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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원 명 본지 객원 컬럼위원 |
| ⓒ 횡성뉴스 | 얼굴 용(容)은 집 면(宀)+골짜기 곡(谷)으로 구성된 한자로 얼굴은 집과 골짜기가 합쳐진 부분과 같다. 집과 골짜기에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듯이 얼굴에는 많은 표정을 담을 수 있다.
사람의 7가지 감정인 기쁨(喜) 노여움(怒) 슬픔(哀) 즐거움(樂) 사랑(愛) 미움(惡) 욕구(欲) 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감정 표정의 얼굴이다.
옛사람들은 몸가짐과 마음가짐처럼 얼굴가짐 즉 얼굴의 올바른 자세와 태도를 중요하게 여겼다.
예를 들면 이율곡은 어린 아이용 학습교재인 <격몽요결>에서 구용(九容) 곧 어린아이 때부터 반드시 갖추어야 할 아홉가지 올바른 자세와 태도를 주장했다.
그 아홉가지 중에서 무려 여섯가지가 얼굴과 관련이 있었다. 첫 번째는 목용단(目容端) 시선을 단정히 하고 눈동자를 바르게 보며 흘겨보거나 째려봐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구용지(口容止) 입은 무거워 그쳐야 할 때 그칠 줄 알아야 한다. 세 번째는 성용정(聲容靜) 말소리는 차분하고 조용해야 한다. 네 번째는 두용직(頭容直) 머리 모양은 바르고 반듯하며 곧게 한다. 다섯 째는 기용숙(氣容肅) 숨소리는 엄숙해야 한다. 여섯 째는 색용장(色容莊) 얼국빛은 장중하고 당당해야 한다.
말은 속이기 쉬워도 얼굴은 속이기 어렵다. 자신의 감정과 마음상태가 가장 쉽게 나타나는 것이 얼굴이기 때문이다.
이율곡은 마음가짐을 바로 하기 위해서는 얼굴가짐을 바로 해야 하고, 얼굴가짐을 바로 하면 마음가짐도 바르게 된다고 생각했다. 구용(九容)을 통해서 어렸을 때부터 얼굴의 올바른 자세와 태도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역설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얼굴 면(面)자는 사람의 얼굴과 그 윤곽을 나타내고 있는 상형문자이다. 특히 사람의 얼굴 가운데서도 눈을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있다. 옛 사람들 역시 이목구비(耳目口鼻) 가운데서 눈을 특별히 중요하게 여겼다.
얼굴 생김새를 뜻하는 한자어가 다름아닌 면목(面目)이다. 대개 눈을 가리켜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그 사람의 눈빛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면목은 오히려 체면 혹은 염치의 뜻에 더 가깝다.
체면이 깎이는 일을 하게 되면 면목이 서지 않는다고 말하고, 염치없는 일을 하게 되면 면목이 없다고 말을 하기 때문이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을 때도 면목이 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 면목이란 한자어는 사람의 외모보다는 내면 즉 자존심을 표현한다.
쇠로 만든 낯가죽이라는 뜻의 철면피(鐵面皮) 역시 사람의 외양보다는 마음속에 부끄러움도 없고 염치도 모르는 사람을 가리켜서 하는 말이다.
철면피는 송나라의 손광헌이 지은 <북몽쇄언>에 나오는 말이다. 왕광원이라는 사람은 벼슬길에 올랐지만 출세를 위해 권세가를 찾아다니며 아첨을 하였다.
어느 날 술에 취한 권세가가 왕광원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채찍으로 때렸지만 왕광원은 수치심을 내려놓고 기꺼이 매를 맞겠다며 아첨을 했다.
주변 어느 사람이 자존심도 없느냐고 묻자 “당신 말이 맞소, 하지만 권세가에게 잘 보여 내가 손해 볼 것은 없소.” 이로 말미암아 당시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왕광원의 얼굴 가죽은 무쇠를 열 장 겹쳐 놓은 철갑처럼 무겁구나!”라고 말했다.
그와는 반대로 면목 때문에 스스로 몰락의 길을 선택한 사람도 있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起蓋世)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백은 세상을 덮을 만하다는 천하장사 ‘항우’이다. 항우는 강동의 정예병사 8천 명을 얻어 서쪽으로 진격해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서초패왕(西楚霸王)이 되었다.
그러나 한나라 고조 유방과 패권을 두고 다투다 해하전투에서 패배한 항우는 유방의 군대에 쫓기다가 오강(烏江)에 이르렀다. 오강만 건너면 강동으로 돌아가 다시 군사력을 회복해 훗날을 도모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항우는 강을 건너기를 거부했다.
내가 빈손으로 돌아가면 내 부모 형제가 나를 왕으로 삼아주고 군사를 준다 해도 내가 무슨 면목으로 다시 그들을 대하겠는가? 그러면서 홀로 유방의 군대와 맞서 싸우다가 스스로 목을 찔려 죽고 말았다.
항우는 자신의 목숨보다 면목을 더 중시했다. 이로움을 위해 면목을 버릴 것인지, 아니면 면목을 위해 이로움을 버릴 것인지 이는 마음의 표현인 얼굴자세에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