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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5)

횡성의 품격을 생각한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19일

↑↑ 이 철 영
시인 / 본지 객원논설위원
ⓒ 횡성뉴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하나를 보면 열은 안다는 말이 있다. 여러 가지를 다 보고 판단하면 더 정확한 판단을 하겠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 한 가지를 보고 미루어 짐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자주 쓰는 말이다.

주로 사람을 판단하는 데 쓰는 말이지만 어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열을 알 수 있는 한 가지는 무엇인가. 보는 사람들마다 다양한 시각이 있다. 어떤 이는 음식점을 평가하는 데 그 집 화장실을 보고 판단하기도 한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마음이라면 다른 것도 다 그럴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러보면 화장실이 아주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가 예전에 비해 훨씬 세련되게 변했다. 그만큼 음식의 질도 휴식 환경도 많이 좋아진 것이다. 화장실의 품격이 휴게소의 품격이 됐다.

품격이란 사람의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을 말하기도 하고, 어떤 사물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뜻하기도 한다. 인간이 보는 모든 대상에는 다 격이 있다. 그 격의 높고 낮음이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도시에도 품격이 있다. 도시의 품격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일 수 있으나 나는 공무원이 쓰는 언어생활에서 품격을 본다.

여기서 말하는 공무원의 언어생활은 말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수없이 생산되는 문서와 책자, 군정 관련 현수막, 포스터 등도 포함된다. 군민에게 군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모든 행위가 언어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공무원이 사용하는 언어가 군정의 품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공무원 언어
공무원 세계에서는 ‘공무원 언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쓰인다. 이 말은 곧 공무원들의 사고가 다양성보다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사고의 다양성은 사용하는 말로 표현된다.

공무원이 자주 쓰는 말 중에 참고(參考)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발음이 이상하게 한다. 된소리가 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참꼬’라고 발음한다.

다른 지자체 공무원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횡성군 공무원들은 하나같다. ‘참꼬’라고 발음하면 뜻이 달라진다. 된소리로 발음하면 ‘힘들어도 꾹 참꼬’라는 뜻이 된다. 한두 사람이 그러는 것도 아니고 다 그렇게 발음하니 들을 때마다 귀에 거슬린다.

이보다 더 거슬리는 것은 각종 문서, 책자, 현수막에 사용하는 글꼴이다. 글꼴은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다.

디자인은 목적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얼마나 쉽게, 간결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다. 글꼴의 기본은 명조와 고딕이다. 컴퓨터가 일상화되면서 다양한 서체가 개발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최근에는 캘리그라피, 즉 대개 붓으로 쓴 손글씨도 유행하고 있다. 손으로 쓴 글씨는 독창적이라는 장점이 있어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손글씨를 흉내낸 어설픈 디자인 서체가 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서체 중에는 가독성이 떨어지는 게 많다.

당연히 전달하고자 하는데 효과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어색하다. 글꼴을 보는 디자인 감각, 이것이 곧 품격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검증되지 않은 서체를 쓰느니 차라리 고전적인 명조나 고딕서체가 백번 낫다.

분명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긴다
지자체마다 내세우는 슬로건이 있다. 슬로건의 생명은 간결하게,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데, 지자체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슬로건이 도시 곳곳에 걸린다.

지자체의 품격을 말하자면 이만한 기준이 또 없다.
몇 해 전 강원도민체전 관련 행사장에서 도내 시군의 슬로건을 한꺼번에 다 본 적이 있다. 그 중 눈에 띈 것이 속초시 슬로건이었는데, 눈에 띈 이유가 뜻이 아주 모호해서다.

“시민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야 하는 속초”
시민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야 한다고? 그럼 한 사람도 행복하지 않다는 건가? 모든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문장 자체의 뜻은 정반대로 만들어졌다. 아마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한 것일 텐데 볼 때마다 자꾸 웃음이 났다.

올해 횡성군에서는 보궐선거로 군수가 바뀌면서 군정 슬로건도 “내가 이루는 도시, 꿈을 이루는 횡성”으로 바뀌었다. 내용이 모호한 것은 둘째 치고 각종 문서와 책자, 포스터, 현수막에 쓴 서체가 들쭉날쭉이다.

홍보의 효과는 반복에 있다. 반복은 여러 번을 뜻하기도 하지만 동일한 이미지 또한 반복이다.
이런 점을 눈치 채지 못한다면 그 또한 품격이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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