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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컬럼) 밭떼기 계약,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3월 30일
↑↑ 위 광 복 변호사
법무법인 YK 원주지사
ⓒ 횡성뉴스
봄이 오면 시골 들녘 곳곳에서 낯선 얼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수확도 되지 않은 밭을 둘러보며 농민과 흥정을 벌이는 상인들입니다. 이른바 ‘밭떼기’, 법률 용어로는 ‘포전매매(圃田賣買)’입니다.

농민은 수확 전에 대금을 미리 받을 수 있고, 상인은 시세 상승을 기대할 수 있으니 양측 모두에게 매력적인 거래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필자가 직접 법정에서 겪은 사건을 떠올리면, 이 거래가 얼마나 쉽게 농민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울 수 있는지 새삼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몇 해 전, 경북의 배추 농가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이들은 농업회사법인과 밭떼기 계약을 맺고 계약금·중도금을 수령했는데, 출하 시기에 배춧값이 폭락하자 회사 측이 “권리를 포기할 테니 알아서 처리하라”고 일방 통보해 왔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회사 측은 자신들이 먼저 계약을 포기한 사실을 숨기고, 마치 농민들이 계약을 불이행한 것처럼 꾸며 기지급한 대금의 반환채권을 제3의 유통업자에게 넘겼습니다. 

결국 같은 방식으로 피해를 입은 농민 20명이 5억 원이 넘는 소송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배춧값 폭락으로 이미 손해를 본 것도 억울한데, 되레 계약을 어긴 사람이 되어 돈을 내놓으라는 소장까지 받아 든 것입니다. 

다행히 법원은 농민들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그 과정에서 농민들이 겪은 불안과 고통은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포전매매는 수량을 특정한 매매가 아닙니다. 계약서에 면적이 적혀 있더라도 그것은 목적물이 자라는 땅을 특정하는 의미일 뿐, 정확한 출하량을 보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시세 하락이나 출하량 부족의 위험은 원칙적으로 상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그러나 상인들은 가격이 오르면 계약 이행을 요구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앞선 사례처럼 그 위험을 농민에게 전가하려 합니다. 농민과 상인 사이의 정보 격차와 협상력의 차이가 이런 상황을 반복해서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분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계약서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래 아는 사이라서, 상인이 바쁘다고 서두르는 바람에, 돈 문제로 서면을 요구하기가 쑥스러워서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과는 같습니다.

분쟁이 생기면 법원에서의 싸움은 결국 증거의 싸움입니다. 계약 조건이 무엇이었는지, 누가 먼저 계약을 파기했는지를 증명하지 못하면 아무리 억울해도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각 지자체는 포전매매 표준계약서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번거롭더라도 반드시 활용하시고, 계약금·중도금을 받을 때는 그 명목을 계약서에 명확히 적어두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계약 이행을 거부하거나 포기 의사를 밝히면 그 내용을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반드시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계약서를 요구하는 것은 상대방을 믿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서로의 약속을 분명히 하고 혹시 모를 분쟁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올봄 밭떼기 계약을 앞두고 계신 분이 있다면, 씨앗보다 계약서부터 챙기시기 바랍니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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