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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홍 명 본지 객원 컬럼위원 |
ⓒ 횡성뉴스 | 원래 전통의 제조업 강국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이었다. 제조업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국력과 부의 원천임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1980∼90년대를 지나면서 빠르게 붕괴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이상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유지하기 힘든 제조업이란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일부 학자들은 강성노조나 힘든 일을 기피하는 사회적 현상을 원인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런 것들은 곁가지에 불과하고 개인의 소득증가에 따른 제조업 몰락은 거의 공식화 되었다.
트럼프의 미국은 하루도 쉬지 않고 관세를 무기삼아 자국에 제조업을 유치하겠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어 대지만,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전혀 실현가능한 정책이 아니라고 한다. 도대체 1인당 국민소득이 8만3천불에 달하는 국가에서 제조업을 하겠다는 것이 무슨 짓인가?
우리나라의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6천불로 집계되었다. 사실 이 정도라면 벌써 제조업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지만, 글러벌 기업이란 이름으로 저개발국에 공장을 짓고,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지금까지 겨우 버텨 왔다.
하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이것도 이젠 졸업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세계의 공장이라 일컫는 중국의 도약 때문이다. 분류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전 세계 제조업의 50%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마저도 자국 내에서의 인건비 등 기업환경 때문에 자국을 떠나 동남아나 중남미에 공장을 짓고 있으니 도대체 이놈의 중국을 당할 재간이 없다.
지난달 미국 조지아州 사바나라는 지역에 현대자동차가 여의도 면적의 4배, 자동차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완공하고 기념식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몇일 전 정의선 회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옆에 세우고 루이지에나에 제철소 건설 등 3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텍사스에 반도체 파운더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것 뿐 인가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도 계속되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빌미가 되어 급기야 공장폐쇄 조치와 함께 미국으로 공장이전이라는 초강수를 내던졌다.
상식적으로 봐서 도저히 제조업을 할 수 없는 나라에 공장을 짓고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이유는 뭘까? 단순히 4년짜리 단임 대통령인 트럼프의 미치광이 같은 관세정책 때문일까? 그럴 리가 없다.
이것은 세계의 자유무역체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고립주의 정책은 자유무역에 기반을 둔 기존의 경제이론 모두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미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신고립주의 정책의 정점(頂點)은 역시 중국의 패권 야욕을 잠재우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중국 공포’는 극에 달해 있다. 단순히 싸구려 물건을 만드는 것에 벗어나 전반적인 기술수준도 세계최고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도저히 제조업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제조업을 하겠다고 설치는 미국의 신고립주의가 얼마나 지속가능한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중국이 저렇게 제조업으로 세계 패권 도전의 뜻을 굽히지 않은 한 신고립주의 정책은 유지될 것이다.
2002년 9월 스웨덴 ‘말뫼’라는 항구도시에 조선업의 상징이자 세계최고의 조선회사 코쿰스의 대형크레인 골리앗(38층 높이) 해체장면이 구슬픈 장송곡과 함께 TV에 중계되었다.
해체된 크레인이 한국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매각되어 울산으로 떠나던 날 항구에 모여든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고 모두 울음바다가 되었다 한다. 유럽의 제조업이 몰락하는 신호탄 같은 사건이었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으로 가고 있다. 이건 단순히 트럼프의 관세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저출산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아무도 못 말리는 강성노조, 급격한 임금상승 등.. 솔직히 10년 후의 우리나라 기업환경은 전혀 앞이 안 보인다. 이윤을 절대가치로 여기는 기업을 망하게 할 수는 없으니 가는 것을 비난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기업은 번창할지 몰라도 내수와 노동환경은 점점 악화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공장 완공식은 또 다른‘말뫼의 눈물’을 보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