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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훈 석 변호사 법무법인 YK 강원지사장 |
| ⓒ 횡성뉴스 | 제사와 분묘 관리 문제는 오랫동안 가족 내부의 관습에 따라 해결되어 온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명절이나 제사 철이 되면 묘소 관리나 이장 문제를 둘러싸고 형제자매 사이에 갈등이 생겨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장남이니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장남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될 수 없다’는 주장이 충돌하는 갈등은 농촌 지역에서도 여전히 흔히 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최근 상담을 통해 접한 한 사례도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3남매 중 둘째이자 장남인 A씨는 다른 형제들과 상의 없이 부모님의 묘소를 정리해 봉안당으로 모셨습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A씨의 누나와 남동생은 A씨가 오랜 기간 제사를 거부해 왔으므로 제사 주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족 간 합의 없이 이루어진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이 문제는 가족 간의 깊은 갈등으로 이어졌습니다.
과거 대법원은 제사 주재자에 관해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이 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
이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가족 내 관습을 존중한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판결 선고 이후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지는 경우’부터는 새로운 기준에 따라 제사 주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기존 판례의 입장을 변경했습니다.
우선 대법원은 제사 주재자는 원칙적으로 유족들 사이의 ‘협의’로 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장기간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평소 부모를 학대하거나 모욕 또는 위해를 가한 경우, 조상의 분묘를 돌보지 않거나 제사를 거부하는 경우 등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별과 관계없이 자녀 중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 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8다248626 전원합의체 판결).
즉 이제는 가족들 사이에 제사 주재자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우선적인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제자매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자녀가 제사 주재자로서 우선적인 지위를 갖게 됩니다.
위 사례에서도 제사 주재자에 관한 협의가 없었다면 최연장자인 A씨의 누나가 제사 주재자가 될 수 있고, 설령 A씨가 연장자라 하더라도 오랜 기간 제사를 거부해 왔다면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여 그 지위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제사 주재자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분묘 관리나 이장과 같은 중요한 사항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결정은 다른 유족들의 이해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련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유족들 사이의 신중한 협의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제사와 분묘 관리 문제는 단순한 법률 문제를 넘어 가족 공동체의 화합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고, 이와 관련한 분쟁은 가족 내부의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가족 간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