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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성뉴스 |
텅텅텅! 발동기 돌아가는 소리, 찌들은 기름 냄새, 왕겨와 등겨 먼지, 코흘리개 개구쟁이들이 가까이 하기 어려웠던 시골 쌀 방앗간의 모습이다.
호기심에 어쩌다 들여다보면, 굴뚝 같은 도정기 통로들을 한 바퀴 돌아 졸졸졸 시냇물처럼 쏟아져 내리는 하얀 쌀, 그 쌀밥이 참 먹고 싶었다. 그뿐인가. 설 명절 때는 하얀 가래떡을 줄줄이 뽑아낸다.
미끈한 가래떡에 정신 없이 침을 흘리다 콧구멍이 까만 아저씨들의 불호령을 맞기 일쑤이다. “얘들아, 저리 나가 놀아라!”
옛날 시골 동네에는 이런 쌀 방앗간이 보통 하나씩은 있었다.
더 이전에는 수력기라는 물방앗간이 있었지만 어디에나 있던 풍물은 아니었고, 1960, 70년대에는 주로 발동기에 의한 쌀 방앗간이 유행하였다. 이 재래식 쌀 방앗간도 벼수매 정책과 현대화에 밀려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여기 서원면 옥계2리 사절리에 횡성군 유일의 재래식 쌀 방앗간이 남아있다.
기자가 취재차 방문한 날은 마침 쌀 방아를 찧고 있었다. 옛날 시골에서 보았던 그 재래식 발동기 방앗간 그대로였다.
요란한 발동기 소리와 함께 기름 냄새도 있지만 뭔가 구수한 쌀과 겨 내음이 감돌고 있었다. 커다란 바퀴에 감겨 동력을 전달하는 ‘피대’, 그리고 수직으로 세워진 구조물 속에 감춰져 있는 ‘버켓 기어’는 속에서 열심히 벼와 쌀을 퍼올려서 다음 공정으로 나르고 있다.
방앗간 주인 김재혁 씨(72)를 만났다. 김씨는 부친에 이어 2대째 방앗간을 지키고 있다. “방앗간은 1965년에 부친이 세웠고 나는 군 제대 후 25세 때인 1975년에 물려받았다.
4월에 제대했는데 부친이 6월에 갑자기 타계했다. 아마도 내가 제대할 때까지 기다리신 것 같다. 다행히 입대 전에 아버지를 도우면서 배워둔 덕분에 꾸려갈 수 있었다.
이제 방앗간의 나이도 환갑이 다 됐다. 내가 승계한 때로 하면 50년째가 된다.”고 돌아보았다.
김씨는 “지금은 외부 영업은 하지 않고 집에서 먹을 쌀만 찧고 있다. 한창 때에는 하루에 벼를 30가마씩이나 찧었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우리 방앗간에서 찧은 쌀밥은 아주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
이제 나이도 있고 결국은 내가 부친에게 물려받았듯이 장남에게 물려줄 것이다.”고 하며, 귀농해 옆에서 돕고 있는 건장한 아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냈다.
횡성군에는 ‘향토문화유산 조례(2022년 제정)’가 있다. 군 문화관광과 이정훈 학예연구사는 “60년이나 된 방앗간이라면 군 향토문화 유산으로서 관리목록에 등재될 가능성이 있다. 실사를 거쳐 검토해보겠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일명 ‘솥단지 마을’이라는 풍광 좋은 사절리에 꿋꿋이 똬리를 틀고 건재해 있는 사절리 방앗간이 횡성군 향토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어 오래 관리 보존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