를 화성탕에 담았더라면 어땠을까.

둔내면에서는 철기유적이 발견되었지만 발굴된 유적은 현재 횡성에 없다. 부끄러운 일이다. 어디 철기유적뿐인가. 횡성의 역사와 문화, 각종 기록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역사 유물뿐만 아니라 소소한 물건이나 자료도 깊이 파고들면 엄청난 확장성이 생긴다. 내년부터 횡성군은 문화도시 선정에 도전한다고 하는데 이제라도 이런 자료를 횡성군에서 한곳에 모으는 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철영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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