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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컬럼) 살면 살아진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사건에서의 고민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27일
↑↑ 한 승 빈 변호사
법무법인 YK 원주지사
ⓒ 횡성뉴스
어느날, 저희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의뢰인의 얼굴에는 깊은 절망과 두려움이 서려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부주의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람이 사망하게 한 가해자였습니다. 한편, 또 다른 날에는 유가족의 대리인으로서 가해자와 마주 앉아야 했습니다. 두 상황 모두 변호사로서 제게 주어진 직무이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지난 해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었던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에서는 슬픔을 이기고 잘 살아갈 것을 당부하며 “살면 살아진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괜찮아진다는 위로의 말이지만 교통사고로 인하여 소중한 사람을 잃은 유가족에게, 그리고 이 사고 전에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평생 그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 할 가해자에게 이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오늘은 이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가해자의 변호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법정에서 유리한 주장을 펼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의뢰인은 교통사고로 타인의 생명을 앗아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피해자 유가족을 대면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변호인으로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피해자 유가족과의 첫 만남입니다.

유가족의 분노와 슬픔 앞에서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변호인은 가해자를 대신하여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 합의를 위한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법률가로서의 냉정함과 인간으로서의 공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그러나 유가족의 입장에서는 금전적 보상이 아무리 크더라도 잃어버린 가족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변호인은 잘 알고 있기에 자칫 위로금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자 유가족의 대리인이 되었을 때는 또 다른 고민에 직면하게 됩니다. 유가족은 억누를 수 없는 슬픔과 분노 속에서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원합니다. 

그러나 변호사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가해자의 형사처벌(구속)만으로는 유가족의 실질적인 피해가 회복되지 않으며, 경제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해야 합니다.특히 가해자가 운전자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보험회사를 통한 보상금 지급이 가능합니다. 

우리 법원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의 경우 일실수입, 장례비, 위자료 등을 손해배상의 범위로 인정하고 있고, 실무적으로도 운전자보험에 따라 금액이 차이가 있지만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가족의 대리인으로서는 감정을 뒤로 하고 실리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에 대한 보상은 유가족의 향후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이러한 현실을 유가족에게 설득하는 과정은 변호사에게도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일입니다. 

유가족의 슬픔을 이해하면서도, 법률가로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이라고 하듯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에 따른 교통사고 치사 사건에서 피해자 측과의 합의가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춘천지방법원 2023. 11. 14. 선고 2023고단786 판결 등과 같은 다수의 법원 판결을 살펴보더라도, 피고인이 잘못을 시인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한 점, 초범인 점, 피고인의 성행과 환경, 범행의 동기, 내용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판결하고 있는 만큼, 가해자의 깊은 반성과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동반하는 화해의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위와 같은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것은,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많은 보상금을 받더라도 잃어버린 가족이 돌아오지 않으며, 아무리 가벼운 형을 선고받더라도 가해자의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변호사는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법이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가해자에게는 진심 어린 반성과 피해 회복의 기회를, 유가족에게는 실질적인 보상과 심리적 위로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살면 살아진다.”는 말이 어쩌면 허공에 떠도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치유해 나갑니다. 

법조인으로서는 살아있는 남은 이들을 위하여 그 과정에서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교통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기에 안전운전을 생활화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적절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울러, 운전대를 잡을 때는 내 손에 생명이 달려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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