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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홍의 漢文 산책) 쇠가 불에 녹으니, 三伏(삼복­ 석 삼, 엎드릴 복)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03일
↑↑ 김 선 홍
횡성신문 운영위원회 위원
ⓒ 횡성뉴스
오뉴월에 삼복더위, 말만 들어도 숨이 헐떡거린다. “삼복더위에 쇠뿔도 녹는다.” 이렇듯 일 년 중에서 가장 기온이 높고 무덥다. 

삼복(三伏) 하면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을 말하는데, 초복을 시작으로 10일 간격으로 대개 7·8월에 걸쳐 30일 정도의 기간이다. 

 伏(복)은 人(사람 인)과 犬(개 견)의 합자이니 ‘개가 주인 앞에 엎드린 모습’을 나타내 글자다. ‘엎드리다, ‘굴복하다’‘숨다’의 뜻이 된다. 

그래서 잠복(潛伏), 복룡(伏龍­ 숨어 있는 용, 때와 사람을 못 만나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인걸), 복병(伏兵), 복마전(伏魔展­ 마귀들이 숨어 지내는 집, 비밀리에 모여서 나쁜 일을 꾸미는 무리들이 사는 곳), 복지부동(伏地不動­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음) 등으로 쓰인다. 

그러면 왜 ‘더위가 심한 날’에 伏(복)자를 썼을까? 초복일(初伏日)은 하지(夏至)로부터 3번째 경일(庚日­ 이때부터 서늘한 가을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로 정하는데, 경일은 10일마다 돌아오니 중복은 10일 뒤에 말복은 그 후 10일 뒤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경일(庚日)일까? 여기서 天干(천간­10간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庚(경)은 오행의 金(금)에 해당하고 계절로는 가을(秋)이다. 서늘한 가을의 기운(金)이 고개를 들고 일어나려고 하나 아직 뜨거운 여름의 기운(火)에 눌려. 엎드리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 된다. 그래서 엎드릴 伏(복) 자를 써서 ‘伏(복)’ 이라 하는 것이다. 

가을(金)의 양기(凉氣­ 서늘한 찬 기운)가 강렬한 여름(火)의 화기(火氣)에 굴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바로 오행(五行)의 火克金(화극금­ 불에 쇠가 녹으니 상극)이다. 그런데 올해의 말복(末伏)은 중복(中伏, 7월 25일) 이후 10일이 지난 경일(8월 5일)이 아니고 입추(立秋, 8월 7일)가 지난 8월 14일이다. 

이것을 월복(越伏)이라 하는데, 越은 ‘넘다’, ‘건너뛰다’ 의 뜻이니‘건너뛴 복’이 된다. 그래서 ‘겹복’이라 부르기도 한다. 왜일까? 말복은 火의 기운이 극에 달한 동시에 金의 기운이 기지개를 키는 시기이기도 하다.

金의 기운이 시작되는 입추(立秋) 즉 가을(金)이 왔으니 계속해서 엎드려 있을 수 없어 일어나야 하는데 火기가 누그러져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엎드려 있던 金은 입추를 뒷배 삼아 그 입추가 지난 첫 번째 경일을 맞아 드디어 일어설 준비를 하게 된다. 이런 경우를 오행에서는 비화(比和)라 한다. “둘이 어깨를 나란히 해서 상승하다”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말복(末伏)은 반드시 입추가 지난 첫 번째 경일(庚日)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말복은 여름의 최 극점인 동시에 가을의 시작인 셈이다. 그래서 “‘말복이자 발가락 시리다’라는 속담이 생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4계절을 크게 음양(陰陽)으로 나누고 여기에 오행(五行)을 더했다. 봄은 소양(少陽)이며 木이니, 만물이 싹 트는 시작(生생)이다. 여름은 태양(太陽)이며 火이니 무성해지는 성장의 시기(長장)이다. 그리고 가을은 소음(少陰)이고 金이기에 단단해지고 결실을 맺는 시기(實실)이다. 겨울은 태음(太陰)에 水이니 모든 것들이 음(陰)에 가려 숨고 저장되는 때(藏장)다. 

그러나 절기가 곧바로 바뀌면 강하게 충돌해 문제가 발생한다. 중간중간에 묵직한 ‘土(토)’의 기질인 완충 역할을 하는 환절기가 존재한다. 이렇듯 “이 세상 자연계는 생장실장(生長實藏)의 고리를 이루어 밀고 당기는 음양(陰陽) 속에서 대순환(大循環)을 한다.” 하겠다. 

이러한 이치 속에서 비롯된 것이 바로 ‘伏’이요 ‘복날’이다. 한자로 伏자에 개와 사람이 있어 개고기로 보신탕을 해 드시는 분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伏자의 진정한 의미 즉 그 배경을 잘 모르기에 일어나는 하나의 해프닝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더위로 지친 몸의 원기 회복을 위해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를 먹어야 하겠는데,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소고기는 먹을 수 없으니 그 대신 개를 잡아 보양하는 일종의 보신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충분히 이해가 가고 공감이 된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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