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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컬럼> 토혈지국(吐血支局)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4년 04월 29일
↑↑ 이 홍 명
본지 객원 컬럼위원
ⓒ 횡성뉴스
중국 북송(北宋)의 바둑 최고수 유중보(劉仲甫)가 산속에서 무명의 노파를 만나 바둑을 두다가 패하자 분에 못 이겨 피를 토하고 죽었다 하며, 일본 도쿠가와 막부(幕府) 시절 바둑의 양대 명가에서 가문의 최고수를 내세워 최고 권력자 앞에서 바둑을 두게 하였는데 여기에서 패한 25세의 젊은 기사 아카보시 인데츠(赤星因徹)가 바둑판 위에 피를 토하며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이을 모두 토혈지국이라 부른다.

선거는 정치적 생명을 걸고 펼쳐지는 스릴 넘치는 게임이며 승부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 또는 축제라고 하는데, 꽃이나 축제는 보기 어렵고 오로지 승부만 있다. 상대방이 죽어야 내가 살 수 있는 냉엄한 승부의 세계다.

토혈지국과 같은 지금의 선거제도를 민주주의 한계라고 지적하는 많은 학자들이 있다. 

투표하는 순간만 우리가 주인임을 확신할 뿐, 혹시 우리 주인을 뽑은 건 아닌지? 1989년 공산권 국가들이 몰락하자 역사는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끝났다고 선언했던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최근 발표한 글에서 미국은 선거라는 제도 때문에 이미 실패한 국가가 되었으며 민주 선거가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선거제도를 비판하였다.

고대 그리스시대에 시작되었고 현대 스위스 칸톤에서 실시되는 직접 민주주의가 아니라면 다른 대안이 없이 선거는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유권자는 선거에서 뽑힌 자를 정해진 임기 동안 자신의 이익과 이해를 대변하도록 한다.

수많은 희생을 통해 민주주의를 이룩한 우리에게 민주주의란 설명의 여지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명제지만, 그 정당성에 대한 믿음 때문에 민주주의의 한계에 귀를 기울이거나 잘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는 소홀하다.

프로 여자배구 선수 중 국가대표이자 현대건설 소속의 ‘이다현’이라는 선수가 있는데 이 선수는 시합 도중 춤을 추면서 세레머니를 한다. 갑자기 선글라스를 끼고 동료 선수들과 함께 추기도 해서 관중은 물론 상대 선수들도 흥겨워하며 따라 춤을 추기도 한다. 승부가 절대가치인 프로스포츠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아직 선거가 이틀 정도 남아 선거유세가 한창 뜨겁게 달아올라 있고, 이글이 신문에 게재될 때쯤이면 선거가 끝나고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어 차분해 질 것이다.

패자는 결과를 존중하고 승자는 패자를 존중하는 선거가 되어야만 추악한 선거가 아닌 민주주의 꽃 또는 축제가 될 것이다.

선거가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토혈지국이 아닌 이다현 선수의 춤 세레머니처럼 즐거운 축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4년 0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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