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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요 컬 럼>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05월 26일
↑↑ 이 홍 명
본지 객원 컬럼위원
ⓒ 횡성뉴스
평생 법(法)이라는 굴레 속에서 자기 나름대로 설정한 정의라는 칼을 들고 맘대로 휘두르며 살아왔다.

보통 사람의 정서와는 조금 멀더라도 법대로 한다니 때로는 멋있어 보이고 때로는 정의로운 듯했다.

그는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 듯 누구보다 당당했고 어떤 압력에도 머리를 쳐들고 굽히지 않았다.

2013년 여주지청장이었던 시절 그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국정감사장에서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발언을 차용(借用)함으로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 

이젠 조금 더 큰 칼이 쥐어졌다. 소위 ‘국정농단사건’특검의 2인자가 된 것이다. 

그를 임용한 자들과 그 무리들은 그야말로 속이 시원했다. 역대 가장 성공한 특검이라는 찬사를 받으면서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킨 상(償)으로 검사의 칼끝이라 불리는 검찰총장의 자리에 앉는다.

그에게는 사실 이것도 과분한 것이었지만 그렇게 욕을 먹어 가면서까지 망나니짓을 했으니 번쩍번쩍한 큰 칼을 상으로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건 상을 준 자들의 실수였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로보캅 같은 발언을 농담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적들에게만 휘두를 줄 알았던 칼이 이젠 자신들의 숨통을 노리는 칼이 되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원래 칼이란 외날 칼인 도(刀)와 양날 칼인 검(劒)으로 구분한다. 도(刀)는 용도에 따라 칼집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지만 검(劍)은 반드시 칼집이 있어야 한다.

양날의 칼이란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반면 刀는 劒에 비하여 안전하기 때문에 용도가 아주 다양하다. 그는 사실 검사(檢事)이기보다는 검사(劒士)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도 못하고 선과 악을 구분하지도 못하는, 법대로만 할 줄 하는 그런 검사에 불과한 사람이었다. 사람에게 충성하기보다는 법에 충성하는 그런 사람이었기에 양날의 칼인 劒처럼 앞뒤가 없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을 여당도 야당도 몰랐다.

어쩌면 사람에 충성하지는 않으면서 충성 받기를 원했던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왕으로 태어났으면 몰라도 애초에 정치인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적으로 둘러싸인 그가 마침내 대통령이 되긴 했으나 지지율은 바닥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전직 보수의 대통령을 구속시켰으니 보수에게도 환영받지 못했고, 상으로 벼슬자리 준 주인도 씹으려 하니 진보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수많은 비난과 정치적 공세에도 잘 버티고 있는 듯하여 그래도 맷집은 웬만하구나 했지만 계속되는 정치 공세에 그의 내공은 이미 허물어져 가고 있었고 깊은 내상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로보캅이었다. 자신과 주변의 모든 어려움을 쾌도난마(快刀亂麻)할 수 있는 정의의 검사(劒士)라 여긴 그는 비상계엄이라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휘둘렀지만 그 칼이 자신의 심장을 향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한 것 같다.

시작부터 조마조마했다. 갑자기 청와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느니, 천공스님이니, 건진법사니 하는 사이비들이 들 끊고, 여편네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고... 재임시절 내내 국정과는 관계없는 이런 일들로 세월을 보냈다.

그래도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니 미래세대를 위해, 국가의 목표와 이익을 위해 잘 해주기를 바랬다. 재임시절 내내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온갖 구설수는 퇴임 후 책임을 지면 될 것이고 감옥 갈 일이 있으면 가면 되는 것이었다.

정치판에서 어찌 공격하는 자들을 탓하랴 공격할 틈을 준 자가 더 나쁜 놈이라는 것은 정치 교과서 첫 페이지에 나오는 상식이다.

보수 쪽에서 보면 손쉽게 값싼 용병을 기용한 대가는 참으로 크다.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지금의 선거판을 봐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

내란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극성스런 몇몇을 제외하면 그는 벌써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 잊힌 듯하다.

그는 검사(檢事)가 아니라 칼 잘 쓰는 검사(劒士)에 불과했고, 칼로 흥했지만 결국 그 칼에 망했다.


※ 본지에 게재되는 모든 외부기고 논조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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