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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
| ⓒ 횡성뉴스 |
| ‘경자유전(耕者有田)’.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농지법의 대원칙이다. 과거 토지 개혁의 일환으로 채택된 이 원칙은 농지 소유자와 경작자를 일치시켜 농지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이상을 담고 있다.
최근 정부가 이 원칙을 확립하겠다며 대대적인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농촌 지역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투기 목적의 농지 보유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굳어진 소위 ‘도지(관행적 임대차)’ 위축은 물론, 임대농과 고령 농민들의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농사 못 지어 도지 줬는데…” 애타는 고령농·상속인
횡성군에서 40년 가까이 농사를 지어온 80대 김모 씨는 최근 전수조사 소식에 밤잠을 설친다. 경자유전을 원칙으로하는 이번 조사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김 씨는 “몸이 불편해 직접 영농을 할 수 없어 남에게 도지를 준 농지가 처벌 대상이 될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10년 전 부친으로부터 농지를 상속받은 직장인 박모 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박 씨는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느라 지인에게 대리 경작을 맡겼는데, 역시 이번 조사 대상에 해당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조사는 투기 목적의 농지 보유, 불법 임대차, 무단 휴경 등을 가려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발 수요가 적은 지방 농촌의 경우 투기성 매입이나 불법 전용 사례는 드문 반면, 김 씨나 박 씨 처럼 ‘도지 형태의 불법 임대차’가 주된 적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가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 136만㏊의 97%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본조사 결과, 전체의 27%(중복 포함)가 위반 의심 사례로 분류됐다. 유형별로는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로 가장 많았고, 무단 휴경(11.6%), 불법 전용(9.0%), 소유 제한 위반(1.4%)이 뒤를 이었다.
■ 군 심층 조사 돌입 … 무분별한 신고로 이웃 간 불신 조장 우려도
이번 조사는 농식품부가 지난 5월 착수한 전수조사의 일환으로, 1996년 1월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가 대상이다. 앞서 7월 말 기본조사를 마쳤으며, 8월부터는 ‘10대 심층 조사군’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해 농작물 재배 여부와 시설물 설치 현황 등을 확인한다.
정부 방침에 따라 횡성군도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관내 농지 3만 6,515필지를 대상으로 ‘농지 이용 실태 심층조사’에 돌입했다. 군은 공무원과 민간 조사원 등 40여 명으로 구성된 조사반을 꾸려 각 읍·면 현장에 투입한 상태다.
중점 점검 대상인 ‘10대 심층 조사군’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농지 △수도권(서울·인천·경기) 농지 △경매 취득 농지 △농업법인 소유 농지 △외국인·외국국적동포 소유 농지 △최근 10년 내 농취증 발급 농지 △최근 10년 내 관외 거주자 소유 농지 △최근 10년 내 공유취득자 소유 농지 △최근 10년 내 농지이용실태조사 결과 적발 이력 농지 △기본조사 불법 의심 농지 등이다.
문제는 행정 처분을 우려한 지주들이 임대 농지를 강제 회수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사를 회피할 목적으로 지주가 일방적으로 농지를 거둬들여, 실제 농사를 짓던 임차농이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주에게 농지 처분 명령이 내려져 농지가 강제 처분될 경우에도 기존 임차농이 영농을 지속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대폭 인상된 신고포상금은 농촌 사회의 갈등에 불을 지피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달 28일부터 위반 신고 포상금 상한액을 기존 연간 15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10배 상향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역 농민들은 “포상금을 노린 무분별한 신고가 이웃 간 불신을 조장하고 농촌 공동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구두 임대차 계약, 서면으로 전환해 신고해야”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군 농정과 관계자는 “농지 처분 명령은 국가 관리 사안이라 원칙대로 이행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현재 농지은행 등에서 임대차 특별 정비 기간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구두 계약을 서면으로 전환해 60일 이내에 농지대장 변경 신고를 마치면 법적 보호망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행정 처분 전망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처분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지만, 조사 기간 중 행정 지도나 제도 개선, 입법적 조치를 통해 상황이 바뀔 여지도 있어 최종적인 방향은 내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지방정부에 인계하고, 2027년부터 본격적인 행정처분에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농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반적인 위반사항에 대한 계도 등의 대안 조치와 농지 규모화 등 다각도의 활용 방안도 함께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농촌 현장에서는 “투기나 불법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으로 실제 영농 중인 임차농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가뜩이나 취약한 농업 기반이 무너질까 걱정”이라는 씁쓸한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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