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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원 명 본지 객원 컬럼위원 |
ⓒ 횡성뉴스 | 추구(推句)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한시(漢詩) 입문서로서 마음을 깨우고 되찾는 교육이다.
유교에서 배움은 몸의 체험으로 느끼고 알고 드러내는 일, 즉 아름답고 위대한 본성(本性)의 체현(體現)이다.
유교의 전통에서는 본성에 대해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 악(樂) 경(敬) 성(誠)이라고 했다. 《대학》에서 본성적 면모에 대해 명명덕(明明德), 밝은 덕을 밝히는 것이다.
맹자는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학문이라고 역설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지닌 본래의 성품이 무엇인지를 알고 하늘로부터 받은 본성을 잘 지키고 회복하는 것이 바로 인성교육의 시작이다.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본래의 마음을 되찾는 방법은 음악이나 명상 이외에 시(詩)를 짓거나 읽는 것을 들 수 있다. 시에는 단단한 마음도 움직일 수 있는 신비한 힘이 담겨 있다. 동시(童詩) 짓기는 아이들의 감정을 순화하고 차분하고 순수한 마음을 유도하는 좋은 방법이다.
조선시대는 아이가 태어나 5∼6세가 되면 서당에 보내어 《천자문》을 배우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가 한자를 익히면 《추구》와 같은 한시(漢詩) 입문서를 가르쳤다.
공자도 자녀 교육법으로 시와 예를 강조했다. 공자 제자인 진항도 스승님의 자녀교육 방법이 궁금하여 공자의 아들 백아에게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가르침을 받았는지 물었다.
그러나 백아는 “없다”고 말하며 다만 시와 예절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대답했다. 시(詩)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논어》 <태백>편을 보면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흥어시(興於詩) 입어례(立於禮) 성어악(成於樂) 시는 사람의 감성을 흥기시키고, 예는 사람의 도리를 제대로 세울 수 있으며, 음악은 사람다움을 완성할 수 있다.
공자는 시와 예절 그리고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인간관계의 질서를 제대로 세워 인성을 갖춘 인간으로 완성한다고 보았다.
정서 순화와 사고력을 키우는 추구(漢詩 모음집) 좋은 시들 중에서 명구를 선택하여 오언(五言)으로 엮었다.
조선 중기 유학자였던 김인후 선생이 후학들에게 작시법을 가르치기 위해 칠언절구(七言絶句)로 추려서 엮은 《백련초해(白聯稍解)》의 시구를 오언으로 고친 내용이 많다.
《추구》는 우주 만물과 현상, 인간, 동식물, 자연의 모든 것들을 시로 표현했다. 시를 즐겨 암송하면서 자연스럽게 삼라만상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정서를 함양하고 사고력을 키울 수 있었다. 천고일월명(天高日月明) 지후초목생(至厚草木生) 월출천개안(月出天開眼) 산고지거두(山高地擧頭) 하늘이 높으니 해와 달이 밝고, 땅이 두터우니 풀과 나무가 잘 자란다. 달이 뜨니 하늘이 눈을 뜬 것 같고, 산이 높으니 땅이 머리를 든 것 같구나.
네 구절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삶이 닮아 있음을 알게 되고 인간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생노병사(生老病死)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처현부화소(妻賢夫禍少) 자효부심관(子孝父心寬) 자효쌍친락(子孝雙親樂)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아내가 어질면 남편의 화가 적고, 자식이 효도하면 부모의 마음은 너그럽다.
자식이 효도하면 두 어버이가 기뻐하시고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아동기의 한시(漢詩) 교육은 정서를 순화해 인간관계에서 따뜻한 정을 주고받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지적능력만 강조하는 교육 대신 따뜻한 온기가 있는 정서교육을 어린 시절부터 체득하여 예절을 실천하여 사람다운 사람을 육성하는 교육으로 전환함에 한시(漢詩) 교육은 의미가 크다.
계몽편(啓蒙篇)은 아이들에게 사물의 원리를 가르치는 산문 입문서(散文 入門書)이다.
편수에 수(首)는 사물의 원리, 자연현상, 인륜(人倫), 천(天)은 자연의 원리, 우주와 천체, 계절변화, 지(地)는 만물의 구성 요소, 오악사해, 자연현상, 오행, 물(物)은 세상의 생물, 동식물의 속성과 특성에 따른 종류, 인(人)은 인간 세상의 질서, 부모 형제 부부 군신 친구 등의 관계, 학문이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힘과 사물의 원리를 함께 가르치는 조선시대의 자녀교육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