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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원 명 본지 객원 컬럼위원 |
| ⓒ 횡성뉴스 | 노벨 문학상과 퓰리처상 수상 작가로 20세기 미국 문학을 개척한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역작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를 비롯하여 ‘무기여 잘 있거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킬리만자로의 눈’ 등 문학 최고봉의 금자탑을 쌓은 작품을 저술했다.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파란만장한 삶을 절제된 문장으로 강렬하게 그려 낸 한 노인의 실존적 투쟁과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또한 개인주의와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인간과 자연의 진정한 연대(連帶)의 가치를 역설한 수작(秀作)이었다.
헤밍웨이는 행동주의 작가로 ‘노인과 바다’를 통해 자신의 문학과 인생을 마지막으로 바다에 내던졌다.
실제로 헤밍웨이는 쿠바의 아바나와 미국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에서 바다 낚시를 즐겼는데 그가 잡은 청새치만 800마리 정도 된다고 한다.
그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체험한 자전적(自傳的)인 작품으로 온 인류에게 깊은 교훈과 감동을 선물하여 195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첫 문장을 쓰고 8주 만에 집필을 탈고(脫稿)했지만, 작품 구상에서 집필까지 무려 15년이 걸렸고, 발표까지 2백 번이나 다시 읽으면서 일자 일구(一字 一句)도 소홀히 하지 않고 신경을 써 문장을 가다듬은 역작이었다.
소설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평생 고기잡이를 해 온 노인이었다. 하지만 84일이 지나도록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해 초조하고 괴로운 늙은 어부 산티아고였다.
노인은 소년 마놀린에게 낚시 방법을 가르쳤고 소년은 노인을 사랑했다. 마침내 85일째 낚싯바늘에 18척 크기의 청새치가 걸려든다.
그의 조각배로는 감당하기 힘든 청새치가 살기위해 몸부림를 치는 바람에 배와 온 몸이 휘청거려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기고 사흘 밤낮을 악전고투한 끝에 겨우 뱃전에 청새치를 매달 수 있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고 항구로 돌아오는 중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상어 떼의 공격에 맞서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소리치는 산티아고는 명대사이자 이 소설의 주제를 말해 주었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것이 아니야. 파멸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사투를 벌인 끝에 새벽녘쯤 청새치는 앙상한 뼈만 드러내고, 산티아고 노인은 지친 몸과 빈손으로 항구에 돌아왔다.
그래도 조각배에 담아온 것이 있었으니, 산티아고 어부의 위대한 독백이었다.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 그는 힘겹게 낡은 돛대를 어깨에 메고 자신의 오두막에 돌아와 지친 몸을 누이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에 빠져 사자의 꿈을 꾼다.
얼핏 보면 이 소설은 늙은 어부 산티아고가 천신만고 끝에 청새치를 잡았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헤밍웨이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뜻은 인간의 존엄성과 그 가치는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적이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여기서 주목할 점은 패배와 파멸은 엄격히 구분된다는 것이다. 파멸은 물질적인 가치이고, 패배는 정신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산티아고 노인 어부는 물질적으로는 파멸당한 것일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조금도 위축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힘들게 잡은 청새치를 상어 떼에게 모두 빼앗겨도, 자신의 힘으로 상대하기 힘든 무자비한 자연의 힘에 쓰러진다 해도, 최선을 다한 삶이었기에 결코 헛되거나 무가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거칠고 냉혹한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가? 결과를 얻기 위해 과정의 즐거움을 버리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쓰지 않는가?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통해 인생을 노래한다.
산티아고 노인은 오늘도 비정하고 변화무쌍한 바다를 향해 힘차게 노를 젓는다. 누가 알겠어? 오늘은 운이 좋을지 아무도 모른다. 하루하루가 모두 새로운 선물이 아닌가? 노인의 사자 꿈은 망망대해(茫茫大海)에서 용기로 도전하고 일어서는 희망의 꿈이다.
잠에서 깬 노인에게 소년 마놀린은 음식과 커피를 가져다주며 “빨리 회복하세요, 저는 할아버지에게서 배울 것이 너무 많고, 할아버지는 제게 모든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어요.” 세상은 바다, 삶은 항해이다. 거친 파도를 만나보지 못한 배는 없다. 다만 자신감으로 맞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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