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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횡성수설 橫城竪說 (7)

문화를 아는 공직자가 필요하다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02일

↑↑ 이 철 영
시인 / 본지 객원논설위원
ⓒ 횡성뉴스
너무 흔해서 소홀한 문화
문화라는 말이 온갖 것에 쓰이면서 참 흔해졌다. 갖다 붙이면 다 문화다. 심지어 음주문화도 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누구나 문화생활에 젖어 있을 법도 한데, 정작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문화다운 문화를 누리며 살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풍요 속의 빈곤이다. 우리가 살면서 꼭 필요한 공기를 평소에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문화 또한 너무 흔하다보니 소홀히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문화는 우리 생활의 전반에 걸쳐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과제다. 이 과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공무원 집단이다.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정책이 공무원 집단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행정에서 밀려나는 문화
횡성군의 군정에서 문화의 위상은 어떨까. 정책의 최고 결정권자인 군수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정책의 우선순위에 있어서도 당연히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안목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군정의 최고 책임자가 문화에 대한 관심과 철학이 없다면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은 단연코 없다.

문화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삶의 질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척도다. 직접 손에 들어오는 이익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이 문화다.

횡성군 정책에서 문화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조직개편과 함께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부서가 문화체육관광과로 확대되긴 했지만 횡성이 추구하는 문화정책은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하다. 군정 시책과 그에 필요한 예산을 심의하는 의회 또한 문화에 대한 관심이 없긴 마찬가지다.

과거 도내 한 신문사에서 몇 년 동안 횡성지역의 전설로 전해오는 태기왕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

물론 횡성군의 예산이 들어간 사업이다. 나름대로 각계의 전문가들이 참가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태기왕에 대한 전설은 사료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어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해야 했는데 기존의 자료에 문학적 상상력만 더해지면서 오히려 태기왕의 실체를 점점 더 모호하게 만든 셈이 됐다.

태기왕에 대한 전설은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 없는 횡성의 역사, 문화에 있어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요소다.

태기산을 비롯해 공근면, 갑천면, 청일면, 둔내면 일대에 남아 있는 지명만 잘 연결해보아도 짐작할 수 있듯이 태기왕은 막연한 전설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횡성의 고대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이런 가치를 알아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2018년, 당시 횡성군 기획감사실 내 문화예술관광계에서 풍수원성당 스토리텔링 작업의 성공에 이어 태기왕 스토리텔링 작업을 완성했다.

풍수원성당 책은 관공서에서 발행한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선풍적 인기를 끌어 2쇄까지 발행했다. 그러나 태기왕 스토리텔링은 책자 발행예산이 의회에서 전액 삭감되는 바람에 궁여지책으로 소량의 책자만 발행하는데 그쳤다.

태기왕 스토리텔링 <태기유사>에 의하면 태기왕 전설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태기왕이 공근, 갑천, 청일, 둔내 일대를 한동안 다스렸던 흔적이 남아 있는 생생한 역사다. 횡성에 세우고자 했던 고대왕국 하나가 갑자기 사라진 불가사의한 역사,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완성해놓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횡성군. 이 스토리텔링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관련 예산을 싹둑 잘라버린 군의회. 이렇게 문화에 대한 철학은 고사하고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에게 무얼 기대할 수 있을까.

새문화운동의 정체는 무엇인가
지난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군수의 공약에 ‘새문화운동’이라는 것이 있어 눈여겨보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는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문화에 대한 이해, 문화에 대한 철학 없이 문화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렇게 만들어진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어설프게 만들어낸 정책은 군민의 생활에 피로감만 더해줄 뿐이다. 특히 문화정책이 그렇다.

문화는 단기간의 정책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일상이어야 한다.

군정을 이끌어가는 공직자들이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니라 횡성군민의 삶의 질이 달라지고, 횡성의 품격이 달라지는 문제가 아닌가.

횡성뉴스 기자 / hsg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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