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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4)
생각을 바꾸면 행정도 바뀐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0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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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철 영 시인 / 본지 객원논설위원 |
ⓒ 횡성뉴스 | 귀촌 11년의 교훈, 문은 닫는 게 아니라 여는 것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횡성으로 귀촌한 지 올해로 11년이다. 우려했던 것보다 불편함은 적었고, 쾌적한 자연환경을 온몸으로 누리고 있다.
게다가 이웃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아서 사람 사는 정도 나누고 불편함도 함께 해결해가는 지혜도 배우게 된다. 도시에서 좀처럼 맛볼 수 없었던 여유가 횡성에서 넘쳐난다.
처음 이사와 첫날밤을 보낼 때의 기억이 새롭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낯선 지역에 와서 잘 살 수 있을까부터 시작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잠을 한숨도 못자고 꼴딱 샜다. 그런 내 마음을 걱정이라도 해주는지 옆집 소들도 밤새 울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내 걱정보다는 간밤에 소들은 왜 그리 울었을까가 더 궁금했다. 소주인에게 물어보니, 소가 젖을 떼면 사흘밤낮을 쉬지 않고 운다고 한다. 어미는 새끼를 부르며 울고, 새끼는 어미젖 먹겠다고 운다는데 억지로 떼어놓는 사람도 참 못할 짓이겠다 싶었다.
다음날 밤에도 소들은 울었지만 잠은 잘 잤고, 이제는 동네 소가 밤에 울면 또 젖을 떼였구나 하고 우는 소를 측은해한다.
마당 넓은 집으로 이사를 왔더니 대문도 크다. 외출을 할 때마다 대문을 열고 닫는 것도 일이었다.
마을사람들은 새로 이사 온 내가 궁금했는지 닫힌 대문 틈새로 나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행색을 보아하니 개량한복을 입고 다니질 않나, 꽁지머리를 묶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도 마을에선 보기 드문 모습이었을 것이다.
나와 마을사람들과는 대문을 경계로 단절돼 있었다. 어느 날, 나 편하자고 대문을 열어놓고 드나들었더니 마을사람들도 드나들기 시작했다.
농사 초보인 나에게 농사도 가르쳐주고, 밭에서 난 먹거리를 들고 와 먹어보라고 했다. 나는 밭에서 수확한 게 없으니 어쩌다 손님들이 사온 과일 같은 것을 조금 나눠먹을 수밖에 없었고, 그게 미안해서 내가 마을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뭐가 없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메주를 쑤는 집에 메주틀을 만들어드리고, 자주 두부 만들어먹는 옆집에는 두부틀을 만들어드렸다. 대문을 열면서 일어난 변화였다. 그러면서 내가 배운 것은 문은 닫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열라고 있는 것이었다.
왜곡된 애향심이 지역발전을 가로막는다 시골에 내려가서 산다니 주변 사람들이 지역의 텃세를 걱정했다. 텃세라는 말이 괜해 생겼겠는가. 어느 지역에나 텃세로 느껴지는 것들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텃세라는 것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그런 과정을 거쳐 극복되지 않고 남아 있게 되면 사람에게나 지역에게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 인식해야 한다.
사실 횡성은 지역주의가 매우 강한 편이다. 과거에는 이것이 애향심, 애국심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시대가 바뀌고, 날이 갈수록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역소멸론까지 나오는 요즘 왜곡된 애향심은 지역발전을 가로막고, 경쟁에서 뒤떨어지는 결과만 낳게 된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때 동아일보 기사에 의하면, 횡성상인조합에서는 이문이 덜 남더라도 일본상인이나 중국상인과 거래하는 것보다 우리끼리 사고 팔아 우리 상권을 지키자고 주장했다.
이것은 순수한 애국심이었다. 이런 애국심이 오늘에 이르면서 왜곡된 애향심으로, 지역주의로 변질되었다.
서울에서 내려와 음식점을 하는 분은 타지 사람들이 횡성에서 장사하기 힘들 거라는 손님 말에, 그렇게 횡성으로 오라고 하면서 타지사람을 이렇게 차별하면 누가 횡성으로 오겠냐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횡성에서 태어나 어릴 때 타지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들조차 횡성사람 취급을 안 한다는 소리를 종종 들을 정도다.
군의 인구증가정책이 성공하려면 횡성군 인구는 9월말 기준으로 46,482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93명이 줄었다고 한다. 게다가 횡성군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9%에 이를 정도로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 고령화사회에서 인구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대체하려면 청년인구가 늘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이런 선순환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게 도시민을 유치하는 것인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열악한 여건만 탓할 것인가. 새로운 발상으로 인구증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횡성으로 이사오는 사람들이 진정한 횡성사람으로 인정받고 살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  입력 : 2020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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