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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면 유현3리 복지골의 지성이 ‘뻥튀기 아저씨’

‘뻥∼!’ 소리에 퍼지는 고소한 강냉이 향 … 15년째 한자리에
최종식 시니어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06월 23일
사라져가는 그 시절 그 추억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로 시작하는 동심을 표현한 노래로 자전거 탄 풍경이 부른 ‘보물’의 첫 구절이다.

이 곡은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과 각종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 추억을 노래에 담겨 있는 듯하다.

낭만과 추억, 설렘, 그리고 안타까움 등이 깃든 우리동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구나 그 시절 그 추억에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희미해진 풍경, 흐릿해진 추억, 지워진 줄 알았던 감정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를 찾아올 때. 그 순간 문득 깨닫습니다.

‘사라짐’은 완전한 소멸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에서 남아있다는 것을 말이죠. 우리 주위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취재해 담아봅니다. / 편집자

↑↑ ▲ 서원면 유현3리 경강로 서울행 버스정류장 옆에서 15년 동안 강냉이를 튀겨 판매하고 있는 지성이 씨(73·유현3리).
ⓒ 횡성뉴스

마을 동구 밖 한 공터에서 갑자기 ‘뻥∼!’ 하며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 연기 속에서도 질세라 부지런히 땅바닥에 흩어진 강냉이를 주워 먹는 개구쟁이들이 보인다. 우리 옛날 시골 마을의 한 풍경이다. 

쌀이나 옥수수를 튀기는 뻥튀기 기계를 손수레에 싣고 이 마을 저 마을을 돌며 강냉이를 튀겨주던 아저씨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장작불로 기계를 돌리는 아저씨 옆에 쪼그리고 둘러앉아서 때를 기다린다.

그러다 아저씨가 돌리기를 멈추고 뻥튀기할 동작을 취하면 모두 양쪽 귀를 손가락으로 틀어막고 얼굴을 찡그리며 돌아앉는다. ‘뻥’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 속에서 하나라도 더 주워 먹으려고 난리가 난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 보기 어렵지만, 옛날 시골 동네에서는 흔한 풍물의 하나였다.

그런데 이곳 서원면 유현3리 복지골이란 마을에 가면 뻥튀기 아저씨가 튀기는 맛있는 쌀 강냉이와 옥수수 강냉이도 맛볼 수 있다. 

경강로 서울행 버스정류장 옆에서 15년 동안 강냉이를 튀겨 판매하고 있는 지성이 씨(73·유현3리)가 그 주인공이다.

지 씨는 “직장을 그만두면서 젊은 시절에 잠깐 경험했던 뻥튀기 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기계를 손수레에 싣고 횡성군 일대 마을을 돌며 뻥튀기를 했다. 큰돈은 못 벌었지만 그래도 이 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고 아이들도 키웠다. 

집사람이 3년 전 세상을 뜨기 전에는 부부가 함께 일을 했다”고 말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뻥튀기 기계를 돌리고 있던 지 씨는 “요즘은 옛날 같지 않지만 그래도 서울에 사는 단골들이 있다. 

내가 튀기는 강냉이가 제일 맛있다고 하며 잊지 않고 다시 찾아줄 때가 가장 기쁘다”고 귀띔했다.

마을 주민 B씨는 “지 씨는 보기보다 정이 참 많은 사람이다. 오래된 단골들이 많고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들도 꽤 있다. 

지 씨는 손님이 오천 원어치를 사면 만 원어치를 건내주는 경우도 흔하다. 동네 사람들에게도 무엇을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면서 타임을 놓친 탓일까, 지 씨는 “아이고! 시간이 넘어서 강냉이가 다 타버렸다”고 하며 쯧쯧 혀를 찼다. 이어 기계에서 ‘쉭∼쉭∼’가스를 빼고 “저리 멀찍이 비켜나요”하고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옛날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뻥∼’ 소리와 함께 강냉이가 사방으로 튀었다. 이번에도 자욱한 연기는 피어올랐는데, 코흘리개 개구쟁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최종식 시니어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0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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